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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빌리 코건의’ 스매싱 펌킨스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 < Monument To An Elegy >
특이점이 있다면 신디사이저의 높은 활용도를 잡을 수 있겠다.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 < Monument To An Elegy >
특이점이 있다면 신디사이저의 높은 활용도를 잡을 수 있겠다. 초기 신스 팝 식의 리프로 시작을 장식한 「Run2me」 나 다크 웨이브의 터치도 언뜻 보이는 「Monuments」, 빈티지한 소리의 키보드를 배치한 「Anaise!」 등이 그러한 결과물들이다. 마치 전작 < Oceania >의 일부인 「One diamond, one heart」나 「Oceania」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 하며, 빌리 코건의 일렉트로니카 < The Future Embrace >에도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이질적인 작품이라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음반은 여전히 밴드 고유의 색깔을 잘 담고 있다. 트랙 리스트 전반에 등장하는 두꺼운 얼터너티브 기타와 흡입력 있는 멜로디, 몽환적인 보컬은 스매싱 펌킨스라는 이름 아래 음반에 중심을 더하는 요소들이다. 기타 리프와 훅 라인이 귀에 박히는 록 트랙 「One and all」과 서정적인 기타 아르페지오로 시작하는 「Being beige」는 초창기의 음악과도 어느 정도 어울린다.
이러한 두 요소가 잘 혼합된 지점에 괜찮은 곡들이 서있다. 공간감을 획득해나가며 점차 세기를 올리는 「Run2me」와 명확한 신스 라인을 내건 뉴웨이브 넘버 「Dorian」은 쉽게 지나칠 수 어려운 결과물들이고 다양한 전자음을 배경으로 펌킨스의 로큰롤이 울려 퍼지는 「Monuments」는 이번 음반의 성향을 한 데 담은 축소판이기도 하다. 크게 흠 잡을 구석이 없다. 각양으로 사운드를 교차시킨 이러한 형상 속에서 빌리 코건의 역량은 더욱 뚜렷해진다. 원체 리더의 독단으로 움직여온 밴드라지만 온전히 네 멤버가 함께 했던 전작에서의 상태와 그 중 반이 사라진 이번 앨범에서의 상태 사이의 차이는 상당하다. 제프 슈뢰더의 기타와 세션으로 참여한 머틀리 크루 멤버 토미 리의 드럼을 제외한 모든 연주 파트의 크레디트를 빌리 코건은 자기 앞으로 돌려놓았다. 송 라이팅과 콘셉트 메이킹 역시 마찬가지다. 앨범 곳곳에서 보이는 예전 솔로작에서의 컬러를 이 맥락 위에서 조명한다 해도 무리가 따르지 않을 테다.
여지없이 아름다운 록 사운드가 흐른다. 이 풍성한 텍스처와 서사성 있는 전개, 매력 넘치는 멜로디는 분명 스매싱 펌킨스의 것이다. 시간과 함께 변해가는 모양새 속에서도 밴드를 정의해 온 위 요소들은 변함이 없다. 거대한 그림을 그려가는 예술가 빌리 코건의 창작력에도 여전히 생기가 맺혀 있다. 다채로운 점(點)들이 짜임새 있게 모인 앨범은 실로 훌륭하다. 총 마흔 네 곡이 들어설 장중한 프로젝트 < Teargarden By Kaleidyscope >의 또 다른 막이 이 시점에서 멋지게 열렸다.
2014/12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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