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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삶의 틈바구니에서 찾아낸 들꽃 같은 이야기들 『이 모든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사랑 말고는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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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지금껏 잘 모르고 살았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 같은데요. 여기, 사람의 이야기가 가장 아름답다고,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위안 받는다고 말하는 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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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통신


 

『이 모든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거친 삶의 틈바구니에서 찾아낸 들꽃 같은 이야기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있지요. 돌아보니 저는 이 말이 좋은 말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 의미를 진심으로 실감한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지금껏 잘 모르고 살았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 같은데요.

여기, 사람의 이야기가 가장 아름답다고,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위안 받는다고 말하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이 모든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입니다.


안녕하세요. 이 책을 편집한 최은하입니다.


거친 삶의 틈바구니에서 찾아낸 들꽃 같은 이야기를 담은 감동 에세이 이 모든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은 제목 그대로 사랑 말고는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책입니다.


철학자기이도 한 저자 정인경은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인생 속에서 발견해낸 코끝 찡한 감동과 사랑의 이야기들을 이 책에 담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을 통해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빛나는 이야기를 지닌 채 살아간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고백합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무수히 많은 별이 빛나고 있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그렇게 반짝이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내 삶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내 존재가 사실은 소중하고 특별하다는 겁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을 한번 읽어드릴게요.


누나에게.

은동이가 오늘 죽었습니다.

일주일 전,

어떻게 앞을 보고 왔을까 싶은 눈먼 개,

무슨 힘으로 걸어왔을까 싶은 늙은 개 은동이가

예전에 우리가 함께 살았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내가 있는 곳에서 삶을 끝내려고 온 것을 알았습니다. 

은동이의 마지막을 함께하려고 무진장 애를 썼지만 

자기 집에서 혼자 조용히 갔습니다.

마음의 벼랑에서 작은 개 한 마리는 한때 나의 어머니였고,

나의 아버지였고, 나의 형제이자 누이였습니다.

은동이와 저 사이에 사랑 이외에 어떤 말이 필요할까요

어린 마음의 구멍을 하얀 몸뚱이로 막은 은동이와

스스로 슬픔의 봉인을 뜯어낸 저의 모든 이야기가 기적이 아니라면 무엇이 기적일까요

‘기적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은동이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삶의 비밀을 알려주었습니다. 


“사람의 이야기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요. 

일견 평범해 보이기도 하는 이 이야기들이 깊은 울림과 감동을 전하는 것은

바로 내 옆 사람 혹은 나의 이야기인 것만 같기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

우리를 위로하는 것은 다른 무엇이 아니라 바로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 

이 책이 전하는 빛나는 인생의 비밀은 바로 그것이 아닐까요.


이 가을,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이는 이야기가 필요하다면,

다정하고 포근한 온기를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 이 모든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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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나는 책


『백석 평전』


백석을 실은 증기기관차는 정주역에서 털썩 주저앉듯이 멈춰 섰다. 신의주를 출발한 지 다섯 시간이 훨씬 지나서였다. 백석은 고향집이 있는 고읍역까지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내려야 했지만, 정주역에 멈춘 기차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기차 화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캐한 연기가 플랫폼을 검게 물들였다.


백석은 코를 싸쥐고 역을 빠져나왔다. 고읍까지 철로를 따라 12킬로미터를 걸어갈 작정이었다. 오랜만에 걷는 길이었다. 어릴 적에 수없이 걸었던 길인데도 마치 처음 가는 길 같았다.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철길 양쪽으로 펼쳐진 빈 들판에 기러기들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저녁때가 되어 잠자리로 돌아가려는 기러기들이었다. 기러기들은 여럿이 떼를 지어 날았지만 백석은 혼자였다. 그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터벅터벅 길을 걸었다.


그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통영 처녀 박경련도 없었고, 경성에서 마지막으로 본 자야도 없었다. 최정희도 노천명도 없었다. 평양에서 결혼을 하고 안둥과 신의주에서 잠시 같이 살았던 문경옥도 없었다. 조선일보에서 일하면서 자주 술잔을 나누던 신현중도 허준도 정현웅도 없었다. 함흥의 김동명도 한설야도 없었다. 낯선 만주에서 그를 돌봐주던 친구 이갑기도 시인 박팔양도 이석훈도 없었다. 낮게 깔린 먹구름 때문에 정주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이 얼굴을 숨기고 있었다. 정주역에서 고장이 나 멈춘 기차는 백석이 고읍역에 도착할 때까지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날 밤, 쭈글쭈글한 주름의 늙은 어머니가 서른네 살 아들의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리 아들이 오마니한테 어찌 이케 늦게 완?”

백석의 손등 위로 어머니의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백석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백석 평전』(안도현/다산책방)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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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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