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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 존(Owl John), 스콧 허치슨의 또 다른 컬러
충분히 호평을 받을 만하다
아울 존의 음악은 불친절하고 난해합니다. 어렵습니다. 하지만 실험적인 사운드 사이로 들리는 멋진 리프와 멜로디 라인들! 그 멋이 앞서 말한 것들과 어우러져 개성으로 빛납니다. 스콧 허치슨의 프로젝트 앨범, < Owl John >입니다.
아울 존(Owl John) < Owl John >
'그간의 행보를 이어감과 동시에 개인의 영역을 잘 넓혀야 한다'는 통상적인 솔로 커리어의 기준에 비춰 봤을 때 프라이튼드 래빗의 보컬, 기타리스트, 메인 송라이터인 스콧 허치슨의 첫 개인 앨범은 충분히 호평을 받을 만하다. 아울 존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첫 작품에는 밴드에서 보여준 실험적인 접근과 여기에 더 나아간 여러 시도들이 담겨있다. 공간감은 더욱 짙어졌으며 변화무쌍한 사운드 구성과 다양하게 다가간 장르들이 이를 입증한다.
음반의 방향은 포문을 여는 「Cold creeps」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도입부에서부터 등장하는 연주로만 러닝타임의 절반을 사용하는 불친절한 소개에서부터 앰비언트 풍의 사운드, 곡 전반에 자리하는 뿌연 질감은 음반 전체로 이어지는 방향을 짐작케 한다. 여러 갈래로 얽어놓은 「Two」와 「Hate music」에서의 로 파이 톤 사운드 메이킹이나 후반부를 장식하는 「Ten tons of silence」에서의 음향 효과, 「Don't take off the gloves」에서의 높은 부피감은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해볼 수 있는 요소들이다.
이렇게 보면 작품은 단순히 난해한 결과물로도 그칠 수 있겠으나 여전히 수준 높은 작곡 역량이 난이도를 잘 중화시킨다. 「Two」는 기타 리프를 멋지게 짜놓은 개러지 록 트랙이며 「Hate music」은 실험성이 잘 스며들게끔 흡인력을 높인 블루스 사운드를 배치한 곡이다. 무엇보다도 스콧 허치슨의 송라이팅은 코러스 파트에서 큰 매력을 내보인다. 흐릿한 공기가 가득한 음반에서 짧게 치고 가는 캐치한 훅 라인은 집중도를 높이는 최적의 효과를 낳는다.
「Los Angelest, be kind」가 그렇거니와 트랙 리스트의 후반부에 위치한 「Red hand」와 「Good reason to grow old」가 또한 그렇다. 더 나아가 전체의 선율을 그려내는 움직임에 있어서도 아울 존의 음악은 상당한 소구력을 보유한다. 그런 점에 있어 「Songs about roses」는 이 지점에서 언급해야 할 앨범의 베스트 트랙이다.
포크 팝과 약간의 일렉트로니카가 섞인 골조와 간헐적으로 악기를 등장시키는 어지러운 구조 속에서도 매력 있는 멜로디 라인으로 중심을 잘 잡고 있다. 「Ten tons of silence」와 「Stupid boy」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이는 어느 몇 트랙에 한정되는 요소가 아닌 음반의 맥락 그 어느 위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아티스트의 강점이다.
다만 「Two」와 「Hate music」 같은 두어 록 트랙만 제외하면 대부분의 곡들이 비슷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물론 면면에 있어서는 곡들 모두 각양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대부분에 트랙에 장치된 흩어지는 사운드가 일차적으로 귀를 점하기에 이와 같은 효과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다재다능함이 장해로도 작용한 셈이다. 이만 제외한다면 음반에는 딱히 이렇다 할 흠이 없다. 프라이튼드 래빗에서의 음악을 잘 끌어왔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예술관을 통해 가능의 경계도 확장시켰다. 아울 존에서의 스콧 허치슨은 이렇게 또 다른 컬러를 품는다. 무시 못 할 의의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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