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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란의 첫 경험, 연극 <마이 퍼스트 타임>

“잘 할 수 있을까? 잘 해야 할 텐데. 떨린다. 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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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연기를 마음껏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되든 안 되든 다 해보고 싶어요. 결국은 어디를 가나 저와의 싸움인 것 같아요. 이런저런 사람이 있고, 제가 그걸 이겨내지 못하면 포기하는 거잖아요. 이 작품을 하면서도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고, 내가 너무 무리한 걸 시작했나 생각도 많이 했는데,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저는 ‘포기하지 않고 잘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1998년 미국에서는 마이퍼스트타임닷컴(www.myfirsttime.com)이라는 웹사이트가 개설됐습니다. 자신의 어떤 ‘첫 경험’을 얘기하는 곳이기에 그 사이트에는 10년 넘게 4만 개 이상의 사연이 올라왔을까요? 2007년부터는 웹사이트에 올라온 재밌고 섹시하고 황당한 첫 경험들을 엮어 시즌마다 색다른 무대를 뉴욕의 소극장에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9년에 이어 2014년 시즌2가 공개됐는데요. 19세 이상만 들을 수 있는 솔직하고 대담한 누군가의 첫 경험 이야기! 연극 <마이 퍼스트 타임>에 참여하고 있는 배우 허영란 씨를 ‘첫공’ 리허설을 앞둔 공연장에서 만나봤습니다.




“낯설죠. 볼 때마다 멋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하려고 하면 용기가 안 나고…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그녀에게도 ‘이번이 첫 경험’입니다. 1996년에 데뷔했는데 연극 무대는 처음, 그래서 대학로라는 공간 역시 낯설기만 합니다.

“대학로는 사실 많이 낯설어요. 공연을 볼 때면 무대 자체가 멋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막상 용기는 안 났죠. 그런데 이번에 기회가 닿아서 ‘한 번 해보자, 도전해보자!’ 하고 시작했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연기가 힘들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어요(웃음).”

공연을 할 기회는 많았을 텐데 굳이 연극 <마이 퍼스트 타임>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은 시기가 잘 맞은 것 같아요. 2014년과 함께 뭔가 도전하고 싶고, 무대를 알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작품이 들어왔을 때 고민은 무척 많았어요. 첫 경험에 대한 얘기인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독백이 많은 작품이라 관객들 앞에서 연기하는 것도 긴장되고.”

기자는 2009에 최정윤 씨가 참여했던 시즌1을 봤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의식이 바뀌고 있다지만 무대에서 첫 성(性)경험을 말하기에는 배우도 관객도 여전히 불편한 구석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습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저는 다 어려웠어요. 첫 경험이라는 소재뿐만 아니라 연극이 처음이다 보니 모든 환경이 낯설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서 연극을 쭉 해오던 배우들과 친해지고 맞춰가는 과정도 힘들었고요. 연기의 호흡도 다르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달라서 ‘내가 이렇게 연기를 못했나?’ 싶을 정도로 어렵더라고요. 대본이 말하는 건 알겠는데 마음대로 안 되니까 창피하기도 하고, 그래서 독백하다 저도 모르게 울면서 뛰쳐나가기도 했어요(웃음).”

혹시 최정윤 씨와는 친분이 있나요? 그렇게 힘들었으면 조언을 구할 법도 한데요.

“정말 묻고 싶었어요. 하도 답답하니까 전화해서 묻고 싶었는데 한 번도 뵌 적이 없어서요. 캐릭터가 다르고 각자의 스타일이 있지만, 조언은 정말 듣고 싶었어요(웃음).”

드라마나 시트콤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외향적으로 봤는데 실제 성격은 많이 다른가 봅니다. 연기를 정말 잘했던 거군요!

“극중 캐릭터와는 많이 다른 편이에요. 수줍음이 많고 낯도 많이 가리고. 실제로 보신 분들은 많이 놀라더라고요, 차분하다고.”




그런데 이 연극은 19세 이상만 관람할 수 있습니다. 수위를 넘는 장면 때문이 아니라 솔직 대담한 사연들 때문인데요. 그만큼 배우들이 털털하고 솔직하게 다가서지 못하면 흡입력이 떨어질 것 같은데요. - 허영란 씨의 첫 경험을 물어보지는 않을게요(웃음).

“배우들과 친해지려고 술자리도 함께 하고, 그럴 때면 게임하면서 ‘첫 경험은 언제세요?’라고 물어볼 때도 있어요(웃음). 흔히 무대는 관객과 함께 호흡한다고 하잖아요. 이 작품이 특히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배우로서 더 어렵기도 하고요. 첫 경험은 누구에게 한정돼 있는 게 아니잖아요. 누구에게나 다 있는, 사랑스럽고 좋은 기억일 수도 있고 안 좋은 기억일 수도 있고, 하지만 돌아갈 수는 없죠. 누구에게나 있는 첫사랑 또는 첫 경험을 연극을 보러 와서 함께 돌아보고 웃었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두려운 만큼 그럴 여유가 있을까 싶지만, 그간 무대의 어떤 특별한 매력을 발견했을까요?

“작품을 시작할 때는 자신감이 너무 하락한 상태였고 지금도 자신은 없지만, 무대가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요. 엊그제 공연장에 처음 왔는데 리허설인데도 정말 떨린 거예요. ‘결국 내가 대학로 무대에 와 있구나, 관객들을 만나는 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점점 좋아지고 있고, 다들 정말 열심히 했으니까 잘 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최근 몇 년간 허영란 씨의 활동은 뜸했습니다. 자신감이 하락한 것도 그런 이유이지 않을까 싶은데, ‘내가 이렇게 잊혀 가나?’라는 생각에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회사와의 문제로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어도 못했어요. 사실 요즘 대학로 다녀도 저 알아보는 분들이 별로 없어요. 그런 게 아쉽기도 하고, 나이는 서른다섯인데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는 시간들이 너무 아깝고. 솔직히 연기를 그만둘까도 생각했거든요. 내려놓고 마음을 다스리고, 개인적으로는 그것밖에 할 수 없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어요.”

허영란 씨를 직접 보니 예전의 앳된 이미지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30대 중반인데 우여곡절 많은 여인의 모습이 없으니 캐스팅에도 제한이 있을 것 같아요.

“가까이에서 보면 늙었어요(웃음). 그렇죠, ‘순풍산부인과’ 이미지가 강하니까. 어려 보이는 게 배우로서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서 더 큰 무대에 서고 싶기도 했고요. 어렸을 때부터 매니저랑 다니다가 이번에 연극하면서는 혼자 버스타고 다니고, 연습이 늦게 끝나면 막차 놓칠까봐 막 뛰어가고 그랬거든요. 연기 처음 하는 사람처럼 그런 마음으로 연습했어요. 다시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서 언젠가 배우의 이미지로 남고 싶어요.”




몇 시간 뒤면 허영란 씨의 ‘첫 경험’이 시작될 텐데 지금 이 순간 드는 생각은 어떤 건가요?

“잘 할 수 있을까? 잘 해야 할 텐데. 떨린다. 잘 해야지!”

그간 힘든 일이 많았다고 했는데, 서른다섯이 된 허영란 씨의 ‘올해는 이랬으면 좋겠다!’ 자기최면 한 번 걸어보죠.

“올해는 연기를 마음껏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되든 안 되든 다 해보고 싶어요. 결국은 어디를 가나 저와의 싸움인 것 같아요. 이런저런 사람이 있고, 제가 그걸 이겨내지 못하면 포기하는 거잖아요. 이 작품을 하면서도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고, 내가 너무 무리한 걸 시작했나 생각도 많이 했는데,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저는 ‘포기하지 않고 잘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저한테는 도전이니까 제 감정대로 느낌대로 노력하려고요. 그리고 올해는 정말 쉬지 않고 가보고 싶어요!”

연극 <마이 퍼스트 타임>은 4월 30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됩니다. 허영란 씨의 바람대로 올해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기억에 남을 소중한 첫 경험이었으면 좋겠네요. 연극 <마이 퍼스트 타임>은 첫 경험을 공유한다는 콘셉트에 맞게 연극 시작 전에는 관객들에게 간단한 설문 조사를 하고(2009년에는 종이였는데 이제는 모바일로 하네요.^^) 독특한 경험은 익명으로 공개되기도 합니다. 한국판 ‘마이퍼스트타임’ 사이트에서도 대본에 넣을 첫 경험 에피소드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2014년, 여러분은 이 무대를 어떻게 생각할지 또는 즐길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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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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