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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급 스파이 ‘침저어’, 수사를 방해한 자들의 정체는?

에도가와 란포상과 일본 미스터리 대상을 동시에 석권한 괴물 신예 소네 게이스케의 본격 첩보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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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이미 『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을 출간하며 이름을 알려가고 있는 소네 게이스케의 대표작이자 출세작인 『침저어』 는 일본과 중국 그리고 미국의 첨예한 정보 전쟁을 다루는 본격 첩보-경찰 미스터리다. 이 소설은 일본 정계 고위층에 ‘침저어’라 불리는 형태의 스파이가 있다는 정보를 얻은 경시청 외사2과 형사들의 체포를 위한 분투를 다루고 있다.

소리 나는 책

오늘은 2주간 ‘책, 임자를 만나다’ 시간에서 전해드린 『호밀밭의 파수꾼』 중에 몇 부분을 읽어드릴까 합니다.


우리는 회전목마가 있는 곳에 점점 가까이 갔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 멋진 음악이 들려왔다. <오, 메리> 라는 것이었다. 50년 전 내가 어렸을 때에도 그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다. 이것이 회전목마의 좋은 점이다. 밤낮 똑같은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 “겨울에는 회전목마가 없는 줄 알았는데.” 하고 피비가 말했다. 피비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내게 화를 내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이 왔으니까 그럴 거야.” 내가 그렇게 말했을 때 피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 화내기로 한 것이 다시 생각난 모양이었다. “너 목마타고 싶지 않니?”내가 물었다. 그 애가 타고 싶어 하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피비가 더 어렸을 때 앨리와 디비와 나는 피비를 데리고 공원에 자주 갔었다. 그 애는 회전목마라면 사족을 못 쓰던 것이다. 목마에서 도무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난 너무 커.” 라고 피비가 말했다. 대답할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냐 그렇지 않아. 자 타봐.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자.” 마침 우리는 회전목마가 있는 곳에 당도했다. 몇몇 아이들이 타고 있었는데 대개 아주 어린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부모들이 바깥벤치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매표소로 가서 표 한 장을 사서 돌아와 표 한 장을 주었다. 피비는 바로 내 곁에 서있었다.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문예 출판사) 中에서


에디터 통신

일본 경시청 외사2과. 현직 국회의원 중 중국의 스파이가 있다는 첩보가 입수됩니다. 경찰은, 무시할 수 없는 단서를 얻자 수사에 착수합니다. 용의선상에 오른 이는 차기 수상으로 유력한 젊은 국회의원. 형사들은 그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단서와 증인들이 사라집니다. 그러던 중 주인공인 후와 형사는 수사 과정 중 석연치 않은 부분을 발견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위즈덤하우스 편집부 유희경입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책은 첩보원을 잡으려는 경시청 형사들과 일본-미국-중국의 첩보 전쟁을 다룬 <제53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본격 첩보 미스터리 『침저어』 입니다.

‘침저어’. 아마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 많을 듯합니다. 저도 이 책을 편집하면서 알게 된 단어인데요. ‘침저어’는 바다 깊은 곳에 사는 어류를 뜻하는 ‘심해어’와 같은 말입니다. 하지만 이 단어를 일본 경찰들은 전혀 다르게 대상국에 시민으로 살다가 지령을 받을 때만 잠시 활동하는 공작원을 가리키는 말로 씁니다. 이 소설은 바로 첩보원 ‘침저어’를 잡으려 하는 한 경찰의 이야기입니다.

외사2과의 베테랑 형사 후와는 동료들의 생각과 달리 모든 단서들을 조작된 것으로 봅니다. 때마침 국회의원의 비서로부터 새로운 증거를 얻는 후와. 수사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확신한 그는 바로잡으려 하지만, 비서관마저 사라지면서 오히려 동료들의 의심을 받습니다.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후와는 혼자 문제를 파헤쳐 천신만고 끝에 거대한 진실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과연 침저어는 누구일까요. 후와를 모함에 빠뜨리고 이 수사를 방해한 자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일본 미스터리계의 신성’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등장한 소네 게이스케. 그의 데뷔작이자 첫 수상작인 『침저어』 는 계속되는 반전과 생생한 캐릭터들로 소설이 끝날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이 소설에 단 하나 아쉬운 건, 이야기가 너무 짧다는 거. 이야기 자체로는 충분히 재미있고, 캐릭터들 또한 충분히 매력적인데, 이렇게 한 권으로 끝나기는 아깝다.” 고 남겨주신 블로거 하이드 님의 서평처럼 말이죠.

한편 『침저어』 는 그저 재미만 있는 소설이 아닙니다. 작가는 개인과 집단의 갈등과 대결에 주목합니다. 그 둘의 싸움은 물론, 가치관의 차이에서 발생하죠.

문화평론가 김봉석 씨는 침저어를 읽고 난 뒤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너무나도 거대한 권력 혹은 시스템 혹은 집단 앞에서 개인은 무력하고 나약하다. 심해로 가라앉아 그대로 살아갈 뿐이다.”
작가는 후와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코미디다… 애들 스파이놀이와 다를 바 없는 짓을 국가와 국가가 심각하게 하고 있다. 이게 코미디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선과 악, 진실과 거짓. 누가 맞고 누가 틀린 걸까요.
물론, 정답은 독자분들에게 있습니다.

펼친 순간 다 읽은 것과 다름없는 속도감, 철저하게 계산된 트릭 그리고 생생한 캐릭터들 오랜만에 찾아온 재미있는, 본격 첩보 미스터리입니다. 조금씩 짧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길고 긴 겨울밤. 이불을 뒤집어쓰고 매혹에 빠질 소설로,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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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 침저어 <소네 게이스케> 저/<권일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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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저/<이덕형>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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