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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의 염세적 세계관이 집약된 곡 <교향곡 6번 a단조 ‘비극적’(Tragische)>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를 추모하며
오페라에서 교향곡, 협주곡에 이르기까지 아바도가 남긴 명연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아바도의 음악적 생애를 대표할 만한 레퍼토리는 역시 말러의 교향곡일 겁니다. 특히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해 녹음했던 말러의 교향곡들은 그의 대표작 리스트에서 빠질 수 없는 명연으로 남아 있지요.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 1933. 6. 26.-2014. 1. 20.) [출처: 위키피디아] |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 1933. 6. 26.-2014. 1. 20.) [출처: 위키피디아] |
드디어 연주가 끝났습니다. 지휘자 아바도가 휴, 하고 한숨을 내쉽니다. 구스타프 말러가 스스로 ‘비극적’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던 교향곡 6번. 자그마치 89분에 달하는 긴 항해였습니다. 무대와 객석은 잠시 정적에 휩싸였습니다. 포디엄에 선 아바도는 솟구치는 격동을 어쩌지 못하는 눈빛으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바라봅니다. 울음을 겨우 참는 것 같은 표정입니다. 그렇게 10초가량의 정적이 흐르고, 객석의 누군가가 큰 소리로 “브라보!”를 외칩니다. 이어서 터지는 박수소리. 온몸이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짜릿해집니다. 지난해(2006년) 8월, 스위스의 작은 도시 루체른에서 열렸던 연주회.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클라우디오 아바도(74)가 2003년 자신이 창단했던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말러의 교향곡 6번을 연주했습니다. 저는 며칠 전 국내에 출시된 DVD를 통해서야 당시의 감동을 맛봤지요. 비록 현장에서 확인한 실연(實演)은 아니었지만, DVD를 통해서도 벅찬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 아바도의 승리였습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아바도는 2000년 위암 수술을 받았지요. 1989년에 세상을 뜬 카라얀의 뒤를 이어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끌던 그는 건강 때문에 포디엄을 내려와야 했습니다. 이후에도 아바도의 병세를 둘러싼 소문은 흉흉했습니다. 외신을 통해 가끔 접할 수 있었던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몰골’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깡마른 데다 두 눈이 퀭했지요. 하지만 그는 2001년 5월 프랑스 ‘르 휘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음악만이 나를 구해줄 거라고 확신합니다. 동료 음악가들과 함께 연주하는 즐거움 때문에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처럼 아바도는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것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말러’로 돌아왔지요. 아바도는 자타가 공인하는 ‘말러 스페셜리스트’입니다. 32살이었던 1965년 독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데뷔 무대에서 빈필하모닉을 지휘하면서 선보였던 곡이 바로 말러의 2번 ‘부활’이었지요. 1989년 베를린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내정된 후 첫 콘서트에서 연주했던 곡은 말러의 1번 ‘거인’이었습니다. 이후에도 해마다 빼놓지 않고 말러를 연주했지요. 건강 탓에 베를린필의 음악감독을 더 이상 지탱하기 힘들게 됐을 때 고별 콘서트에서도 말러의 ‘7번’을 연주했습니다. 아바도는 그렇게 음악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말러와 함께 했습니다. 번호가 붙지 않은 ‘대지의 노래’까지 포함하면 말러가 완성한 교향곡은 모두 10곡입니다. 11번째 곡인 ‘10번’은 미완성입니다. 그중에서도 ‘6번’은 말러 애호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걸작이지요. 관악기와 타악기의 배치가 유난히 두드러진 이 음악은 일말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 ‘비극’입니다. 행진곡풍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는 1악장 첫번째 주제에서 이미 ‘비극적 좌절’을 예견하지요.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2주제에서 돌연 환한 햇살이 비쳐들지만 결국엔 이 햇살마저도 고독한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이 거대한 교향곡의 정점은 4악장이지요. 해머가 세 차례 커다랗게 작렬하는 순간, 삶은 순식간에 비극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쾅! 하면서 지축을 울리는 듯이 터져 나오는 해머의 격렬한 음향은 인생의 어느 길목에선가 느닷없이 만나는 운명의 타격을 닮았습니다. 하지만 고령(高齡)의 아바도는 ‘암’이라는 운명의 강펀치에도 굴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한창 투병 중이던 2003년부터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 매년 말러의 교향곡을 한 곡씩 연주했지요. 2번, 5번, 7번이 이미 DVD로 국내에 나와 있습니다. 이번에 만난 6번이 더욱 특별한 것은 아바도의 환한 표정 때문입니다. 속단은 어렵겠지만 그는 병마의 굴레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그는 이제 ‘비극’을 지휘하면서도 당당합니다. 암을 이기고 포디엄에 다시 선 74세의 마에스트로. 그에게서 전해오는 정신의 강인함 때문에 음악의 감동이 한층 크게 울려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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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강원도 묵호에서 태어났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에 소위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서양음악을 처음 접했다. 청년시절에는 음악을 멀리 한 적도 있다. 서양음악의 쳇바퀴가 어딘지 모르게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구 부르주아 예술에 탐닉한다는 주변의 빈정거림도 한몫을 했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음악에 대한 불필요한 부담을 다소나마 털어버렸고, 클래식은 물론이고 재즈에도 한동안 빠졌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재즈에 대한 애호는 점차 사라졌다. 특히 좋아하는 장르는 대편성의 관현악이거나 피아노 독주다. 약간 극과 극의 취향이다. 경향신문에서 문화부장을 두차례 지냈고, 지금은 다시 취재 현장으로 돌아와 음악담당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다.
2013년 2월 철학적 클래식 읽기의 세계로 초대하는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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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시대 작곡가 바흐부터 현대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레스까지! 인문주의자가 들려주는 음악가들의 생애와 시대 음악 담당기자이자 30여 년간 클래식 애호가로서 오랫동안 음악비평을 써온 저자가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를 통해 독자들에게 매혹적인 클래식 이야기를 펼쳐낸다. 기존의 클래식 교양서들에서 남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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