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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파워, 새 앨범 발표하고 단독 콘서트
"이제 선글라스 안 씁니다. 날것의 매력을 보여드릴게요!"
행주, 보이비, 지구인, 리듬파워 세 남자와의 진지하고도 장난기 가득한 인터뷰
행주 : “일반인 중에서도 제일 일반인 같죠, 고등학생 ‘양아치’ 같고(웃음).”
보이비 : “예쁘게 어려보이는 게 아니라 그냥 어려보이는 거고요(웃음).”
올해 스물아홉이 된 세 남자.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 소탈한 모습에 길거리에서 만났으면 그냥 지나쳤겠다는 말에 자조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그저 어떤 류의 철이 들지 않은 풋풋함이 남아 있다는 말이었는데요.
행주 : “음악도 그렇게 비춰질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친구들끼리 웃고 떠들다 만들어지는 곡도 많고, 그러다 보니까 다른 팀들보다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도 있고요.”
하긴 기자가 인터뷰에 앞서 ‘힙합’과 ‘뮤지션’이라는 어떤 고정된 틀을 이미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행주 : “저희는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니고요. 음악프로에 나가면 좀 불편할 정도예요. 그분들도 어려워할 거예요. 화려한 분들이 많잖아요. 키 크고 잘 생기고 노래 잘하고. 그런 곳에서는 무척 평범한 아이들이 튀어 보일 수도 있거든요. 거기에서 음악으로 승부해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팀이 되고 싶어요.”
보이비 : “장르적으로는 많이 열려 있어요. 어떤 분들은 ‘갈지 자(之)’ 행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모두 저희의 음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관통하는 것은 있어요. 넘치는 에너지와 셋이서 치고 박는 역동성. 기존 가요에 비해 덜 정제된 그런 음악을 하고 싶고, 저희 노래를 좋아하는 분들도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고요.”
노래 자체도 그렇지만 뮤직비디오를 봐도 그렇고 20대가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복고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지구인 씨의 독특한 하이 톤도 일조를 하는 것 같고, 이런 게 한국적인 힙합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지구인 : “비음이 세서 본능적으로 나오는 톤인데, 저도 제가 이런 랩톤을 가질지는 몰랐어요(웃음). ‘리듬파워’라는 곡이 방사능 시절에 장난스럽게 만든 곡인데 반응이 좋았고, 그걸 시발점으로 이런 음악을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90년대 댄스 음악을 좋아하는 공통점도 있고요. 서태지와 아이들, 젝스키스, H.O.T를 좋아했거든요. 자연스러운 힙합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어요.”
독특한 행보 덕분에 2010년 힙합 레이블 아메바컬쳐로 옮긴 리듬파워. 꿈같은 일이었지만, 동시에 ‘책임감’이 더해진 계기였습니다.
지구인 : “다이나믹듀오 형들이 저희 우상인데 가족이 됐으니까 정말 멋진 일이죠. 싸인 받으러 다니던 형들과 계약을 한 거잖아요. 아메바컬쳐에 들어오는 게 제가 그렸던 영화의 마지막이라면 지금은 그 다음 이야기랄까요? 취미였던 음악이 일이 되니까 힘든 것도 같고, 회사와 계약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어떤 틀에 갇힌 것 같아요. 그걸 좀 뛰어넘어야죠.”
행주 : “저희끼리 놀 때는 제한이 없잖아요, 법적으로 문제만 안 되면. 스태프가 생기고 회사 가족이 생기니까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게 많아져요. 성과를 보여야 하고, 피해를 입히면 안 되고, 고마운 게 많으니까 보답도 해야 하고. 셋이서 오케이하면 바로 실천하는 게 저희의 매력이었다면, 그걸 타협해 가는 과정에서 변화가 되기도 하고요.”
보이비 : “막연히 생각한 일들을 일로 하고 있으니까 좋죠. 그렇게 못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저희를 둘러싼 예산도 커지고 하다 보니까 음악 외에 개입되는 것들도 분명히 생기고, 그런 과정에서 처음 가졌던 마음가짐이 아쉽기도 해요. 일로서 완벽하게 책임을 져야 하니까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때도 예전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새 음반 <월미도의 개들>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나 봅니다.
지구인 : “솔직히 그간 무언가 우왕좌왕한 느낌이 있어요. 아메바컬쳐 색깔에 묻어가려거나 잘 되는 음악을 하려고 했던 것도 같고요. 그래서 이번 음반은 저희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편하게 했어요. 초심으로 돌아가되 분명히 발전한 면들도 있고요.”
<월미도의 개들>이라는 앨범 제목이 독특합니다. 인천에 대한 유별난 사랑을 드러내는 이유가 있을까요?
지구인 : “그동안 저희가 웃고 떠들면서 했던 것들을 키치하게 받아들여줬어요, B급 감성이라고. 저희가 생각하는 B급은 모자라서가 아니라 주류의 문화를 완벽하게 이해한 상태에서 조금씩 비틀면 B급이 되는 것 같거든요. 이번 트랙들을 보면 그런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어요. <월미도의 개들>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을 패러디한 건데, 저희는 날것인 상태가 멋있다고 생각하고, 앨범을 들어보시면 제목이 많이 와 닿을 거예요.”
행주 : “저희가 인천을 자꾸 강조하는 건 단순히 저희가 사는 곳이 인천이기 때문이에요. ‘내가 이 구역 출신’이라고 말하는 게 외국 힙합 문화에서도 많이 있고요.”
지구인 : “셋이 인천에서 자랐기 때문에 모든 추억이 그곳에 있고, 그렇다 보니 음악에도 자연스레 녹아들고요. 인천 사람들도 지방색이 있는데, 뭔가 ‘싼 티’ 나는 그런 걸 저희 모두 갖고 있고요(웃음).”
리듬파워는 이번 앨범에서 더블 타이틀로 활동에 나섭니다. 기존 기조를 유지하는 ‘왕좌의 게임’과 달달한 노래 ‘Stupid Love'가 바로 그것. 리듬파워가 달달한 노래를?
보이비 : “남자다보니까(웃음). 순수하게 만든 곡이고 굉장히 좋은 곡이에요. 자칫 요즘 인기 많은 랩 장르에 편승해서 만든 곡으로 오해받을까봐 걱정했었는데, 저희를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곡이랑 같이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1월 25일 홍대 예스24 무브홀에서는 <2014 리듬파워 집중력 콘서트>가 예정돼 있습니다. 활동기간에 비해 꽤 늦은 감이 있는 첫 단독 콘서트인데요.
행주 : “앨범을 만들 때는 신나게 만들지만 이후에 곱씹어보면 아쉬운 부분도 있고, 그러다 보니 늦어진 것 같아요. 대중에게 재미만 주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보이비: “2008년부터 활동했으니까 그래도 곡들이 꽤 많아요. 예전 곡들부터 신곡까지, 그래서 예전 팬들부터 최근에 저희를 좋아해준 분들까지 많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
동료 뮤지션들의 축전에 화려한 게스트, 리듬파워 멤버들의 애장품 증정까지 준비했습니다.
보이비 : “다른 가수 분들의 축전을 좀 땄어요. 엑소, 나인뮤지스... 그런데 엑소가 거의 콘서트에 올 기세더라고요. 워낙 바쁜 친구들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공연하다 2층을 보시면 혹시... 너무 팔아먹나(웃음)?”
행주 : “너무 ‘팔아먹어서’ 언제 그분들 목숨이라도 구해줘야 할 것 같아요(웃음). 저희 회사 가족들은 다 와서 도와주시고요. 애장품은 솔직히 1등급 애장품은 못 내놓겠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의미 있는 것들로 준비했어요. 이걸 드렸을 때 저희도 많이 속상하지 않으면서 의미는 있는 것들.”
리듬파워 세 남자. 처음에는 평범하더니, 조금 지나니 진지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어쩔 수 없는 재기발랄한 모습들이 나옵니다. 이러다가는 인터뷰를 끝낼 수 없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어떤 뮤지션으로 걸어가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지구인 : “어릴 때 교실 뒤에서 말했던 꿈이 현실이 되면 멋지잖아요. 그렇게 되는 과정에 주류가 있고 또 제도권이 있다면 그런 것을 항상 비웃고 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떤 시스템에 속하다 보니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고, 방송사에 가서 졸기도 했는데. 그래서 선글라스도 썼던 것 같아요. 저희는 다른데 말이죠. 저희가 가진 날것의 매력을 계속 가져가되, 멋지게 비웃을 날이 오도록 계속 우리 자리를 지키고 싶어요.”
(그럼 앞으로는 선글라스 안 쓰나요?)
행주 : “이번 앨범부터는 선글라스 안 씁니다, 방사능 때처럼. 사실 이런 걸 무척 어색해 했는데, 어느 순간 ‘왜 그랬지?’ 싶더라고요. 연예인이라고 하면 화려하고 멋진 것만 생각하는데, 그중에 오히려 저희를 멋지게 생각해주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뭐랄까, 연예인의 연예인이 되고 싶어요.”
보이비 : “다른 사람들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뮤지션이 되고 싶고, 개인적으로는 진짜 멋진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언젠가 누가 들어도 정말 멋진 앨범을 내놓고 싶어요.”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