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꾼은 사랑하면 안 되는 거였어!
도박과 마약에 취한 죄인들로 득실득실한 브로드웨이. 이 브로드웨이에 약혼한지 14년째 된 커플이 있다. 아무리 경찰이 쫓아도 판을 벌일 장소를 귀신같이 물색하는 네이슨과 클럽 HotBox에서 최고의 스타로 꼽히는 아들레이드다. 2시간 마다 만나도 보고 싶어 어쩔 줄 몰라 하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네이슨의 말에 아들레이드는 타는 가슴만 부여잡고 있다.
꽃답던 시절은 흐르고 이제는 중년의 나이를 바라보는 네이슨과 아들레이드의 ‘그럼에도’ 알콩달콩한 사랑이 이야기의 주축이 된다. 그리고 이 불량한 도시 브로드웨이에 내기의 천재 스카이가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더욱 팽팽해진다. 장소를 빌릴 돈이 없는 네이슨이 스카이와 내기를 하는데, 바로 이 도시의 악인들을 하얗게 세탁하고 싶어하는 선교사 사라를 꼬셔 쿠바 하바나에 데려가는 것. 천 불을 건 내기에 스카이는 사라를 유혹하고, 사라는 스카이의 본심을 알면서도 그의 매력에 마음이 흔들리고 만다.
네이슨과 스카이, 도박 밖에 모르는 이 두 건달들에게 마음을 뺏긴 아들레이드, 그리고 사라. 두 아가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이성으로 생각하면 ‘저런 도박꾼, 건달과는 상종도 하지 말았어야’했고, ‘사랑에 빠지다니 가당치도 않은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 남자만 생각하면 마음이 설레니 말이다. 사랑을 피하는 일은 어쩔 수 없으니 인정한다 치고, 결국 두 사람은 이 남자, 건달들을 내 남자로 바꿀 궁리를 한다.
그 남자, 정말 바꿀 수 있을까요?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은 1929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 남녀의 사랑이야기다. 세월이 변해도 변치 않는 남자들, 그리고 여자들의 이야기는 오랜 시간 동안 사랑 받고 이렇게 2013년까지 당도한 로맨틱 코미디물의 고전이다. 인생은 한방!이라고 외치며 무모한 도전을 펼치는 남자와 이 사람, 바꿀 수 있을까요? 고민하는 여자들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남자와 여자의 속성인 셈이다.
<아가씨와 뮤지컬>은 화려한 무대 배경. 무대 위로 올라온 브라스 밴드의 라이브 연주, 잘 차려입은 남자와 여자들의 군무 등으로 브로드웨이의 대표적인 쇼 뮤지컬로 꼽히는 작품. 압구정 BBC 씨어터에서 공연되는 2013년도 버전
<아가씨와 건달들>에는 김다현, 류수영, 송원근, 김지우, 이하늬, 박준규, 신영숙, 구원영 등이 열연한다.
한판의 도박 같은 인생. 도박 같은 연애! 아마 이 작품이 오랜 시간 동안 관객들에게 잊히지 않는 까닭도 ‘한 판’이라는 도박에 빗댄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하기 때문일 터. 작품 속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입장도 차이가 있다.
도박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남자들이 인생 한판, 도박하듯 살자!고 외칠 때, 여자들은 오랜 시간을 함께 하고, 오랜 시간의 힘으로 삶과 사랑이 변하길 꿈꾼다. 어느 쪽이 근사한 판타지일까? 살면서 우리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놓지 못하는 판타지가 무대 위에서 유쾌하게 그려진다.
남자, 여자의 본질적인 속성을 강조한 캐릭터들은 2013년도에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아무리 새 옷을 입혔다고 해도 지고지순한 여자, 터프한 남자 캐릭터가 전형적으로 느껴지는 것만큼은 피하기 어렵다. 순수하고 마냥 순진한 여주인공 사라보다는 오히려 남자친구가 결혼얘기를 좀체 꺼내지 않아 안달복달하면서도, 언제나 마음의 희로애락을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하는 쇼걸 아들레이드가 훨씬 매력적이다.
캐릭터는 새로운 맛이 없지만, 고전의 멋을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익숙하고 유쾌한 이야기인만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무대다. 화려한 뉴욕의 거리, 현란한 하바나의 분위기를 무대 위에 옮기고, 브라스 밴드의 근사한 연주가 더해져 애인 혹은 가족과 함께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만한 작품이다. 2014년 1월 5일까지 압구정 BBC 씨어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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