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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더 나은 남자는 없죠, 섹시한 스카이 김다현
섹시한 승부사, 그러나 건달 스카이
'새롭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았다'라는 <아가씨와 건달들>의 2013년 버전 홍보문구는 김다현을 두고 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그와의 인터뷰.
김다현의 고민이 시작됐다. 한없이 묻어나는 진지함 가득한 눈으로 마초적인 상남자와 여심을 사로잡는 섹시 가이, 사랑하는 그녀에게만은 위트 넘치는 남자로 3단 변신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
“<아가씨와 건달들>이 그렇게 코믹한 작품인 줄 몰랐어요. 그래서 걱정이에요. 섹시하고 멋있는 줄만 알았는데 재미있게도 표현해야 해서 상당히 어렵더라고요.”
브로드웨이의 고전 뮤지컬, 도박이 전부이던 남자와 선교가 전부이던 여자가 만나 벌이는 로맨스 <아가씨와 건달들>은 1983년 한국에서 초연한 이후 올해로 벌써 17번째다. 그간 변모하기도, 그러면서 발전하기도 한 이 작품, 믿고 보게 하는 콤비, 이지나 연출과 김문정 음악감독에 의해 2011년에 이어 한층 더 유쾌, 상쾌, 발랄해졌다.
“도박에 이기기 위해서 거짓말도 하고 어떤 선에서 벗어나는 행동들도 하지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게 재미있어야 하거든요. 그렇다고 개콘처럼 코미디로 갈 수는 없고요. 그래서 상당히 어려워요. 다른 연기들은 진정성을 가지고 오리지널 감정으로 표현을 해야 한다면 이 작품은 포커 페이스로 긴 대사, 긴 씬을 노래 없이 가야해서 지루하면 안 되거든요. 스카이는 코믹과 재미를 적절히 구사하면서 섹시해야 하고 또 상남자스러워야 해요. 그래서 고난이도 테크닉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그는 진정성을 바탕으로 기술적인 면과 감각적인 면을 잘 살리기 위해 계속 연구 중이다. 공연에 돌입해서도 관객들과의 호흡에 따라 그의 ‘스카이’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김다현이 이해하는 스카이:
“승부사죠. 진정한 도박꾼이지만 인간미가 있는 남자. 마초의 느낌도 있지만 사랑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면서 사랑을 찾아가는 남자예요. 오랜 세월을 같은 방식으로 살았던 남자가 한 순간에 변할 수 있을 만큼 사랑의 힘이 크다는 걸 알게 되죠. 도박 밖에 모르던 남자가 사랑으로 인해 모든 걸 버릴 수 있으니까요.”
김다현이 이해할 수 없는 스카이:
“허세요. 저는 진정성 있는 남자죠.”
아하, 그렇다면 마초적이란 얘기도 들어본 적은 없다?
“저 은근히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절 부드럽고 조용하다고 알고 있지만 잘 아는 사람은 마초적이라고들 해요. 한 열 번 만나보면 알 수 있어요.”
진정성은 있지만 마초적인 남자 김다현, 철없는 남자들 투성이인 <아가씨와 건달들>의 건달들에 대해서는 몇 % 닮아있을까?
“남자는 원래 철이 없어요. 그게 좋은 거죠.”
기자는 다급히 여자들은 그런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보았지만...
“그건 방어막이죠. 조금 더 어눌하게 살 수 있고, 인생을 바보 같이 살라는 말도 있잖아요. 남자들의 세계가 특히 일이나 돈에 있어서 항상 전쟁이거든요. 경쟁 속에서 살다보니 지치거나 딜레마에 빠졌을 때 차라리 조금 철이 없을 필요가 있죠. 저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고요. 그럴 때 그게 하나의 휴식이 될 수도 있고, 나를 좀 내려놓고 숨 한 번 돌릴 수 있는 순간이 되거든요. 그래서 남자는 죽기 전까지 철이 안 드는 게 아닐까.”
처음과 달리 말할수록 스카이적인 이 남자, 그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대사 한 마디를 꼽아 달랬더니,
“ ‘Luck Be A Lady’ 부르기 전 장면인데요. 옆에 있던 도박 건달들이 가만히 있을 때 한 마디 해요. ‘왜 떨려? 난 한 판에 10만 불도 거는 사람이야. 하지만 이건 돈만 걸린 문제가 아니라서...’ 하는 장면이 있어요. 여기에서 이겨야 사라에게 죄인들(도박꾼들)을 데려갈 수 있거든요.”
눈에 힘 가득 주고 ‘행운의 여신이여’를 부를 가장 마초적인 순간의 스카이가 눈앞에 그려진다. 이 장면, 부디 떨지 말고 보시길.
2013년 <아가씨와 건달들>에는 유독 전문 뮤지컬 배우보다 뮤지컬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다량의 끼를 분출할 배우들이 참여한다. 따지고 보면 그 역시 마찬가지. 어려서부터 변하지 않던 꿈이 뮤지컬배우였지만 가수로 먼저 발을 내딛었으므로. 그래서 함께 하는 배우들에게 해줄 말도 많다.
“뮤지컬 시장이 넓어지고 있고, 다양한 분야의 분들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해 좋게 생각해요. 그런데 본인이 좋아서 했으면 좋겠어요. 즐겼으면 좋겠고. 열정이 있는 만큼 스트레스는 더 받을 거예요. 하지만 그 열정과 스트레스는 자신을 키울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한 번 해볼까 하는 게 아니라면 자신이 결정한 만큼 무대 위에서 책임을 졌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 역시 열정과 스트레스로 점철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는 처음부터 데뷔하자마자 주인공만 맡으면서 주위에서 잘 한다고 하니까 진짜 잘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발전하지 못하고 안주하려고 했던 때가 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모니터를 항상 해요. 같은 작품을 하면서도 매회 모니터를 하거든요. 한 회, 한 회를 그냥 쉽게 넘어가지 않거든요. 공연을 많이 하면 할수록 베스트가 되어야 하잖아요. 잘 했던 부분도 실수할 수도 있으니까 계속 체크하죠. 그렇게 모니터를 하니까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더라고요.”
‘원래 잘 해서 잘 하는 배우’로 널리 알려진 건 아니었던 셈. 어쨌든 매회 모니터를 한다는 김다현, 그렇다고 마지막 공연이 제일 베스트라는 얘기냐면 그건 또 아니란다.
“마지막 공연은 평균 정도예요. ‘막공’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더 즐기면서도 최선을 다하려고 하다 보니 더 그래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욕심이 나서 그런 것 같아요. 오히려 마지막 공연 전 주나 전전 주 공연이 더 나아요.”
물론 초반 공연은 신선함으로, 중반은 무르익음으로, 막공은 물론 기념비적이라는 맛이 있다. 이러니 회전문 관객이 생길 밖에...
기자 역시 뭇 기사들의 제목에 숱하게 낚이며 툴툴댐에도 바로 위와 같은 제목을 꼭 뽑게 된다. 또 한 명의 스카이 류수영과 동갑내기라 금세 친해진 김다현, 류수영에게 뮤지컬은 처음이라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그런데 자신과 다른 점으로 정말 이미지부터 꼽았다.
“수영이가 좀 도박꾼처럼 생기지 않았어요?(웃음) 캐릭터와 상당히 잘 어울려요. 수영이가 가지고 있는 생활패턴이 긍정남이잖아요. 모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처럼. 내기에 잃어도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날 수 있어 보이잖아요. 몰락하는 사람들이 본전 찾으려고 자꾸 하다가 잃게 되는 거거든요. 수영이 같은 마인드는 지워버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죠.”
결국은 배우 류수영에 대한 칭찬이었다는 얘기. 그렇다면 류수영 스카이의 긍정남 이미지에 맞서는 김다현의 스카이가 지닌 매력은?
“남자가 섹시할 때가 자기 일에 빠져서 열심히 할 때, 등줄기에 땀이 날 때 뭐 이런 거잖아요. 직업이 도박꾼이어서 그렇지, 자기 일에 대한 열정이나 신념, 도박에 대한 소신이 잘 비쳐지거든요. 저는 수트를 입은 비주얼적인 면보다 내면의 아름다움과 섹시함으로 승부를 걸죠. 사라 역시 스카이의 겉모습이 아닌 속마음이거든요. 내기로 약속을 하잖아요. 내기라는 포장 안에 내가 한 약속은 꼭 지킨다는 소신 있는 모습이 충분히 매력적이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건달의 허세가 아니라 진정한 남자의 소신 있는 약속이란 말이다. 어느 쪽 스카이에 빠지든 상관없지만 여성 독자 여러분, 현실 속에선 도박꾼 건달만은 만나지 말자.
일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쏘다닌 지 벌써 15년.
취미는 일탈, 특기는 일탈을 일로 승화하기.
어떻게하면 인디밴드들과 친해질까 궁리하던 중 만난 < 이예진의 Stage Story >
그래서 오늘도 수다 떨러 간다. 꽃무늬 원피스 입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