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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의, 바이올린에 의한, 바이올린을 위한 -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d단조 BWV 1004>
아내를 잃은 슬픔을 담아낸 음악이 아니다?
이번에는 ‘G선상의 아리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에 필적할 만큼 자주 검색되는 또 하나의 단어를 떠올려보겠습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샤콘느’(chaconne)입니다. 이 곡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d단조’의 마지막에 놓여 있는, 그러니까 다섯번째 곡입니다. 바흐 사후에 오랫동안 연주되지 않다가 브람스와 부조니에 의해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됐지요.
이번 글도 지난 회와 같은 방식으로 시작합니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바흐의 음악 가운데 한국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검색하는 것은 ‘G선상의 아리아’입니다. 그래서 지난 회에 그 곡을 모티브로 삼아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D장조’를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G선상의 아리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에 필적할 만큼 자주 검색되는 또 하나의 단어를 떠올려보겠습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샤콘느’(chaconne)입니다. 이 곡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d단조’의 마지막에 놓여 있는, 그러니까 다섯번째 곡입니다. 바흐 사후에 오랫동안 연주되지 않다가 브람스와 부조니에 의해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됐지요. 이렇게 한 곡만 발췌해 편곡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G선상의 아리아’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샤콘느’는 애초에 멕시코 지역에서 발원한 춤곡. 17세기 무렵에 제국주의 강국이었던 스페인에 의해 유럽으로 전해지게 됩니다. 특히 스페인과 인접했던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에서 유행했습니다.
바흐의 ‘샤콘느’와 더불어 오늘날 우리가 애청하는 또 하나의 ‘샤콘느’가 있지요. 바로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토마소 안토니오 비탈리(1663~1745)의 ‘샤콘느’입니다. 토마소 비탈리는 역시 작곡가였던 지오반니 비탈리(1632~1692)의 아들이지요. ‘비탈리 패밀리’는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의 유명한 음악 가문입니다. ‘샤콘느’의 작곡자로 알려져 있는(실제로는 그가 작곡하지 않았나는 ‘설’도 있습니다) 토마소 비탈리의 아들도 역시 바이올린의 명수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쨌든, 오늘날 우리가 애청하는 이 또 하나의 샤콘느는 ‘비탈리의 샤콘느’라고 흔히 불립니다. 아마도 바흐가 작곡한 ‘샤콘느’와 구분하기 위해서인 듯합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비탈리의 ‘샤콘느’에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습니다. 그만큼 곡의 선율이 진한 슬픔을 묘사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반면에 바흐의 ‘샤콘느’는 상당히 절제된 슬픔을 묘사하고 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비탈리가 슬픔을 날것 그대로 토해내는 것과 달리, 바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의 전체적 조화와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이탈리아와 독일의 감성적 차이일 수도 있겠지요.
바흐는 아무런 반주 없이 첼로 한 대만으로 연주하는 6곡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BWV 1007~1012)을 남긴 것처럼, 바이올린을 위해서도 역시 무반주 모음곡을 남겨 놓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인데, 이 음악도 역시 소나타 3곡과 파르티타 3곡, 그러니까 전부 6곡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제가 <내 인생의 클래식 101>의 첫번째 컬럼이었던 ‘골드베르크 변주곡’ 편(2012년 9월 25일자 //ch.yes24.com/Article/View/20656)에서 ‘바흐가 3이라는 숫자를 좋아했다’고 언급했던 것을 다시 떠올려보셔도 좋겠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3’입니다.
젊은 시절의 바흐(1715) [출처: 위키피디아] |
p.s. 이 글을 쓰면서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이 연주한 음반(DG)을 두 번 들었습니다. 독일에서 태어난 이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는 이제 스물여섯 살입니다. 이 음반을 녹음한 시기는 2년 전이나 3년 전이었을 테니, 겨우 스물 서너 살 때였습니다. 한창 자신을 멋지게 드러내고 싶어할 나이지요. 그런데 이 연주에서는 그런 낌새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의 연주자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바흐의 음악에 온전히 집중하려는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주 담백한 연주입니다. 추천음반 목록에는 올리지 않았지만 일청(一聽)을 권합니다. | ||
관련태그: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샤콘느
1961년 강원도 묵호에서 태어났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에 소위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서양음악을 처음 접했다. 청년시절에는 음악을 멀리 한 적도 있다. 서양음악의 쳇바퀴가 어딘지 모르게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구 부르주아 예술에 탐닉한다는 주변의 빈정거림도 한몫을 했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음악에 대한 불필요한 부담을 다소나마 털어버렸고, 클래식은 물론이고 재즈에도 한동안 빠졌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재즈에 대한 애호는 점차 사라졌다. 특히 좋아하는 장르는 대편성의 관현악이거나 피아노 독주다. 약간 극과 극의 취향이다. 경향신문에서 문화부장을 두차례 지냈고, 지금은 다시 취재 현장으로 돌아와 음악담당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다.
2013년 2월 철학적 클래식 읽기의 세계로 초대하는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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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시대 작곡가 바흐부터 현대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레스까지! 인문주의자가 들려주는 음악가들의 생애와 시대 음악 담당기자이자 30여 년간 클래식 애호가로서 오랫동안 음악비평을 써온 저자가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를 통해 독자들에게 매혹적인 클래식 이야기를 펼쳐낸다. 기존의 클래식 교양서들에서 남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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