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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선상의 아리아’ 세상에 알려지게 된 배경은? - 바흐, <관현악 모음곡 3번 D장조 BWV 1068>
<관현악 모음곡> 어려운 음악이 아니다!
‘G선상의 아리아’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도 <관현악 모음곡> 전곡을 차분히 감상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좋은 점은 있지요. ‘G선상의 아리아’가 많은 이들을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으로 안내하는 단초가 돼준다는 것입니다. 이 5분 남짓한 소품을 이미 여러 번 들어 익숙해진 당신이 내친 김에 <관현악 모음곡> 3번까지 들어보는 것. 더 나아가 <관현악 모음곡> 전곡을 들어보는 것. 그것이 이 칼럼의 목적입니다.
바흐의 음악 가운데 어떤 곡을 좋아하십니까? 한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바흐’를 입력해 봤더니 동시에 뜨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G선상의 아리아’입니다. G선은 바이올린의 현(絃) 중에서 가장 낮은 소리를 냅니다. 바이올린의 현은 모두 4개로 이뤄져 있지요. 음역이 높은 순으로 E현, A현, D현, G현입니다. 따라서 ‘G선상의 아리아’는 음역이 가장 낮은 G현으로 연주하는 아리아(노래)라는 뜻입니다. 아리아(aria)는 이탈리아식 표기입니다. 프랑스어로는 에르(air), 영어로는 에어(air), 독일어로는 아리어(Arie)로 발음합니다.
아우구스트 빌헬르미(August Wihelmi) [출처: 위키피디아] |
“클래식 음악이 왕궁과 귀족의 성에서 벗어난 것은 18세기 후반부터입니다. 음악사적으로 보자면 하이든 후기와 모차르트의 시대였지요. 그때부터 클래식은 부르주아의 음악, 다시 말해 시민계급의 여흥으로 자리잡아가기 시작합니다. 시민들이 콘서트홀 객석의 다수를 차지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악보 출판과 악기의 개량ㆍ보급이 속속 이어지면서 보통사람들이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것으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이처럼 클래식은 사회 체제의 변동과 함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변화합니다. 다시 말해 클래식은 어려운 음악도 아니고 특별한 사람들만 즐기는 고급한 음악도 아닙니다. 18세기 후반부터 따지자면 세월이 200년이 넘게 흘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뭔가 좀 찜찜하지요. 뭔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클래식은 ‘나’와는 왠지 거리가 먼 음악처럼 자꾸만 느껴지지요? 그렇습니다. 클래식은 여전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입니다. 왜 그럴까요? 클래식이 자꾸 멀게 느껴지는 이유! 그것을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우리가 너무 바쁘게, 정신없이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알려져 있듯이 한국인들의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깁니다. 그렇게 바쁘게 일해도 생계가 그리 풍족하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게다가 일 외에도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술도 먹어야 하구요, 스마트폰으로 SNS도 해야 하고, 주말에는 등산을 가거나 골프도 쳐야 합니다. 그밖에도 할 것들이 주변에 가득 널렸습니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조용히 혼자 있을 시간이 거의 없는데다가, 심지어 현대인들은 그 ‘혼자 있음’을 두려워하기까지 합니다. 사정이 그러니 언제 음악을 듣겠습니까? 이제 눈치 채셨겠지요? 그렇습니다. 음악을 들으려면 시간(여유)이 있어야 합니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가장 큰 차이? 그것은 바로 ‘음악의 길이’입니다. 대중음악은 5분을 넘는 곡을 찾기 어렵지만 클래식은 적으면 30분, 길게는 3시간에 달하는 음악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 클래식을 즐기려면 시간을 투자하는 게 기본입니다. 한데 실제 현실 속에서 그것이 참으로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음악이 멀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 ||
관련태그: 바흐, 관현악 모음곡 3번, G선상의 아리아, 아우구스트 빌헬르미
1961년 강원도 묵호에서 태어났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에 소위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서양음악을 처음 접했다. 청년시절에는 음악을 멀리 한 적도 있다. 서양음악의 쳇바퀴가 어딘지 모르게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구 부르주아 예술에 탐닉한다는 주변의 빈정거림도 한몫을 했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음악에 대한 불필요한 부담을 다소나마 털어버렸고, 클래식은 물론이고 재즈에도 한동안 빠졌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재즈에 대한 애호는 점차 사라졌다. 특히 좋아하는 장르는 대편성의 관현악이거나 피아노 독주다. 약간 극과 극의 취향이다. 경향신문에서 문화부장을 두차례 지냈고, 지금은 다시 취재 현장으로 돌아와 음악담당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다.
2013년 2월 철학적 클래식 읽기의 세계로 초대하는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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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시대 작곡가 바흐부터 현대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레스까지! 인문주의자가 들려주는 음악가들의 생애와 시대 음악 담당기자이자 30여 년간 클래식 애호가로서 오랫동안 음악비평을 써온 저자가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를 통해 독자들에게 매혹적인 클래식 이야기를 펼쳐낸다. 기존의 클래식 교양서들에서 남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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