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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진짜 사나이’인가?

우정의 무대에서 진짜 사나이로, TV 속 군대의 변화 진짜 사나이를 보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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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거탑'이 시트콤을 통해 군대신드롬을 일으켰다면 이 열기를 그대로 이어받아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에 접목한 것이 바로 MBC '진짜 사나이'다. 처음에는 성공을 의심했었다. 군대라는 진부한 소재와 연예인들의 병영체험이 얼마나 재미를 줄 수 있겠느냐는 노파심이었다. 하지만 제작진들은 시청자의 한 수 위였다.

MBC의 대표적인 주말 예능프로그램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24년 만에 <일밤>으로 이름을 바꿨다. 단순히 분위기를 바꾸고자 한 시도가 아니었다. 전통을 지닌 이름을 요즘 시청자들이 흔히 부르는 줄임말로 바꿈으로써 철저히 새로운 입맛에 맞추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그 뒤로도 연이은 시청률 하락의 늪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준 것이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이었다. <아빠! 어디가?>는 SBS <붕어빵>의 리얼 버라이어티 버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 사나이>는 왜 갑자기 군대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의문은 방영 4개월 만에 군대 신드롬이 되어서 돌아왔다.


군대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의 시초는 <우정의 무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저기 뒤에 계신 분이 저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란 외침과 함께 이어서 흐르는 배경음악에 군복을 입은 아들과 한복을 입은 어머니는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자기 어머니가 아닌 줄 알면서도 쇼맨십에 나왔던 군인도 방청을 하던 군인도 함께 울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시청자도 함께 울었다.


흔히 군대는 남자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일단 남자는 군대를 갔다 온 남자와 가지 않은 남자로 나뉜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어머니와 여자친구, 누이가 있다. 그렇게 따지면 대한민국에서 군대와 얽히지 않은 사람은 없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겪지 않았더라도 친구나 애인, 오빠, 동생, 아들이 겪은 일이 되기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세계 유일의 현존하는 분단국가라는 현실이 하나의 동지의식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초기의 군대 예능은 감동이었다. 철저히 힘든 곳에서 고생하는 군인들을 위한 눈물 짜내기였다. 그 흐름을 바꾼 것이 지난해부터 방송된 tvN의 <푸른거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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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거탑>은 철저히 군대 갔다 온 남성들을 위한 예능이었다. 물론 군대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여성이나 입대를 앞둔 청년들에게는 호기심이 생겨서 프로그램을 볼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진실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재미가 반감된다. 현역만이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에 시트콤 특유의 과장과 익살이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냈다. 현실에 기반을 둔 체험 같은 에피소드와 어느 부대에나 있을 법한 계급별 캐릭터를 만들어냈기에 가능한 인기였다. 예능프로그램을 위해서 실제 부대를 빌려준 것도 <푸른거탑>이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이때부터 군대 또한 기존의 엄숙한 이미지를 버리고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푸른거탑>이 시트콤을 통해 군대신드롬을 일으켰다면 이 열기를 그대로 이어받아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에 접목한 것이 바로 MBC <진짜 사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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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성공을 의심했다. 군대라는 진부한 소재와 연예인들의 병영체험이 얼마나 재미를 줄 수 있겠느냐는 노파심이었다. 제작진들은 시청자의 한 수 위였다. 기존의 병영체험이 일회성으로 끝난 반면 조금 더 깊이 들어가 연예인들에게 실제 이등병의 계급을 주고 철저히 군대 내부에 침투시켜 그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100% 실제 군 생활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단 방송 카메라에 빨간 불이 켜진 순간 그들에게 무서운 건 시청자가 아니라 간부가 되기 때문이다.


<진짜 사나이>의 성공 요인인 군 생활이 아니라 캐릭터에 있었다. 군대는 사실 매력적인 소재는 아니다. 전쟁 영화에 길들여진 시청자라면 현실을 보고 실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포커스를 군대가 아닌 군 생활에 맞춘 것이다. 처음부터 함께 한 시청자라면 어느새 그들과 함께 일병이 되어 있을 것이다. 즉 갓 입대한 이등병에서부터 일병이 되어 후임을 받고 상병과 병장을 거쳐 제대하기까지 시청자는 그들의 성장 스토리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 흥미를 주려면 많은 장애물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 부대에 국한된다면 장애물 또한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부대를 이동하면서 시청자와 함께 군대라는 상황 속에서 레벨을 올려가고 있는 것이다.


<진짜 사나이> 속 군대는 상당히 진지하다. 배테랑 배우인 김수로와 서경석부터 구멍병사 샘 헤밍턴과 열혈병사 장혁, 아기 병사 박형식에 이르기까지 어디까지가 연기이고 실제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그들의 표정은 내가 군대에서 겪었고 보았던 것들 그대로이다.


여기에는 군대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그대로 담겨있다. 지금은 폐지된 연예병사 제도, 물론 효율성만 따지자면 연예인들이 입대해서 현역과 똑같은 훈련을 받는 것보다 여러 부대활동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게 더 많은 이익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정할 수 없는 논리이다. 하지만 왜 연예인만 그런 논리를 적용해야 하냐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그리고 징병제인 우리나라의 현실은 아직도 군대를 있는 놈들은 가지 않아도 되는 불평등의 상징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있다. 그런 사회적 인식과 일부 연예 병사들의 잘못된 행동이 맞물려 결국 연예병사 제도의 폐지로까지 이어졌다.


얼마 전 SBS <정글의 법칙>에서 오종혁이 다른 멤버들은 열심히 불을 피우고 있는데 그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논란이 됐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오종혁은 해병대에서 열심히 복무했기 때문에 까방권(까임방지권)을 적용해 그를 까지 말자는 누리꾼의 댓글이었다. 그 말은 성실하게 군 복무를 하면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뜻이고 그것은 더 이상 성실한 군 복무가 일반적이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는 뜻이다.


열심히 군 생활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 되어 버린 사회에서 7명의 연예인들은 다시 재입대를 했다. 육군사관학교 수석입학을 하기도 했던 서경석과 외국에서 온 샘 해밍턴, 열혈병사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장혁 그리고 아직 입대 경험이 없는 아기 병사 박형식까지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들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과연 진짜 사나이란 무엇이냐고 말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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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창순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내딛은 신입기자. 한 후배는 한 번도 먹어 보지 않은 젤리 같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공연과 영화, 전시회를 보고 누리꾼들과 소통하는 지식소매상. 내가 쓴 글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대신 그래도 세상은 움직이고 있다는 희망의 증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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