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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울하고 기괴하지만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본 듯한 느낌?! - 404(사공사)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유니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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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질주하는 스릴러 영화를 본 듯하다. 앨범 초반부터 듣는 이를 압박하면서 기싸움을 펼친다. 인정사정없는 몰아침 속에서 의도적으로 파놓은 함정 속으로 나도 모르게 빠지고 놀라기를 반복하면서 처절한 사투의 끝을 향해 치닫는다.

404(사공사) <4>

음울하고 기괴하다. 2인조 록 밴드 404의 음악에 대한 첫인상을 말하자면 그렇다. 어두운 분위기에 특별히 귀를 끌어당기는 멜로디 라인이나 곡 구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잘게 쪼개진 드럼이 만드는 리듬과 혼란스러운 기타 리프 음습한 목소리가 404의 음악을 이루는 요체다. 분명 쉽게 들리는 음악은 아니다.


문득 떠오르는 불쾌한 인상에도 404의 첫 정규 앨범 < 1 >은 좋은 앨범이었다. 난해한 리듬과 멜로디의 미로를 헤매면서도 독특한 기승전결은 주제를 흐트러뜨리지 않았고 갑자기 뒤통수를 맞는 상황이 펼쳐진다. 「검은 바탕 위 흰 점들」에서 앨범은 스스로가 가진 내러티브를 폭발시켰고 그 순간은 잡히지 않을 것 같던 소리들이 명료하게 정렬되는 경험을 안겨주었다.

< 4 >의 가장 큰 미덕은 < 1 >의 장점을 그대로 전해 받았다는 점에 있다. 사물놀이와 같은 국악 리듬을 연상시키는 드럼은 여전히 날카로우며 살풀이 하듯이 흩뿌려지는 기타와 보컬은 종전의 서늘함을 그대로 유지한다. 「아무도의 잘못 그러나 나의」와 같은 인상적인 한방도 보인다.

미니앨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지점도 있다. 적은 곡수가 아쉽기도 하고 적은 곡들로 앨범을 이끌어가다 보니 곡 사이사이 유기성이 약해지는 부분도 있다. 앨범이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있었다면 앨범의 구성이 더 극적으로 진행될 수 있지 않았을까. 스타일부터 구성까지 < 1 >의 축소판처럼 앨범이 꾸려져 묘한 기시감이 든다.

정신없이 질주하는 스릴러 영화를 본 듯하다. 앨범 초반부터 듣는 이를 압박하면서 기싸움을 펼친다. 인정사정없는 몰아침 속에서 의도적으로 파놓은 함정 속으로 나도 모르게 빠지고 놀라기를 반복하면서 처절한 사투의 끝을 향해 치닫는다. 그 마음이 편치 않다. 하지만 404가 선사하는 경험만큼은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유니크한 영역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글/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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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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