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나(fana) <FANAttitude>
자모음을 짜 맞춰 우겨넣는 작사법보다 메시지에 좀 더 중점을 둔 듯하다. 그 때문에 특유의 신기한 가사와 이에 어울리는 랩 스타일은 어느 정도 기세가 줄어든 감이 있어도 전달고자 하는 텍스트와 스토리텔링의 흐름에 있어서는 양이 더욱 풍부해지고 흐름이 더욱 매끄러워졌다. 이를 이유로 혹자는 화나만의 매력이 사라졌다 얘기를 하지만, 단순하게 없어졌다고만 단정내리기는 힘들다. 실종이 아닌 변화다. 처음이자 마지막 정규 앨범이었던
<Fanatic>이 발매된 지 4년하고도 반년을 더 바라본다. 새 작품을 얘기하며 이 긴 기간을 논외로 둔다는 것 자체가 불성설(不成說)이다.
그렇기에 ‘라임몬스터’ 화나를 기대하고 듣는다면 실망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두드러져 보였던 라임 쌓기라는 측면에서 벗어나 큰 그림으로 음반을 바라보면 이번 작품도 또한 매력적이다. 우선 랩 톤이 다시 맑아졌다. 걸걸한 음색으로 한 차례 스타일을 바꿨던
<Fanatic>의 이전 모습과 겹치는 부분이 상당수 존재한다. 일찍이 보여주었던 「엄마 지갑」이나 「Skooldayz」, 「그날이 오면」과 같은 감성적인 곡들에서 청량한 목소리는 꽤나 괜찮은 소구력을 발휘한 바 있다. 이번
<FANAttitude>에서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던지는 「신발끈 블루스」와 「Que sera sera」로 대표되는 트랙들이 적확한 예다. 무거운 분위기를 탈색해내고, 때로는 조곤하게 때로는 신나게 이야기를 전하는 그의 음색에서는 묘한 설득력마저 발생한다.
그리고 그 설득력은 유연한 스토리 진행을 배경으로 두며 상승효과를 이끌어낸다. 앞서 언급했듯 가사에서 드러나는 이야기는 내러티브라는 연결적인 측면에 있어 탄탄하다는 인상을 던진다. 조금 일찍 싱글로 발매했던 「Harmony」나 돈에 대한 단상을 담은 「B.A.M」은 서사 전달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증거로 내세울 만하며 의지로 삶을 꽉 붙잡겠다는 「FANAttitude」 역시 마찬가지다. 독특한 라임을 구사하겠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기계적인 견고함이 이전 가사들의 주요한 특징이었다면 이번 앨범의 가사들은 구성의 흐름에서 견고함을 갖는다. 이는 복귀작이 보여주는 변화의 포인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팬들이 고대했던 지점과 작품이 자리하는 지점이 서로 어긋나있다는 사실이다. 화나를 기억하는 특유의 작법에서 이번 앨범은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다. 전반적인 모양을 고려해보면 포문을 여는 「Move again」과 「Remove again」, 후반부의 「껌」이 어느 정도 비슷한 궤를 탄다 할 수 있지만 4년 전의 강렬한 인상에는 덜 미친다. 이러한 점은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트랙이 부재한다는 결점과도 연결된다. 2010년부터 발표해 온 세 싱글들을 담고 있어 앨범의 색이라 확실히 규정할 수는 없어도
<FANAttitude>는 상당히 유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 이 유함에서 출발하는 부드러움의 연속이 음반 전체에서는 도리어 밋밋함을 낳은 형상이다. 위력을 감소시키는 불청객이다.
서두의 말을 다시 끌어오자면, 이는 상실보다는 변화의 측면으로 보는 것이 더 온당하다. ‘화나적’이라는 표현은 ‘Fanatic’이라는 단어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표면에 드러났던 일부에 아티스트를 가두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어디 있을까. 힘을 뺀 태도에서 여유를 찾고자 한다. 변화는 이를 기점으로 두고 있다. 완벽함을 담은 과도기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간만의 컴백은 당장의 지지보다는 멀리 있는 지점에 시선을 보낸다.
<FANAttitude>의 의의는 여기 있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