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왜 우리의 도덕과 상식을 배반할까?
무라카미 하루키, 정유정 작가의 장편 소설부터 올리버 색스가 3년 만에 내놓은 신작까지
출간 7일 만에 100만 부를 돌파하는 등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다시 쓴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을 소개합니다. 하루키 못지않은 필력으로 2년 3개월 만에 돌아온 정유정의 『28』, 레오 카츠 교수가 명쾌하게 풀어낸 법의 수수께끼 『법은 왜 부조리한가』 등 이번 주 최근에 산 책들을 소개합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억관 역 | 민음사
전 세계가 기다려 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대형 베스트셀러
많은 분들이 기다려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인데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라는 제목이 너무 길어서 예전 <상실의 시대>처럼 축약하거나 다른 제목으로 바꿔서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대로 나왔더라고요. 아마도 ‘색채가 없는’이라는 말 자체가 이 소설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철도회사에서 근무하는 한 남자가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았다고 하는데 잃어버린 원형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하루키 문학의 가장 익숙한 틀이 아닌가 싶어요. 하루키는 특유의 감성과 함께 미스터리를 가장 잘 다루는 작가 중에 한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엄청난 판권 등 외적인 떠들썩함을 뒤로 하고 작품으로 봤을 때 어떨지 매우 궁금해지는 책입니다.
28
정유정 저 | 은행나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생존을 향한 갈망
<28>은 정유정 작가의 소설입니다. 하루키 소설 못지않게 정유정 작가의 신작 또한 기다리신 분들 굉장히 많으셨을 겁니다. 바로 직전에 쓰셨던 <7년의 밤>이 매우 흥미진진했었는데요. <28>은 수도권에 있는 인구 29만명의 화양이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눈이 붓고 온몸에서 피를 흘리는 증상의 인수공통전염병이 창궐하는 상황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들을 그려낸다고 하는데 얼핏 알베르카뮈의 <페스트>라는 작품이 떠오르기도 하죠. 구원, 일간실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다루는 등의 세팅을 작가들이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재난 스릴러의 색을 지니고 있는데요. 정교하면서도 사실감이 넘치는 휴먼드라마로 그려냈다고 출판사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불온한 산책자
애스트라 테일러 저/한상석 역 | 이후
코넬 웨스트 등 철학자 여덟 명의 인터뷰를 담은 대담집
<불온한 산책자>는 애스트라 테일러라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엮은 철학서인데요. 원래 이 감독이 ‘성찰하는 삶’이라는 이색적인 다큐멘터리를 발표한 사람이거든요. 코넬 웨스트 등 현대의 대표적인 철학자 8명을 섭외해 짧게는 90분에서 길게는 4시간씩 각각 편안한 일상복을 입은 채 대담한 장면을 촬영한 철학 다큐멘터리에요. 다큐멘터리의 러닝타임 때문에 각 대담을 10분씩 압축해서 내보냈다고 하는데요. <불온한 산책자>는 그 대담을 전부 살려서 담은 책입니다. 진리, 의미, 윤리, 세계시민주의, 정의, 혁명, 생태, 상호의존 등 8개의 철학적인 테마를 놓고 각 철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구성입니다. 이런 대담집은 질문자의 자질이나 수준이 굉장히 중요한데 애스트라 테일러는 철학자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매우 원론적이면서도 직설적이고 과감하게 질문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철학자들의 대담 역시 생생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법은 왜 부조리한가
레오 카츠 저/이주만 역/금태섭 감수 | 와이즈베리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풀어낸 법 이야기
미국 법학자인 레오 카츠가 쓴 책입니다. 제목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듯이 법에 부조리한 측면들이 왜 존재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 현실에서는 이것이 옳은지 그른지 잘못한 것인지 제대로 한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없는 상황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법은 어째서 모든 물음에 대해 중도적, 확률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유죄 또는 무죄라는 이분법적으로만 답하는지, 또는 좀도둑질한 사람은 법으로 처벌하면서 배은망덕이라는 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왜 처벌하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 혹은 장기매매나 대리모 계약에 경우 양 당사자가 주체적으로 거래했고 모두 만족했음에도 왜 법이 관여하는지에 대한 의문들을 경제학, 철학, 통계학, 정치학 등 학문적인 설명을 끌어들여 파고든 책입니다. 논점이 명확하고 사례가 구체적인데다 가끔 유머도 곁들여져있어 큰 무리 없이 읽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마음의 눈
올리버 색스 저/이민아 역 | 알마
베스트셀러 작가 올리버 색스가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이 책은 신경정신과 전문의 올리버 색스가 썼습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는 주웠다>와 같이 제목만 들어도 잊을 수 없는 책들을 쓰신 분입니다. 이분은 굉장히 희귀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의사의 입장에서 마치 소설처럼 다루곤 하시는데요. 이번 작품 <마음의 눈>에서는 감각기관을 상실해 악보를 읽을 수 없게 된 피아니스, 뇌졸중으로 읽기 능력을 상실한 작가, 간단한 문장도 완성할 수 없는 실어증에 걸린 한 남성 등이 나옵니다. 신경과적인 큰 위기 상황에 봉착한 환자들이 과연 어떻게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지 올리버 색스 특유의 소설 같은 문장을 통해 그려내고 있습니다. 인간이 본다는 것은 과연 무슨 뜻인지 혹은 뭔가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보편적이거나 선천적인 것인지 등에 대해 원론적으로 숙고할 수 있게 해주는데요. 아마도 그래서 제목을 <마음의 눈>이라고 붙인 것 같습니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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