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연재를 시작하며 It ain’t over till it’s over
야구가 왜 매력적인지, 야구가 왜 우리 인생에 가장 가까운 스포츠인지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돌직구’만큼의 식견은 안 되더라도 아는 범위내에서 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부디 ‘돌커브’의 ‘돌’이 ‘돌글러브’의 그것이 되지 않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어찌 인생 따위를 야구와 비교할 수가 있는가”
기아 타이거즈의 열렬한 팬이신 회사 상사 분과 야구 이야기를 하다가 그 분께서 결론 삼아 하신 말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야구를 인생에 비유하곤 하지만 이 분 말씀에 의하면 인생 따위는 야구에 비교할 수 없습니다. 하긴 주변을 보면 삼진을 당했는데도 버젓이 타석에 서 있는 사람도 있고 쓰리 아웃이 되었는데도 공수교대를 할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 혹은 집단들도 많습니다. 심판의 역할을 할 사람들이 대놓고 한 쪽 편을 드는가 하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오심도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납니다. 돈이나 권력의 힘으로 파울을 홈런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지요.
물론 이런 야구 신성(神聖)론은 야구마니아들에게나 통용될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야구팬들이 야구를 대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입니다. 야구장에 오시는 분들만 봐도, 선수들의 기록 작성을 위해 노트북을 가지고 야구장에 가는 ‘학구파’들이 있는가 하면 이대형이나 정수빈 같은 잘생긴 선수들을 보러 가는 ‘오빠 부대’도 있습니다. 야구보다는 야구장에서 먹는 치킨과 맥주를 더 좋아하는 ‘치맥파’도 있을 것이고 애인 손에 억지로 끌려 온 분들도 계실 겁니다. 야구장에 직접 가지 않는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종일 중계시간만을 기다리며 미리 발표되는 라인업을 체크하고 승패를 분석하는 ‘진지파’들이 있는가 하면 그냥 볼 게 없으니 야구나 보자고 채널을 고정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이렇게 다양한 성향과 색깔의 야구팬들이 있지만 모든 야구팬들이 가진 공통점도 있습니다.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승리를 바라는 거야 당연한 것일 테고, 경기가 어떻게 흘러가든 한번 보기 시작하면 그 경기를 ‘끝까지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주 가끔 점수차가 엄청 많이 벌어졌을 경우에는 일찍 야구장에서 귀가하거나 채널을 돌려 버리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분들도 저녁 늦게 아니면 다음날 아침 경기결과는 반드시 챙겨 보게 되어 있습니다. 왜? 경기가 어떻게 끝났을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야구의 가장 큰 매력이자 한번 야구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야구는 모든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서 가장 불확실성이 강한 종목입니다. 양키스의 전설 요기 베라의 그 유명한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말은 그냥 멋있어 보이려고 한 말이 아니라 어떠한 과장이나 수사도 없이 야구를 있는 그대로 표현한 말인 것이지요.
서울 출생으로 MBC 청룡 어린이회원 출신이지만 지금은 자칭 ‘C급 동네해설가’로 활동 중이다. 시즌 중에는 퇴근하면 바로 TV 앞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비시즌에는 야구 책을 뒤적이며 허전함을 달랜다. 지인들과 집 근처에서 생맥주 마시며 야구 이야기를 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 저서로 『프로야구 감독열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