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이었던 2011년을 기점으로 연매출은 10억 원을 넘었고 우리 직원들도 9년차, 8년차, 6년차 등 한 번 입사하면 대부분 이직 없이 쭈욱 로라와 함께 일한다. 사장인 내가 잔소리도 적고 월급도 동종 회사보다 많고, 쉬는 날도 업계 평균보다 많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분석해본다. 내 생각이 틀려 새로 이력서 쓰는 게 귀찮아서 오래 일하는지도 모르겠다.

창업 후 2년간은 새벽까지 일을 했지만, 3년을 넘어간 어느 시점부터 지금까지는 하루에 3~4시간만 근무한다. 한 달에 한두 차례는 제주도에 내려가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1년에 최소 2회 이상은 해외여행 또는 출장을 간다. 일과 자기계발의 비율 중 자기계발에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는, 어찌 보면 신세 편하고 태평한 사장인 셈이다.

이런 내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후배가 책을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책은 아무나 쓰나?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 어마어마한 일 같아 보였고, 몇 번 써보려고 시도하다 진도가 나가지 않아 중간에 덮어버렸다. 그즈음 창밖으로 숲이 내다보이는 상암동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 풍경이 좋아서 아침마다 창가에 앉아 노트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맑은 정신으로 아침에 한 시간씩 이런저런 글을 적어나가다 보니 엉킨 생각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마음이 정리되고, 눈앞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 때는 그 방법도 떠올랐다.

글 쓰는 데 재미가 붙자 아침 한 시간의 글 쓰기가 내겐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로라를 시작하게 되었고, 어떤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매일 한두 시간씩 쓰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나 원고를 어느 정도 쓰고 나니 비로소 매일 마음 편히 일하면서도 10년간 꾸준히 쇼핑몰을 성장시켜온 비결을 알게 됐다.

비결은 내 콤플렉스를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시킨 것이었다. 고객들이 찾고 원했지만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제품을 가장 편안한 분위기와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스물여덟 살까지 얼굴 붉히며 감추고 싶었던 내 콤플렉스로 인해 다른 누구보다 그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공감했기 때문이다. 콤플렉스가 있다는 건 그 문제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이 고민해왔다는 뜻이고 누구보다 그 문제의 해결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런 절실하고 솔직한 마음가짐과 진심을 다한 배려로 고객을 대했기에, 오래오래 현업에서 일할 수 있는 작지만 단단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와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는 고객들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면서 나 자신도 그동안의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 사업 신조는 ‘소박하게 롱런하기’이다. 연매출 10억이란 숫자가 작을 수도 있지만, 매일 여유롭게 삶을 즐기면서 오래오래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든 것이 스스로도 참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적게 일하고 오래 일하는 것이 내 목표다.

발달된 의학의 힘과 운동으로 몸 관리를 해서 여든 살이 되어서도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입고 파리 란제리 쇼를 누비는 멋쟁이 할머니 MD로 현업에서 일하고 싶다. 로라는 내게 그런 꿈을 꿀 수 있는 여유와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수백억, 수천억의 매출을 내는 대박 쇼핑몰은 아니지만 사장인 나를 비롯한 우리 회사 식구들이 행복하게 오래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나는 그 어느 기업 회장보다 행복하다고 자부한다.

10년 전의 나처럼 자기 사업을 꿈꾸고 있는 직장인들, 그리고 사업 시작한 지 1, 2년이 됐는데도 수익이 나지 않아 속상해하고 있는 새내기 사장들에게도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면 좋겠다. 순탄하지 않았던 사업 초창기 시행착오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어떻게 지금처럼 적게 일하며 느린 걸음으로 인생을 즐기는 평생직장을 만들었는지, 내가 직접 겪은 100퍼센트 리얼 스토리를 통해 용기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