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현입니다. 2012년 10월부터 두 달여 간 이십여 명의 20,30대 들과 함께 만나 젊음에 필요한, 아니 살아가면서 꼭 생각해봐야 하는 여덟 가지 키워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의 결과물로 이렇게 또 한 권의 책을 묶어내게 되었습니다.
『책은 도끼다』 출간 이후 주로 인문학에 대한 강의를 많이 해왔는데, 강의를 하다 보니 책 이야기와 더불어 삶에 대한 태도, 방향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좀더 올바른 시각으로 삶을 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인문학적인 삶의 태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겼습니다. 고민이 많았습니다만 제가 딸아이에게 해주었던, 혹은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기로 했습니다.
제가 강의에서 이야기했던 여덟 개의 키워드는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입니다. 여덟 개로 쪼개놨지만 모든 단어는 결국 연결이 되면서 하나의 방향으로 나갈 겁니다. 귀 기울여 주시되 큰 기대는 하지 않길 바랍니다. 인생은 강의 몇 번, 책 몇 권으로 변하지 않으니까요. 만약 강의 몇 번으로 여러분의 인생을 정리해 주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의심해봐야 합니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언컨대 이 여덟 번의 강의도 여러분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여러분과 이 여덟 가지 단어에 대해 함께 나누고 생각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頓悟漸修
돈오점수, 불교용어지요. 돈오(頓悟), 갑작스럽게 깨닫고 그 깨달은 바를 점수(漸修), 점차적으로 수행해 가다, 라는 뜻입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말입니다. 돈오돈수, 점오점수, 점오돈수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여덟 번의 시간이 여러분에게 돈오점수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소나기가 아니라 가랑비 같은 시간이 되어 천천히 젖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단 제 이야기가 끝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은 받아들이고 짓밟고 갈 게 있다면 짓밟으면서,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삶의 가치를 바로 세우기 바랍니다. 우리 인생은 몇 번의 강의와 몇 권의 책으로 바뀔 만큼 시시하지 않습니다.
황지우 시인이 ‘개미 날개만한 지식으로 화엄창천을 날아다니는구나’라고 했는데, 딱 저를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모쪼록 부족하나마 이 시간이 여러분의 삶에 돈오의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도 그것을 목표로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2013년 봄, 박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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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덟 단어 박웅현 저 | 북하우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번쯤 마주쳤을 여덟 가지 가치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만난 사람들, 그리고 책과 그림, 음악 등을 예로 들며 함께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왜 삶의 기준을 내 안에 두어야 하는지, 고전 작품을 왜 궁금해 해야 하는지, 동의되지 않는 권위에 굴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현재의 행복을 유보시키지 않고 지금의 순간을 충실히 살아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본질을 추구하는 그의 이야기는 새로운 질문이 되어 우리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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