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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생텍스의 마지막 비행

[어린 왕자 탄생 70주년 특집] 생의 마지막 그 순간까지도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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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기이한 삶과 죽음은 『어린 왕자』를 작가 자신의 행복과 불행에 대한 환유로 읽히게 만든다. 사람들은 말한다. “얼른 보기에 어린이를 위한 단순하고 순진한 한 편의 동화에 불과한 『어린 왕자』는 감정적인 혼란과 환멸의 덫에 걸린 한 짧은 생애의 자전적 영상을 비춰주는 놀라운 감광판과도 같다.”

생텍스의 마지막 순간을 목격한 사람들과 독일 및 프랑스 군 보고서들은 적어도 한 가지 점에 있어서는 일치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의 정찰기는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 니스 서쪽 상공에 나타나 저공비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돌연 바다 쪽으로 선회하여 해안선 저 너머로 사라졌다. 그의 비행기는 바다 속으로 사라지기 전 예정된 항로를 벗어나 안전 고도인 육천 미터보다 더 낮게 저공비행하고 있었다. 전쟁이 끝나고 난 뒤 조종사의 어머니 마리 드 생텍쥐페리는 그날 카브리스에 있는 자신의 집 상공을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를 들으면서 본능적으로 그것이 자신의 아들이 조종하는 비행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여러 차례에 걸쳐 말했다. 만약 생텍스가 적기의 추격에 의하여 추락 실종된 것이 확실하다면 우리는 그가 자신의 중요 작품들에서 늘 주제로 삼았던, 바로 그 행복했던 시절에의 향수를 위하여 자신의 귀한 생명을 대가로 지불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론 강 계곡 지역에 대한 그의 정찰 사진촬영 임무는 7월 31일 월요일 오전 여덟시 사십오 분에 개시되었다. 그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그는 리옹 동쪽, 자신의 가장 행복한 어린 시절을 품어주었던 생 모리스 드 레망 성에서 불과 육십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상공까지 날아갔다. 전쟁 전의 젊은 시절에 자동차, 기차, 비행기 등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통해서 그토록 빈번하게 누비고 다녔기에 그곳에서 지중해까지의 모든 땅 한 뼘 한 뼘이 그에게는 손바닥 안처럼 익숙한 고장이었다. 생텍쥐페리는 그보다 앞서 6월 29일에도 이미 그와 유사한 임무를 띤 정찰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바 있다. 그때 그는 지시받은 항로를 벗어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상기시키는 지역인 안시 호수 상공을 비행했다는 이유로 주의조치를 당한 일이 있었다.

바다 속으로 추락하기 직전 생텍스는 일단 그 어느 곳보다도 그가 좋아하는 프로방스 지방으로 들어서자 너무나도 잊을 수 없는 세 군데의 장소들에 마음이 이끌려 약 일 분 혹은 이 분 동안 귀환하는 항로에서 약간 서쪽으로 벗어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그의 어머니는 향수의 마을 그라스 뒤쪽에 있는 마을 카브리스에 거처하고 있었다. 그가 어머니를 찾아가 만난 것은 이십팔 개월 동안 머물게 될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인 1940년 12월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좀 더 서쪽으로는 생 트로페 근처의 라몰 성이 있었다. 그가 세 살 남짓했을 때 뇌충혈로 쓰러진 아버지가 옮겨져서 숨을 거둔 곳이다. 카브리스와 라몰 두 지점 사이의 중간지점에는 아게 교회가 있었다. 거기서 그는 1931년 콘수엘로 순신과 결혼식을 올렸다.


사막의 꽃.
피델리티 오니온 스킨 지에 잉크와 수채. 뉴욕, 1942.
(......)

2000년 생텍쥐페리 탄생 백 주년이 가까워오는 어느 날 남불 방돌 앞바다에서 어부들이 작가의 이름이 새겨진 팔찌 하나를 바다에서 건져올렸다. 이로써 1944년 7월 31일 아무런 자취도 남기지 않고 돌연 실종된 생텍스의 비행기 ‘P38라이트닝’기와 조종사가 추락한 곳이 산이냐 바다냐로 떠들썩했던 논쟁이 종식되었다. 팔찌의 안쪽에 ‘콘수엘로’라고 새겨진 명문으로 보아 마지막 순간까지 생텍스가 아내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산에서 죽었다고 추정하는 사람들은 그 팔찌가 조작된 물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이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반지는 콘수엘로에 대한 작가의 열렬한 애착과 『어린 왕자』의 장미꽃의 모델이 된 그녀의 라틴아메리카적 미모가 생텍스에게 끼친 예외적인 영향을 잘 말해준다.

어린 왕자의 사라짐과 작가의 실종 사이의 이 기이한 일치는 이 콩트에 놀라운 신비성의 후광을 던진다. 이 기이한 삶과 죽음은 『어린 왕자』를 작가 자신의 행복과 불행에 대한 환유로 읽히게 만든다. 사람들은 말한다. “얼른 보기에 어린이를 위한 단순하고 순진한 한 편의 동화에 불과한 『어린 왕자』는 감정적인 혼란과 환멸의 덫에 걸린 한 짧은 생애의 자전적 영상을 비춰주는 놀라운 감광판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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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를 찾아서 김화영 저 | 문학동네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고의 불문학자이자 개성적인 글쓰기와 유려한 번역으로 우리 문학계와 지성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온 김화영 선생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와 만났다. 이 책 『어린 왕자를 찾아서』는 『어린 왕자』를 번역하면서 ‘어린 왕자’를 태어나게 한 진정한 어른이었을 생텍쥐페리의 삶을 조망하고, 작품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 의미를 풀어냈다. 단순한 흥밋거리를 넘어 ‘어린 왕자’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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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Le Petit Pri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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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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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화영

문학평론가이자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1942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불어불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프로방스 대학교에서 알베르 카뮈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뛰어난 안목과 유려한 문체로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학 작품을 국내에 소개해 왔으며, 고려대학교 불문학과에서 30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정치한 문장과 깊이 있는 분석으로 탁월한 평론을 선보인 전 방위 문학인으로, 1999년 최고의 불문학 번역가로 선정된 바 있다.
저서로는 『지중해, 내 푸른 영혼』 『문학 상상력의 연구―알베르 카뮈의 문학세계』 『프로베르여 안녕』 『예술의 성』 『프랑스문학 산책』 『공간에 관한 노트』 『바람을 담는 집』 『소설의 꽃과 뿌리』 『발자크와 플로베르』 『행복의 충격』 『미당 서정주 시선집』 『예감』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흔적』 『알제리 기행』외 다수가 있으며, 역서로는 『알베르 카뮈 전집(전20권)』『알베르 카뮈를 찾아서』 『프랑스 현대시사』 『섬』 『청춘시절』 『프랑스 현대비평의 이해』 『오늘의 프랑스 철학사상』 『노란 곱추』 『침묵』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팔월의 일요일들』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짧은 글 긴 침묵』 『마담 보바리』 『예찬』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최초의 인간』 『물거울』 『걷기예찬』 『뒷모습』 『내가 사랑했던 개, 율리시즈』 『이별잦은 시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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