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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문자의 여행

아람어, 대체 무엇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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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는 문자로서 사용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조종하는 사람과 함께 전파된다. 아람문자의 여행은 인간의 역사 속에서 무엇인가 전달되는 모습과 전달자의 역할을 잘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소그드문자와 위구르문자와 관련해서 아람문자가 동쪽으로 전해져 소그드문자, 위구르문자, 그리고 몽골문자, 만주문자로 릴레이처럼 응용ㆍ변신한 사정에 대해 살펴보자.

아람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기원전 1000년경 시리아를 중심으로 한 지중해의 동방 지역에서 활약한 유목민 출신의 상업민들이었다. 정보에 밝고 뛰어난 문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원전 8세기에 그들의 정치집단은 아시리아에게 멸망을 당했지만 아람어는 통상을 위한 언어가 되어 서양인이 ‘동방’이라고 부른 중동 전역의 공통어가 되었고 페르시아제국 시대 등을 거쳐 이슬람 출현까지 사용되었다.


아람문자와 고대 알파벳

그 문자인 아람문자는 자음 22문자로만 이루어져 있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것이 특징이었다. 가까이에 살고 역시 상업에 종사했던 페니키아문자가 서양으로 전파되어 알파벳이 된 것처럼 아람문자는 동쪽으로 전해져 표음문자의 체계가 되었다. 가까운 예를 들면 헤브라이어로 말한 예수 그리스도는 문자로 쓸 때 아람문자를 사용했다.


소그드문자

이슬람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게 된 아라비아문자도 아람문자의 계통에 속한다. 한편 동쪽으로 전해진 아람문자는 이란계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소그드문자가 되었고, 소그드 상인과 감숙ㆍ천산 지역의 ‘위구르인’들과의 교류ㆍ접촉으로 인해 위구르문자로 변신했다. 인도 유럽어족의 이란어에 대해 알타이어 속한 투르크어라는 차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표기문자가 되었던 것이다.

위구르문자로 변신하는 어느 시기부터 횡서橫書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쓰는 방법이 활용되었지만 얼마 후 종서縱書로 쓰기 시작했다. 종서의 경우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써나간다. 90도 각도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린 모습이다. 그리고 종서 상태로 몽골문자가 되었다.

위구르문자가 몽골문자로 응용된 것은 이른바 ‘천산 위구르왕국’이 앞뒤를 다투어 칭기즈칸이 거느린 신흥 몽골 유목 연합체에 합류해서 그 ‘지혜의 주머니’가 된 결과에서 기인된 것이다. 몽골의 경이로운 대발전을 안팎에서 도운 위구르 사람들이 초기에 특히 기록관이나 서기를 겸하는 일이 많았다.


만주 문자로 적힌 책

게다가 위구르문자 방식의 몽골문자가 출현하고부터 약 4세기 이후 누루하치가 거느린 ‘만주 구룬manju gurun’이 몽골문자를 도입해 조금 개량해서 만주문자를 창시했다. ‘만주 구룬’이라는 새로운 청왕조의 정권 중추 세력에는 제2대 태종 홍타이시 이후 칭기즈칸의 동생 카사르의 혈맥이라고 칭하는 호르친부가 ‘동맹자’로 가담했고 청왕조가 발전함에 따라 내외內外 몽골도 ‘번부藩部’로 불렸다. 몽골제국이라는 인연을 등에 업고 현실 정권 구조에서도 몽골문자와 만주문자가 병행해서 사용되게 되었다.

아람문자로부터 만주문자에 이르는 변천 과정을 살펴보면 문자라는 것의 발생과 전파에는 아람인, 페니키아인, 소그드인, 위구르인 등 상업민이 밀접하게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보와 풍부한 식견을 가지고 있고 문자를 필요로 하는 상업민이 문자를 만들고 다채롭고 광범위한 활동과 더불어 문자가 확산되었던 것이다. 결국 상업민은 문명인인 동시에 문명 전파자이기도 했다.

또한 그런 인간 집단은 경제ㆍ문화뿐만 아니라 정치ㆍ행정에서도 유용했다. 정치와 행정에서도 문자와 그것을 매개로 하는 기록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문자와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 상업민을 끌어들이는 것이 절대적이었다.

문자는 문자로서 사용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조종하는 사람과 함께 전파된다. 아람문자의 여행은 인간의 역사 속에서 무엇인가 전달되는 모습과 전달자의 역할을 잘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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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의 눈으로 본 세계사 스기야마 마사아키 저/이경덕 역 | 시루
이 책은 그동안 야만족, 미개인이라고 치부되었던 유목민들이 은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인 경제체제를 갖추고 있었으며, 오아시스에 사는 정주민들의 고립을 막아주는 문화 교류자였으며, 그들이 사용한 아람어가 소그드문자를 비롯해 위구르문자와 만주문자, 한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등의 그동안 전혀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밝히고 있어 신선한 충격을 준다. 《유목민의 눈으로 본 세계사》는 그동안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왜곡, 축소되었던 유목민들의 역사를 하나하나 되짚음으로써 동과 서로 단절되었던 세계사를 연결시켜 비로소 역사의 실체를 마주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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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스기야마 마사아키

1952년 시즈오카에서 태어나 교토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교토여자대학 조교수를 거쳐 현재 교토대학 교수다. 주요 연구 주제는 몽골 시대사로 일본 내에서 몽골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1995년 《쿠빌라이의 도전》으로 산토리 학예상을 수상했고, 2003년 시바료타로상, 2006년 《몽골제국과 대원 울루스》로 일본학사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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