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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더 인정하는 재즈 뮤지션 나윤선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다면 계속 젊은, 늙지 않는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친한 언니 삼고 싶은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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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0% 한국 사람이니까요. 한국에서 태어났고 제 인생에서 음악을 시작하기 전까지 저는 한국음악을 들어왔고요. 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어법은 재즈고, 영어로 노래하고, 외국 뮤지션들과 음악을 하지만 결국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거든요. 미국 재즈나 유럽 재즈를 하는 것도 아니고, 또 그 모두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저의 표현은 한국적이라는 거죠. 한국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나는 누구?

해외 활동이 워낙 왕성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나윤선의 공연을 손꼽아 기다리는 팬들도 물론 많지만, 신임 대통령 취임식 무대 위 그녀에게 ‘미모의 여가수 나윤선은 누구?’라는 기사 제목이 붙을 만큼 대중적으론 다소 생소한 편. 그래서 정리 좀 해 달랬다. ‘당신은 누구인가?’

“저는 그냥 음악 하는 사람이고요. 운이 무척 좋은 사람이죠. 재즈를 들어본 적도 없이 유학을 가서 시작했어요. 노래 공부를 하고 싶어서 시작했죠. 3년만 공부하려고 갔다가 지금까지 머물게 됐어요. 그리고 지금 1년에 100번을 공연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행운이거든요. 모든 재즈 뮤지션이 꿈꾸는 일이죠.”

어마어마한 행운 탓에 힘들단 불평도 함부로 않는다는 그녀, 20대 후반 8개월여 직장을 다니다 자신의 길이 아니다 싶어 쉬던 중 친구의 권유로 재미삼아 보게 된 뮤지컬 오디션. 뮤지컬 배우였던 어머니를 보며 아무나 뮤지컬을 할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여주인공역을 꿰찼다. 시선처리도, 연기도, 움직임도 엉망이었지만 노래 하나만은 당시에도 알아줬던 것. 그 뮤지컬이 바로 김민기 연출의 ‘지하철 1호선’

“두 달 정도 했어요. 더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노래말곤 잘 못해서요. 그런데 환경음악극을 또 우연히 하게 됐어요. 그것도 노래만 하면 되는 역이었죠. 그러다 노래를 해볼까 하고 무작정 유학을 떠났죠.”

사실 당시 그녀의 목소리를 탐냈던 건 김민기 연출만은 아니었다. 일본의 유명 연극, 뮤지컬 단체 사계에서도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냈던 것. 역시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 거다. 하지만 그녀는 단언한다. 유학을 가지 않고 한국에 남았더라도 뮤지컬은 하지 않았을 거라고.

“나이 들어서 ‘노래’라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특별히 할 줄 아는 게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눈팔지 않고 지금도 하나만 하고 있어요. 제 아이돌은 80대 재즈 뮤지션이에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다면 계속 젊은, 늙지 않는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재즈하게 안 생겼나요?”

독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재즈란 무엇인가? 미국 뉴올리언스의 골목 어딘가에서 진한 담배 연기 속에서 흘러나오는 흑인 특유의 리듬과 블루스적인 감각의 음악? 아니면 단순하고 강렬한 스윙재즈? 부디 그 어느 하나라고만 정의내리지 마시길. 한국인이 갖고 있는 재즈에 대한 편견, 기자 역시 품었던 그 선입견과 달리 재즈는 어느 하나로 요약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

“재즈는 교류하는 음악이거든요. 그동안 한국에선 외국 뮤지션들을 볼 기회가 거의 없었잖아요. 하지만 최근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관심이 커지면서 지금은 키스 자렛도 오고 있고 많은 해외 뮤지션들도 한국을 찾잖아요. 제가 유럽에 가서 배운 건 자기의 개성과 목소리로 충분히 재즈를 배울 수 있다는 거였어요. 그만큼 다양성을 인정하는 음악이 재즈거든요. 그게 제가 아리랑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각 나라의 민속적 음악이 재즈와 결합되어서 새로운 재즈를 만들어내기도 하니까요.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는 게 재즈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 한 기자가 나윤선에게 물었다. “나윤선 씨 오셨어요?”
재즈 음악을 하는 사람은 왠지 자유로울 것 같고, 소울풀한 그 무엇이 있을 거라는 편견은 그녀의 클래식한 외모에서부터 깨졌다.




소박한 거인

별 5개로도 모자라다는 평, 프랑스의 문화예술공로훈장과 재즈 콩쿠르 대상, 독일 에코 재즈 보컬상 등 유럽에서 확실한 디바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윤선, 그러나 그녀는 한사코 자신에게 주어질 타이틀이 아니라며 사양한다.

“저는 이미 너무 훌륭한 뮤지션, 훌륭한 디바들을 봐왔어요. 한국인으로서, 동양인으로서 유럽 재즈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저한테 일어난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계속 열심히 하려고 해요.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저를 모르시는 건 너무나 당연해요.”

유럽에서 배운 재즈,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음악적 원류를 한국에서 찾는다.

“저는 200% 한국 사람이니까요. 한국에서 태어났고 제 인생에서 음악을 시작하기 전까지 저는 한국음악을 들어왔고요. 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어법은 재즈고, 영어로 노래하고, 외국 뮤지션들과 음악을 하지만 결국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거든요. 미국 재즈나 유럽 재즈를 하는 것도 아니고, 또 그 모두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저의 표현은 한국적이라는 거죠. 한국 사람이니까요.”


나윤선이 꼽은 혹평과 호평

나윤선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해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모두가 자신을 좋아해주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쏟아지는 찬사에 용기를 얻고, 혹평에 자신을 돌아볼 뿐이다.

“제 음악이 싫은 사람도 분명 있어요. ‘그게 아시아 음악이지, 무슨 재즈야’ 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예전에 한 재즈 콩쿠르에서 만장일치로 1등을 한 적이 있는데 그게 완전히 스캔들이 된 거예요. 스윙재즈에 경도된 평론가 한 분이 ‘이 콩쿠르가 미쳤다, 저런 애가 1등이라니, 그게 무슨 재즈냐’고 할 정도였어요. 제가 약간의 모멸감을 느낄 정도였죠.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10년도 넘는 이야기다. 프랑스의 한 재즈 콩쿠르에서 보컬 1등, 전체 분야 대상까지 받았던 나윤선이 못마땅했던 한 평론가는 행사 후 축하연에서 독설을 내뱉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역시 나윤선을 인정했단다. ‘나윤선은 우리가 키웠다고’

반면 그녀에게 쏟아진 찬사는 셀 수 없지만 그녀가 꼽은 최고의 찬사는 바로 이것. ‘지금 최고의 재즈 보컬리스트는 미국에서 오지도, 유럽에서 오지도 않은 바로 한국에서 온 나윤선이다’ 한국이 배출한 세계 최고의 재즈 아티스트다운 선택이다.


나윤선의 Lento

한 해 100회 이상 해외 공연 스케줄이 잡혀 있는 나윤선의 공연을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건? 우선 오는 4월, 이번 콘서트에선 그녀만큼이나 세계적으로 손에 꼽는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와 랄스 다니엘손, 뱅상 빼라니가 그들만의 콰르텟을 선사한다.

“이번 공연은 새 음반과 이전 두 앨범의 레퍼토리로 꾸미는데요. 이 뮤지션들과는 세 번째 음반 작업을 했죠. 5년 정도. 호흡이 잘 맞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워낙 뛰어난 뮤지션들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굉장히 즐거우실 거고요. 특히 제가 기분이 좋은 건 이분들이 한국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뮤지션들이라는 거예요. 한국 음식도 좋아하고요. 개인기도 만만치 않아서 연주자들의 면면을 보는 일도 재미있을 거예요.”

특히 나윤선의 새 음반은 고대해온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그녀의 정규8집 음반 ‘렌토(Lento)’가 독일의 재즈 전문 레이블인 ACT를 통해 35개국에 발매되기 하루 전, 프랑스에서는 발매되기 전부터 이미 재즈 차트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그리고 기자에겐 따끈따끈한 그녀의 CD가 주어졌다. 이런 게 바로 기자의 특권이니 부러워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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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예진

일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쏘다닌 지 벌써 15년.
취미는 일탈, 특기는 일탈을 일로 승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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