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노래들은 1963년 이전에 만들어진 오래된 영화, 사진, 음악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건 현재 우리 밴드가 과거를 지나 2013년 지금 공연을 하고 있지만 옛 것과 현재의 세대 차이를 좁히고, 사람들에게 어떤 형태, 모양, 사이즈를 불문하고 어디에서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미국의 12인조 월드뮤직밴드 ‘핑크 마티니(Pink Martini)’의 이름은 영화 ‘핑크 팬더’와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따왔다. 1997년 데뷔 앨범은 프랑스에서 ‘올해의 곡’과 ‘최우수 신인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세계에서 8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CF 등에 그들의 음악이 쓰이면서 알려졌다. 한국 방문은 꼭 3년 만인데, 뜨거움보다는 포근하고 낭만적인 그들의 무대, 빚이라도 내서 이번 콘서트는 꼭 가겠다고 벼르는 블로거들도 있다. 가끔 한국 팬들 생각도 났을까?
“우리는 모두 또다시 한국 공연을 크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3년 전 한국 관객들은 대단했었죠. 2010년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는데 관객들이 우리를 편하게 만들어줬어요. 그래서 3월에 열릴 한국 공연을 다시 기대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콘서트 때 무척 어려운 한국말을 하려고 노력해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혹시 이번에 준비한 건?
“우리는 공연 중에 다른 나라의 언어를 조금이나마 얘기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이번 공연에서도 다시 시도해 볼 생각이고요.”
‘안녕하세요. 핑크마티니입니다. 한국에 올 수 있어 영광입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라는 말 역시 모두 어렵사리 한국어로 구사했던 핑크 마티니는 당시 노래를 부르는 사이사이에도 종이에 적은 글을 보며 우리말로 팬들과 대화를 시도했더랬다. 그들의 가상했던 노력, 올해도 기대된다.
핑크 마티니 팬 여러분, Brasil을 연습해볼까요?
2010년에도 3월에 방한했는데 올해도 그렇다. 2013년 3월 서울에서 선보이는 핑크 마티니의 음악적 마띠에르는 어떤 걸까?
“우리 음악은 모든 인생의 매 순간들 예를 들어 사랑에 빠지고, 이별하고, 또는 즐거운 파티를 즐기고, 심지어 집에서 청소를 하는 순간에도 이 모든 순간들을 아름다운 멜로디로 만드는 것을 꿈꿉니다.”
그래서 한 번 들으면 빠지게 되나보다. 한국엔 좀 열성적인 팬들이 많아 빠진 팬들은 좀처럼 헤어나오질 않는 편. 특히 해외뮤지션의 공연에서 열광적인 ‘떼창’으로 화제가 되기도 한다. 핑크 마티니가 팬들과 다 같이 불렀으면 하는 노래는 뭘까?
“‘Brasil’ 이곡은 콩가 리듬으로 시작하며 우리는 늘 공연의 마지막을 이 곡으로 공연장 안에서 모두가 춤추고 즐기는 시간을 갖습니다.”
기자 역시 공연까지 한 달 남짓 기간, 오늘부터 ‘Brasil’ 외워볼 테다.
샤론 스톤까지 춤추게 하는 음악?
월드뮤직 밴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핑크 마티니가 선보이는 클래식, 재즈, 보사노바, 칸소네, 삼바, 심지어 엔카 음악 모두 물론 들을 때마다 산뜻하지만, 한편으론 오래되고 편한 명품 옷처럼 깊이도 느껴진다. 노하우가 있을까?
“우리 노래들은 1963년 이전에 만들어진 오래된 영화, 사진, 음악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건 현재 우리 밴드가 과거를 지나 2013년 지금 공연을 하고 있지만 옛 것과 현재의 세대 차이를 좁히고, 사람들에게 어떤 형태, 모양, 사이즈를 불문하고 어디에서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좀 다르게 물어 보자. 질문지를 작성하는 내내 핑크 마티니의 음악을 들었다. 그저 이어 들었을 뿐인데 어떤 곡엔 미소가 떠오르다가도 또 어떤 곡엔 눈물이 나고, 또 다른 곡엔 사무실임에도 불구하고 리듬을 타게 된다. 기자에게 마법이라도 건걸까? (샤론 스톤이 이해된다.)
“한 가지 우리는 고풍스러운 로맨티시즘의 감각을 해석하고 표현하는데 고심하는데요. 이것은 당신이 마치 집에서 1940년에서 1950년 시대의 헐리우드 영화를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일 겁니다. 이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우리 음악이 그들을 순수하고, 로맨틱하고, 매력적인 곳으로 이끄는 것과도 같죠.”
1997년 칸 영화제에 참석한 샤론 스톤이 이들의 연주를 듣다가 흥에 겨워 무대에 올라 춤을 췄다는 유명한 일화는 핑크 마티니를 빛나게 하는 단편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
핑크 마티니의 가사는 미시적 거대 담론
선율의 마띠에르 만큼이나 신선한 게 바로 가사. 따뜻하고 사소하고 일상적인, 하지만 때론 거대담론을 생각하게 하는 가사가 사랑스럽다. 멤버 중 누구의 생각이 많이 담길까?
“우리 노래들의 절반 정도는 멤버들, 친구, 가족들을 소재로 가사를 쓰곤 합니다. 다른 나머지는 세월을 거쳐 우리가 발견한 옛 것으로부터가 아닐까 싶어요.”
핑크 마티니의 음악은 절묘하게 다양하면서도 핑크 마티니표라는 수식어는 잊지 않는다. 하지만 엔카까지 일본어로 부르며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보컬 차이나 포브스의 고충도 있었을 것 같은데?
“사람들은 20개의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차이나 포브스는 영어, 불어, 아랍어, 일본어, 한국어 등 여러 다른 언어로 노래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어 노래, 이번 공연에 혹 들을 수 있을까?
코스모폴리탄 핑크 마티니
언론에선 핑크 마티니의 음악더러 코스모폴리터니즘이나 느림,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음악적 성향이 있다고 평한다. 핑크 마티니가 생각하는 음악적 철학은 어떤 걸까?
“우리 모두가 듣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음악은 늘 아름다운 멜로디와 함께여야 하고요.”
흠, 답변이 너무 짧다. 하지만 지면 인터뷰가 아니었더라도 길게 답하게 하긴 어려웠을지도. 기자의 짧은 영어 실력뿐 아니라 그들의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답변은 더 길 필요가 없으므로.
그렇다면 이번엔 정의를 내려 보자. 핑크 마티니에게 코스모폴리탄이란?
“라디오 플라이어 웨곤, 폴로라이드 카메라, 파리의 봄, ‘Shiny’, 그리고 늦은 밤의 파티들.”
핑크 마티니에게 자주 붙는 수식어, 코스모폴리탄. 핑크 마티니가 느끼는 이 단어의 느낌은 오래됐지만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곁에 남는 것들인 걸까?
원고를 쓸 때 주변의 작은 소음이 격한 방해가 될 때가 있다. 그래서 기자는 귀에 감기면서 평상심을 유지하게 해주는 힘이 있는 음악을 BG로 사용한다. 앞으로 한동안은 작업 중에 핑크 마티니의 음악만 듣게 될 것 같다. 참, 새 앨범은 지금 작업 중이란다. 지금까지 15곡 이상 녹음을 마쳤고, 서울에 도착하기 전까지 앨범 발매일을 결정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콘서트에선 그들의 2013년 봄버전의 새 노래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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