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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마, 소녀시대와 무한도전 팀만 없었다면 1위인데

모든 것이 변해도 하나쯤 변하지 않는 것, 그게 바로 내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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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음악은 대중적이죠. 클래식계에서는 무시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다른 거죠. 그게 제 음악이고요. 그런 자부심으로 음악을 해왔어요. 저는 클래식과 대중음악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클래식 하는 분들이나 대중음악 하는 분들과도 각기 친하고요. 전 항상 그 사이에 서있고 싶어요.”



백지영의 ‘싫다’ made by 이루마

최근 드라마 ost의 여왕으로 불리는 백지영이 새 노래 ‘싫다’를 들고 나왔다. 백지영의 방송 무대를 눈여겨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묵묵히 백지영의 호흡과 호흡 사이를 빛낸 피아니스트가 있었다. 백지영 뒤에, 정말 묵묵히. 그가 바로 이 노래를 지은 이루마다.

“아는 PD 형한테 백지영 씨한테 곡을 줄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타이틀 곡이 아직 안 나왔는데 한 번 써보라는 거였죠. 시간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2주 동안에 작업을 했죠. 그런데 술술 작업을 했어요. 백지영 씨니까요. 백지영 씨 목소리의 색이나 톤을 연구하면서 썼어요. 맞춤처럼. 백지영 씨가 부른 기존의 곡과는 조금 다르게, 반전도 생각해서, 가사 단어 자체도 정말 연구하면서 만들었어요.”

그렇게 공들여 만든 노래, 히트 예감도 사실 좀 했더랬다.

“작업하면서 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어느 정도 되겠다 싶을 때가 있는데 우선 백지영 씨고, 그래서 용기를 더 얻었죠. 어느 정도 순위권에 진입하겠지 싶었는데 1위는 했어요. 그런데 소녀시대나 박명수 씨 노래까지 치고 올라와서 곧바로…(웃음) 타이밍이 좀 안 좋았단 생각은 드는데요. 지금도 상위권에 있으니까 만족해요.”


백지영과 이루마의 콜라보레이션이 부동의 아이돌 소녀시대와 복병 무한도전팀의 등장으로 살짝 바랜 느낌도 적지 않지만 대중에게 ‘이루마와 가요’라는 새로운 조합을 알리는 데 성공한 것만큼은 사실.

“원래 영국에 있을 때부터 가요에 관심이 많았어요. 친구랑 대학가요제나 유재하 가요제에 나가볼까 생각도 했죠. 그런데 딱 용기가 안 나더라고요. 영국에서 연극 음악을 하다가 한국에 와서 연극 음악을 맡았는데 연극이 끝나고 나니까 일이 없는 거예요. 그 뒤로 가요작업을 조금 했는데 상황이 안 좋아서 발표된 곡은 없었어요. 그래서 꿈을 접었죠. 자질이 없구나 싶었어요.”

과거 테이의 ‘아프게 희망하기’, 김연우의 ‘흐려진 편지 속엔’, 그리고 팀, 배다혜, MC 스나이퍼 등과도 음악작업을 계속 해왔지만 의도대로 잘 풀리진 않았다. 특히 가요계에서 대부분 그에게 원한 건 이루마표 연주곡. 그는 그 꼬리표를 떼고 싶었다. 그래서 구성한 작곡 프로젝트팀 마인드 테일러(Mind Tailor).

“이번 작업은 마인드 테일러라는 작곡팀을 만들었어요. 오래 전부터 알던 2FACE라는 친구와 같이 작업을 했는데요. 경험이 풍부한 친구라 많은 도움이 됐어요. 편곡이나 가사도 그렇고요. 제가 1절을 쓰면 그 친구가 후렴구를 쓰는 식으로 했죠.”


클래식과 대중가요의 경계에 서다.

사람들은 아직 의아하다. 이루마가 대중가요를 한다는 것에. 11년간 이루마라는 이름을 알린 세미 클래식 음악과 가요의 경계선은 얼마나 짙은 걸까?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되기도 하죠. ‘연주 음악 하던 이루마가 가요를 썼어?’ 하면서 ‘가요 역시 잔잔하고 서정적이겠지’하는 생각을 깨고 싶었어요. 그래서 만든 게 마인드 테일러라는 프로젝트고요. 이루마는 연주 음악, 마인드 테일러는 대중적인 음악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지금은 아예 경계에 대한 생각을 안 해요. 어쨌든 제가 만든 곡에는 제 색깔이 들어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백지영 씨 노래를 듣고 어떤 분이 댓글을 달았더라고요. ‘역시 이루마의 색깔이 들어있다’ 전 그걸로 만족해요.”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 중엔 음악의 경계를 짓는 두 부류도 있다. 정통을 중시하는 클래식 음악계와 독특한 것만이 살 길인 대중음악계 사람들. 그런 날카롭고 어려운 경계에 서 있다는 것. 외롭지 않을까?

“제 음악은 대중적이죠. 클래식계에서는 무시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다른 거죠. 그게 제 음악이고요. 그런 자부심으로 음악을 해왔어요. 저는 클래식과 대중음악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클래식 하는 분들이나 대중음악 하는 분들과도 각기 친하고요. 전 항상 그 사이에 서있고 싶어요.”

작곡에 문외한인 기자, 음악적 경계 역시 궁금해졌다. 가요와 연주곡을 작곡한다는 것의 경계.

“제 연주곡‘ maybe’도 그렇고 예전에 노래로 썼던 곡을 연주 음악으로 바꾼 거거든요. 대학생 때 썼던 노래, 멜로디를 연주곡으로 바꾼 것도 많고요. 그래서 저는 그 경계가 없어요. 하지만 여전히 작곡할 땐 피아노를 기본으로 해요. 하지만 가끔 피아노를 빼고 작업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워낙 많잖아요. 발라드할 때는 피아노가 꼭 들어가고요. 그래도 이루마가 쓴 곡이라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서 아직은 피아노를 넣고 있습니다.”


아이돌 위드 이루마?

이루마의 노래가 백지영에게 불린 이후, 가요계의 러브콜이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아이돌을 위한 노래도 작곡 중.

“누구라고 말씀드릴 순 없어요. 섭외가 들어오면 곡을 쓰지만 데모를 들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안 될 수도 있거든요. 타이틀 곡이라 부담은 많이 되지만 그래서 욕심이 나는 그룹이에요. 2월쯤 발표되는 음반이라 발렌타인데이에 들으면 좋을 곡이에요. 일본 가수 분 곡도 작업 중이고요. 백지영 씨 덕분이죠.”

음, 아이돌의 타이틀이라면 댄스곡이 많을 텐데, 이루마표 댄스곡 가능할까?

“댄스 가능합니다. 원래 제가 좋아했던 장르 중 하나가 힙합이었고 MC 스나이퍼와 작업한 것도 힙합이었으니까요. 아이돌들이 사실 노래를 너무나 잘 하잖아요. 하지만 댄스음악을 하니까 노래로 다 못 보여주는 경향이 있어요. 아이돌들의 음악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모든 것이 변해도 하나쯤 변하지 않는 것, 그게 바로 내 음악

이루마에게 올해 대운이라도 들었나보다. 가수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의 제이슨 찬이라는 가수를 위해 ‘River Flows In You’를 노래로 부를 수 있도록 편곡 중인데다 올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와 독일 등 유럽 공연 계획도 이미 잡혀있다. 게다 당장 다음 달엔 단독 콘서트도 열리는데.

“공연을 위해 편곡도 다시 하고 있고요. 현악 팀과 풍성하게 준비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번 공연도 늘 변함없는 무대를 보여줄 거예요. 늘 주변은 변화하고 있지만 저는, 제 공연만큼은 변화를 주고 싶지 않다,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요. 사람도 변하고, 주변 환경도 변하고, 나 스스로도 변한다고 해도 뭔가 하나는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그게 어쩌면 음악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저의 언제나 변함없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변, 함, 없, 이 그의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힐링된다. 개그콘서트가 생각나는 ‘Maybe'를 차치하곤. 그리고 벌써 다음 장기 프로젝트를 꿈꾸고 있다.

“마인드 테일러가 프로젝트 팀으로 계속 갈 수 있다면 저뿐 아니라 다른 피아니스트에게 곡을 줘서 그가 연주하는 저의 음악을 들어보고 싶어요. 그런 꿈을 늘 꿔요. 요즘 많은 사랑을 받는 후배들이 있잖아요. 신지호 씨도 굉장히 욕심이 나네요.”


꿈 많은 남자 이루마, 다시 한 번 명백히 말하지만 영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해병대에 입대한, 그는 대한민국 아티스트다. 그리고 이제 그의 뜻을 이루기 시작했다.


이루마콘서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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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예진

일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쏘다닌 지 벌써 15년.
취미는 일탈, 특기는 일탈을 일로 승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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