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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모두의 자화상이 되다 - 미스터 칠드런(Mr.Children)

가사가 네가 되고 멜로디가 내가 되는, 모두의 자화상과 같은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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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들을 처음 접한 건 오리콘 차트를 뒤지다 우연히 「くるみ(호두나무)」를 듣게 되면서였다. 마침 시기는 좋은 노래들이 쏟아지던 제이팝 황금기의 끝자락. 이 역시 그 중 한 곡으로만 인식하고 있던 때에 마침 자막이 입혀진 뮤직비디오를 보게 되었고, 그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


내가 이들을 처음 접한 건 오리콘 차트를 뒤지다 우연히 「くるみ(호두나무)」를 듣게 되면서였다. 마침 시기는 좋은 노래들이 쏟아지던 제이팝 황금기의 끝자락. 이 역시 그 중 한 곡으로만 인식하고 있던 때에 마침 자막이 입혀진 뮤직비디오를 보게 되었고, 그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 마법이라고 해도 충분하지 않을, 이 말도 안 되는 단어의 나열술은 본래 알고 있던 음악이라는 것의 의미를 재정립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出( )いの( )だけ別れは( )える / それでも希望に胸は震える。
(만남의 수만큼 이별은 늘어가겠지 / 그래도 희망에 가슴은 떨릴 거야)
引き返しちゃいけないよね / 進もう君のいない道の上へ
(돌아봐서는 안돼 / 나가자, 네가 없는 길 위로)
- 「くるみ(호두나무)」 中

기쁨의 양만큼 실망하고, 더불어 언젠간 ‘네가 없는 길’로 나가야 한다는 두려움 섞인 희망. 쿠루미의 뜻이 실은 호두나무가 아닌 ‘미래가 온다’라는 뜻도 모른 채, 음악으로 처음 느껴보는 이 ‘아린’ 감정은 당시의 나로선 굉장한 충격이었다. 이와 함께 미스치루(미스터 칠드런의 일본식 약칭)가 필청 아이템으로 굳건히 자리잡은 건 두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도 몇 곡 없는 이들의 노래를 굳이 찾아 부르곤 했고, 어느 순간 누군가 찾아와선 자기도 그 노래가 좋다며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게 대학시절에 있었던 뒤늦은 첫사랑의 시작이었던 듯싶다.

Stay 何を犧牲しても / 守るべきものがあるとして
(Stay 무엇을 희생해서라도 / 지켜야할 것이 있다고 한다면)
僕にとって今君が / それにあたると思うんだよ
(내게 있어서 지금 / 그대가 거기에 해당된다고 생각해)
-「Everything (It's you)」 中

사설이 길었지만, 이와 같이 미스치루의 노래를 들으며 자란 많은 이들의 삶 속엔 그들의 가사와 멜로디가 겹치는 장면들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러 순간들이. 위에 나열한 것도 대표적인 두 가지 예시일 뿐, 군 복무 시절 당직을 서며 듣던 「旅立ちの唄(여행의 노래)」나 유학생활동안 외로움을 달래려 목청껏 기타를 치며 불렀던 「しるし(증표)」 역시 잊지 못할 기억들로 남아있다. 이처럼 보컬 사쿠라이 카즈토시가 써내려가는 노랫말에는 지극히 일상적인 언어를 통해 각자를 마주하게 만드는 강한 반사력을 지니고 있다. 선율을 통해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은 금방 잊을지 몰라도, 글을 읽듯이 미스치루의 음악을 들어왔던 사람들이라면 4명이 만들어내는 이 안식처를 절대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그들도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1992년에 데뷔해 34장의 싱글과 16장의 앨범, 그리고 곧 발매될 신보까지, 공백기랄 것도 없이 그렇게 달려왔다. 곡을 만들고, 녹음을 하고, 투어를 하는 사이클을 줄곧 거치면서도 단 한 번의 페이스 저하가 없다는 건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여길 수 없는 일이다. 올해 역시 이미 베스트 앨범 < Macro >< Micro >를 발매했고, < MR.CHILDREN TOUR POPSAURUS 2012 >를 통해 여전히 국민밴드로서의 위용을 과시했다.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그들의 음악이 여전히 대중들의 품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은 이미 밴드에겐 그것들이 삶의 전부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 사회적 통념, 국가적인 재난 등에 부딪치며 생겨난 모든 감정이 탁월한 대중적 감각과 만나며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결과물로 빚어지고, 꾸준함이 ‘진부’를 ‘보편적 정서’로 탈바꿈시킴과 동시에 콘서트 투어를 통해 좀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는 ‘메신저’로서의 진화. 그렇게 그들은 단순한 뮤지션을 넘어 한 나라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초기작인 < Versus >(1993)와 < Atomic Heart >(1994)에서 느껴지는 천진난만함 속의 강함도, 소뇌경색으로 쓰러져 잠깐의 위기가 있을 때 다시금 부활을 알렸던 싱글 「Hero」의 투지를 덧칠한 듯한 상냥함도 이젠 커리어의 한부분이 되었다. 히트와 롱런의 결정적인 지지대임과 동시에 가끔은 그룹의 영역에 자꾸 침범한다고 눈총을 받는 고바야시 타케시(小林 武史)는 어느덧 자연스레 제 5의 멤버로 분하고 있다. 사실이 과거가 되고 익숙했던 공기가 조금씩 변화하면서 그렇게 현재가 되고,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지나간 것에 대한 아쉬움을 대체해 다가올 것들에 대한 두근거림을 음악을 통해 전달하는 그 힘이야말로 밴드의 생명력이 무한대의 바로미터에 놓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머무름이 없고, 때로는 당연시되는 것에 의문을 가지며, 결국엔 어떻게든 한 발짝 나아간다는, 누구나 할 수 있으면서도 잘 하지 않는 생각들. 그것이 모두가 공감 가능한 음악여행의 시발점이 된다는 것을 차곡차곡 쌓인 디스코그라피가 증명하고 있다.


2012년 11월 28일, 2년만의 신작 < (an imitation) blood orange >이 선을 보인다. 그곳에는 또 누군가의 추억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의 사랑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의 아픔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의 이별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다시 그들의 음악을 곱씹으며 우리는 새로운 기억을, 만남을, 그리고 미래를 언제나처럼 맞이한다. 각자가 가진 다른 사건의 공통된 감정만을 끌어내 공감이라는 강한 동기화를 엮어내는 그들의 언어. 그것은 어느 샌가 ‘우리의 삶’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음을 20년이라는 세월은 급하지 않게 증명해 왔다. 2012년 끝자락에 함께 할 그들의 소리. ‘솔직한 나’와 조우할 거울과 같은 이 울림에 평생 동안 귀 기울이고 싶은 건 나만의 바람이 아니라는 것을 믿는다. 그렇게 또 한 살 그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

いいことばかりでは無いさ / でも次の扉をノックしよう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야 / 그래도 다음 문을 노크하자)
もっと素晴らしいはずの / 自分を探して
(더욱 멋지게 변해있을 게 분명한 / 자신을 찾아서)
終わりなき旅
끝없는 여행
-「終わりなき旅(끝없는 여행)」 中


글 /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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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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