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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는 왜 천하의 바람둥이일까?

신화에서 꼭 알고 넘어가야 할 12신 제우스가 신들의 왕으로 등극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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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는 신 중에서도 알아주는 바람둥이였다. 그는 아내인 헤라의 눈을 피해 백조나 황소, 심지어 황금 비로 변하면서까지 여신이나 여성들과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의 피를 이어받은 이들 중에 강한 영향력을 가진 올림포스의 신들과 인간 영웅들이 나오게 된다. 신 중의 신인 그는 신화 속에서나 인간들 속에서나, 권력과 영광을 갖는 중요한 시발점인 셈이다.

제우스 패밀리부터 명확히 알아야 머릿속에 잘 기억돼
제우스가 바람둥이인 이유는 각 국가의 권력과 영광의 기원이기 때문


서양 문화 속에 빈번히 등장하는 신들, 제우스나 아프로디테는 하도 많이 들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신화 이야기는 언제나 알 듯 모를 듯하다. 그건 아마도 신들의 수도 많은 데다 신들 간의 관계를 명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신화 속 사연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올림포스12신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그들이 인간 세상의 실제적인 지배자로 군림하면서 숱한 이야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우스 패밀리다. 우라노스의 생식기가 바다에 떨어져 태어나게 된 아프로디테를 제외하면 모두 제우스의 형제자매이거나 자녀들이기 때문이다.

“자식에 의해 쫓겨날 것이다”라는 저주를 들은 거인족 신들의 왕 크로노스. 이에 그는 폭정을 휘두르고, 자신의 부인이며 누이인 레아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을 낳는 즉시 모두 집어 삼켜버린다. 자식을 잃는 슬픔을 계속 맛보아야 했던 레아는 참다못해 어머니인 가이아를 찾아간다. 가이아는 그런 레아의 마음을 통감하고도 남았다. 가이아는 레아를 크로노스 몰래 크레타 섬으로 데려가 남자 아이를 출산하게 하고, 자신이 직접 양육한다. 성인이 된 제우스는 가이아의 가르침에 따라 크로노스에게 구토제를 먹인다. 그러자 크로노스는 자신이 삼켰던 제우스의 형제자매들을 토해냈다.

이후 제우스는 크로노스를 타르타로스에 가둔 다음, 형제들과 함께 올림포스 산에 거처를 정하고 세력을 키워나갔다. 이들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전형적인 신들로 오르튀스 산에 모여 있는 거인 족처럼 거대한 신은 아니었다. 이 올림포스의 젊은 신들은, 이윽고 기존 세상의 지배권을 가지고 있던 거인 족(티탄 족)과 전쟁을 벌였다. ‘티타노마키아(Titanomachia)’라고 불리는 이 전쟁은 10년간이나 지속되었다. 당시 거인 족이면서도 제우스 편에 선 이들도 있었는데, 제우스의 어머니인 레아와 승리의 신 니케, 미래를 내다볼 줄 알았던 프로메테우스와 그의 동생 에피메테우스 등이 그들이다.

전쟁이 계속되던 어느 날 가이아가 “땅속 깊은 곳에 유폐되어 있는 자들을 아군으로 만들면 승리할 것이다”는 비책을 내놓았다. 이에 제우스는 당장 타르타로스에 갇혀 있었던 키클롭스와 헤카톤케이르 형제들을 해방시켜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 훌륭한 대장장이였던 키클롭스 삼형제는 제우스에게 번개를, 포세이돈에게는 폭풍을 일으키고 해안을 지진으로 뒤흔들 수 있는 삼지창을, 하데스에게는 몸이 보이지 않게 하는 황금투구를 만들어주어 전투력을 강화시켰다. 그리고 헤카톤케이르 삼형제가 300개나 되는 팔들을 이용해 계속해서 큰 바위들을 던져 티탄 족들을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어 제우스가 벼락을 내리쳐 온 대지가 불길에 휩싸였으며, 거인 족들 중에는 번개 불빛에 시력을 잃는 이들도 있었다. 승기를 잡은 제우스는 거인 족들을 쇠사슬로 묶어 대지의 깊은 곳 타르타로스에 가두고는 청동문으로 봉쇄해버렸다. 이 문을 헤카톤케이르 삼형제가 지키게 했고, 같은 티탄 족이었던 아틀라스에게 하늘을 떠받치는 형벌을 내렸다.

마침내 올림포스의 젊은 신들이 승리했다. 그 결과 제우스는 왕으로 등극하고, 그의 형제자매들은 최고 신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들이 제우스의 자녀들과 함께 올림포스 12신으로 불리게 되는 것이다.


티타노마키아. 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제우스는 올림포스 신들의 시대를 연다.

제우스의 형제자매는 3남 3녀. 그중에 가정생활을 수호하는 불과 화로의 여신 헤스티아가 맏딸로서 제우스의 누나다. 그녀는 포세이돈과 제우스의 아들 아폴론이 자신에게 구혼하며 다투자 영원히 처녀로 살겠다고 맹세하여 싸움을 가라앉혔다고 한다. 이에 제우스는 순결을 지킬 권리와 인간이 신에게 바치는 제물을 제일 먼저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고 한다. 화로는 고대 그리스에서 가정의 중심이었으므로, 그녀는 가정의 수호신으로 숭배되었다. 가정의 수호신답게 올림포스 산에 조용히 머물러 있어서였을까? 그녀와 관련된 신화는 별로 없다. 그런 이유로 올림포스12신을 말할 때 헤스티아는 포함되기도 하고, 포함되지 않기도 하는데, 그녀가 빠질 경우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집어넣는다.

둘째 누나는 풍요와 토지의 여신인 데메테르이다. 그녀는 곡물과 농사를 관장하는 만큼 인류에게 최대의 은혜를 베푼다고 하여 올림포스의 신들 중 특히 숭배되었다. 그녀는 동생인 제우스와 관계하여 딸 페르세포네를 낳았는데, 페르세포네에게 반한 하데스가 그만 페르세포네를 납치해 지하로 데려가 버린다. 이에 데메테르는 모든 일을 내팽개치고 자신의 딸을 찾아 나서고, 그녀가 돌아오지 않자 대지의 곡식들은 여물지 않게 된다. 이에 제우스가 나서서 두 모녀와 하데스를 중재함으로써, 일 년 중 3분의 1은 지하에서 하데스와 함께 지내게 된다. 이로써 꽃과 초목이 피어나고 지는 ‘계절’이 만들어지게 된다.


페르세포네의 귀환.
신들의 중재로 헤르메스에 이끌려 페르세포네가 저승에서 돌아오고 있다.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가 지상과 지하 세계를 오가는 패턴이 바로 계절이다.

제우스의 막내 누나는 그의 정실부인이 된 헤라다. 집안에서 셋째 딸이기도 하지만, 제우스에게도 세 번째 부인이다. 결혼과 결혼생활을 관장하는 여신이면서, 왕의 아내인 만큼 여신 중 최고이며 신들의 어머니로 불린다.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많은 사건들이 제우스의 바람기와 그에 따른 헤라의 질투와 복수로 일어난다. 원래 ‘유부녀’라는 뜻인 헤라는 질투하는 부인들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제우스와 헤라가 부부 싸움을 하면 하늘에서 큰 폭풍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다음은 제우스의 두 남자 형제다. 이들은 가끔 제우스의 동생들로 표현되는데, 제우스가 마지막에 태어났음을 고려할 때 모두 형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제우스는 이 남신들과 세상을 하늘, 바다, 지하 세계로 삼등분하여 나누어 지배했다. 맏형인 포세이돈은 주로 바다를 지배했으며, 제우스 다음가는 힘을 발휘했다. 한 번 흔들면 거대한 파도가 일고, 비와 바람을 일으키는 삼지창이 그의 상징이다. 그리고 둘째 형은 바로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를 지하 세계로 납치해 아내로 삼은 하데스다. 사람이 죽으면 가게 되는 저승의 세계를 관장하는 그는 언제나 지하 세계에 있기 때문에 올림포스에는 얼굴을 드러낼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올림포스12신에서 제외되어 있다.


제우스의 2세들과 헤라의 질투

제우스는 신 중에서도 알아주는 바람둥이였다. 그는 아내인 헤라의 눈을 피해 백조나 황소, 심지어 황금 비로 변하면서까지 여신이나 여성들과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의 피를 이어받은 이들 중에 강한 영향력을 가진 올림포스의 신들과 인간 영웅들이 나오게 된다. 신 중의 신인 그는 신화 속에서나 인간들 속에서나, 권력과 영광을 갖는 중요한 시발점인 셈이다.

아내 헤라의 눈을 피해 바람을 피우고 다니는 제우스. 그렇다고 제우스가 오직 단 한 번 결혼한 것은 아니었다. 헤라 이전에도 이미 두 번 결혼을 했었다.

제우스가 첫 번째 아내로 삼은 것은 지혜의 여신 메티스였다. 하지만 제우스는 그녀가 임신하자 아내를 통째로 삼켜버렸다. 그 이유는 아내에게서 제우스를 대신할 지배자가 태어난다는 예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버지인 크로노스의 경우와는 다르게, 아내인 메티스를 삼킨 제우스는 지혜와 분별력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달이 차자 제우스의 머리에서 여신 아테네가 무장한 채 튀어나왔다. 그녀는 메티스의 소질을 이어받아 지혜와 전쟁의 여신이 되었고, 제우스의 가장 사랑받는 딸로 올림포스12신 중의 하나가 된다. 특히 그녀는 포세이돈과 아테네의 영유권을 놓고 경쟁하여 이긴 것으로 유명하다. 둘 중 누가 사람들에게 유용한 선물을 하는가 하는 내기였는데, 포세이돈은 아크로폴리스 위에 말(일설에는 염수의 샘)을 출현시킨 반면, 그녀는 올리브나무를 만들었다. 결국 신들로부터 올리브가 사람들에게 유익한 선물이라고 판정받으면서, 아테네가 그 마을의 수호신이 되고 마을 이름도 아테네가 된 것이다.

제우스의 두 번째 아내는 율법과 질서의 여신 테미스이다. 둘 사이에서는 계절의 여신인 호라이 세 자매와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 세 자매가 태어났다. 하지만 그녀들은 모두 올림포스12신에 들지 못했다.

제우스가 최종적으로 정실로 맞이한 건 헤라다. 자신의 누나이기도 한 헤라와의 사이에서는 4명의 자녀가 태어났다. 그중 불과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와 전쟁의 신 아레스가 올림포스12신이 됐다. 이 둘은 형제이지만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었다. 헤파이스토스는 못생긴 절름발이이지만, 신들의 무기와 장신구들을 만들며 올림포스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반면 아레스는 건장하고 뛰어난 외모를 소유한 군신(軍神)이었지만, 성격이 난폭한 데다 전쟁의 신이면서도 싸움에 능하지도 못했다. 게다가 그는 형 헤파이스토스의 아내인 아프로디테와 불륜을 저질러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한편 제우스의 바람기가 만든 대표적인 신이 태양신 아폴론과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다. 이들은 헤라의 질투로 인해 힘겹게 세상에 태어나야 했다. 자기 자식들보다 레토가 낳은 아이들이 더 위대해질 것이라는 것을 안 헤라가 출산 장소를 내주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레토에게 달려가는 출산의 여신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레토는 만삭의 몸으로 육지와 바다를 해매고 다녔으며, 9일 동안의 긴 산고를 겪어야 했다. 레토의 고생은 컸지만, 그녀의 아이들은 결국 올림포스12신이 된다.

특히 아들 아폴론은 태어난 지 나흘 뒤에 제우스의 명을 받아 델포이로 가, 임신 기간 내내 레토를 괴롭혔던 거대한 뱀 피톤을 활로 쏘아 죽인다. 원래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성소인 델포이를 지키는 뱀인 피톤을 처치한 아폴론은 델포이의 새 주인이 된다. 이때부터 인간들은 가이아의 뜻이 아닌 제우스의 뜻을 받들게 된다. 어떤 면에서는 모권 신화가 부권 신화로 이행하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아폴론은 빛, 태양, 이성과 예언, 의술, 궁술, 시, 음악 등 다양한 것들을 관장하는 신이기도 한데, 이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최고 덕목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결국 이는 그리스의 정신인 ‘합리적 이성’을 상징하는 것으로써, 아폴론이야말로 가장 그리스다운 신의 상징이 되었으며 헤라가 질투할 만큼 영향력도 컸다.

헤라의 질투는 종종 죽음을 불러오기도 했다. 특히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어머니인 세멜레는 헤라의 질투로 인해 참혹하게 타죽고 말았다. 헤라가 유모로 변해 나타나서 그녀로 하여금 제우스의 실체를 확인하도록 부추겼고 번개와 천둥으로 둘러싸인 제우스의 실체를 보고 타죽고 만 것이다. 제우스는 불에 탄 세멜레의 태내에서 6개월밖에 안 된 디오니소스를 꺼내어 자신의 허벅지에 넣어 키운다. ‘어머니가 둘’이라는 뜻의 그의 이름은 바로 이런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다. 성장 후, 그는 포도나무를 발견하고 포도주의 주조법을 발명하지만, 다시 헤라의 질투로 미치게 되어 이집트와 시리아 등으로 방황의 길을 떠나게 된다. 마침내 광기를 치료한 그는 인간에게 포도 재배를 가르치고, 자신을 숭배하는 제의를 펼치게 한다.

우리에게는 피로회복제 ‘박카스’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술의 신이며, 동시에 도취의 신이기도 하다. 그의 제의에는 집단적 열광과 흥분이 수반되곤 했으며, 종종 비극 등이 경연되면서 연극의 신으로도 불려졌다. 특히 그는 20세기 철학자 니체에 의해 다시 조명됨으로써, ‘합리적 이성’을 상징하는 아폴론과 대조를 이루며 ‘비합리적인 면을 강조하는 현대정신’을 상징하는 신의 이미지를 갖기도 한다. 디오니소스는 헤스티아와 마찬가지로 올림포스12신에 포함되기도 하고 제외되기도 한다.


제우스와 세멜레. 세멜레는 제우스의 사랑을 받아 임신을 하지만,
질투심에 가득한 헤라의 꼬드김에 넘어가 끝내 죽음을 맞이한다.

재미있는 점은 제우스가 바람을 피워 낳았음에도 헤라의 사랑을 받은 신도 있다. 그는 바로 신들의 전령사이며 상업과 여행자의 신인 헤르메스이다. 태어날 때부터 눈치가 빠르고 말솜씨가 좋았던 헤르메스는 태어나자마자 헤라의 무릎에 앉았는데, 이때 헤라가 자신의 젖을 먹였다고 한다. 이후 헤라는 제우스와 마이아의 아들인 헤르메스를 자기 아들처럼 여겼고, 결국 올림포스12신 중의 하나가 됐다.

그리스 신화 표.jpg
※ 신들의 가계 ※

마지막으로 올림포스12신 중에 제우스와 직접적인 혈연관계가 없는 신이 하나 있다. 바로, 크로노스가 베어내 던져버린 우라노스의 생식기가 바다에 떨어지자 거품을 일으키며 탄생한 아프로디테이다. 그녀의 뛰어난 미모에 많은 남신들이 그녀를 소유하려고 경쟁하자, 제우스는 가장 못생긴 절름발이 신인 헤파이스토스와 결혼시켜버린다. 하지만 사랑과 욕망을 주관하는 그녀가 이 추남 신에게 만족할 리 없는 법, 그녀는 전쟁의 신 아레스와 끊임없는 밀애를 즐긴다. 우리에게 ‘비너스’로 더 친숙한 이 사랑의 여신 곁에는 항상 아들인 에로스가 수행원처럼 쫓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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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주현성

학창 시절에는 실존주의와 니체를, 사회복지 분야를 전공하면서부터는 심리 치료와 사회학에 빠져 주로 시간을 보냈다. 사회학 방법론을 고민하면서 현대 철학에까지 관심을 가져왔다. 현재는 눈뜨면 매일 30분 이상 책을 읽었던 시간들이 쌓여 출판기획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인문 분야에서는 『진화론의 유혹』 『뇌, 생각의 한계』 『궁정론』 『중국 지식인들과 정체성』 등을 기획 출판했다. 또 청소년 도서 〈강력추천 세계 교양 지도 시리즈〉를 기획, 그중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지도』는 인문 교양 분야의 베스트셀러가 되어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밖에 기획한 책으로는 『우리 아이의 인생을 위한 첫 번째 수업』 『평범한 아버지들의 위대한 자녀교육』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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