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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있다고 1년간 거짓말 했다가 낭패 - 스테이크의 굽기

가상의 ‘남친’으로 편견에 맞선 여인 “스테이크에도 편견이 있는 거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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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은 남자란 남자는 모두 홀릴 것 같은 여우 타입도 아니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을 만큼 귀엽지도 않고, 보이시한 분위기로 남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도 않았다. 그는 안 예쁜 여자는 남자친구가 당연히 없을 거라 여기는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다. ‘없다’라는 진실 대신에 ‘있다’라는 거짓을 무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는 안 예쁜 여자는 남자친구가 당연히 없을 거라
여기는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다.
‘없다’라는 진실 대신에 ‘있다’라는 거짓을 무기로 선택한 것이다.
편견과의 싸움은 에상을 뛰어넘어 험난했다.


“남자친구는 있어요?”

후배 ㅈ이 한 디자인회사에 입사해서 들은 첫 질문이다. ㅈ은 ‘있다’고 대답했다. 괴짜 중에 괴짜인 ㅈ, 4~5차원 정도 되는 기발한 뇌 구조를 가진 ㅈ, 이마에 ‘진실’이란 글자가 꽉 박혀 있는 ㅈ. 그가 툭 던져버리듯이 답한 ‘있다’에는 엄청난 비밀과 철학이 숨겨져 있었다.

“사람들은 제가 당연히 남자친구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더라구요.”

ㅈ은 남자란 남자는 모두 홀릴 것 같은 여우 타입도 아니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을 만큼 귀엽지도 않고, 보이시한 분위기로 남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도 않았다.

그는 안 예쁜 여자는 남자친구가 당연히 없을 거라 여기는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다. ‘없다’라는 진실 대신에 ‘있다’라는 거짓을 무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는 배우 박신양과 몇 명의 주변 남자들을 추려 ‘짬뽕 캐릭터’를 창조했다. 기념일이 되면 꽃을 보내주고 “애기야~”라는 말도 앙증맞게 해주는 멋진 애인이 탄생했다. 한동안 그는 신났다. 자신 앞으로 꽃 배달을 하고 “왜 반지가 없냐”는 직장 동료들의 성화에 반지도 맞췄다.

편견과의 싸움은 예상을 뛰어넘어 험난했다. 남자친구를 고향에 있는 것으로 설정한 탓에 고향을 다녀오면 “만나서 뭐했어?”란 질문이 쏟아졌고 “그냥 얘기하죠”라고 답하면 내숭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연인들의 애정행각이라고는 도통 손톱의 때만큼도 모르는 그는 점점 고통에 시달렸다. 급기야 모태솔로인 여자 후배가 연애상담을 해오기까지 했다.

1년 뒤 그는 투쟁을 접었다. 세상에 경종을 울리는 선에서 타협했다.

그와 이태원의 조용한 레스토랑 부처스 컷을 찾았다. 삼원가든이 문을 연 드라이에이징(건조숙성) 스테이크하우스다. 고기를 밥보다 좋아하는 그를 위한 자리였다.


“스테이크에도 편견이 있는 거 알아?”

ㅈ과 함께 동석한 ㅇ이 한마디 건넸다. 스테이크를 주문할 때 선택하는 고기 굽기의 정도를 보고 ‘좀 먹을 줄 아네’, ‘전혀 뭘 모르는구먼’ 하는 식으로 판단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스테이크는 웰던, 미디엄 웰던, 미디엄, 미디엄 레어, 레어 등의 굽기 방법이 있다. 속을 익히는 순이다. 고기는 익힐수록 ‘마야르 반응(식품의 가열처리, 조리 중 일어나는 성분 간 반응)’ 때문에 고기 특유의 향은 살아나지만 수분이 없어지면서 단단해지고 육즙도 사라져간다.

레어는 겉은 단단하고 속의 육즙은 잘 살아 있는 상태다. 붉은색의 피가 뚝뚝 칼날에 묻어나는 레어 상태를 좋아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덜 익히는 것에 대한 우려와 물컹한 식감을 싫어하는 이들도 있다. 얼굴이 제각각이듯 혀의 선택도 사람마다 다르다. 마틴 루서 킹처럼 세상의 편견과 싸운 ㅈ에게 물었다.

“너는 어떤 상태로 구워 달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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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있는 식탁 박미향 저 | 글담
이 책은 누구보다 많은 음식을 맛보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본 ‘맛 기자’의 특별한 에세이다. 『인생이 있는 식탁』이라는 제목은 이 책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오랜 시간 수많은 맛집을 순례하며 다양한 음식을 맛본 저자는 편안한 친구와 한바탕 수다를 떨듯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그 음식을 함께 나눈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야기 속에는 맛있는 음식들만큼이나 다양한 저자의 주변 인물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그들과의 추억담을 풀어놓으며 음식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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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미향

대학교에서 사학과 사진학을 전공했다. 사진기자로 기자생활을 시작했지만 현재 한겨레신문사에서 ‘사진도 찍는 음식기자’로 일하고 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2005년), 『박미향 기자 행복한 맛집을 인터뷰하다』(2007년), 『와인집을 가다』(2009년) 3권의 책을 어쩌다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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