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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고릴라로 취직한 청년 이야기 - 『굿바이 동물원』

이기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는 법! 내가 눈물을 흘리는 건 마늘 때문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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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굿바이 동물원』은 동물원에 동물로 취직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 군상들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정리해고를 당한 회사원부터 대학 졸업 이후 헤매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춘까지, 어떻게 보면 하나같이 실패와 좌절,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슬픈 이야기는 모두 담고 있달까.

고릴라로 취직했다고?


한 남자가 있다. 나이는 서른여섯.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를 당했다. 먹고는 살아야겠기에 부업을 시작했다. 시작은 마늘까기. 울고 싶은 날에는 마늘을 까는 남자라네~ 그리고는 곰인형 눈깔 붙이기와 종이학 접기까지, 밥벌이의 위대함은 그로 하여금 무엇이든 하게 했다. 그러다 동물원 취직 자리를 소개받는다. 공무원과 비슷한 것이란다. 하루하루 마늘 까고 인형 눈깔 붙이는 일과는 차원이 다른, ‘안정적’인 직장 아닌가. 한 달의 시간 동안 열심히 준비하여 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의 영광을 거머쥔다. 동물원에 출근한 그는 고릴라사에 배치된다. 물론 유니폼도 입는다. 그는 동물원에 고릴라로 취직했다.

마늘보다 사는 게 백배쯤 맵다


제17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굿바이 동물원』은 동물원에 동물로 취직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 군상들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정리해고를 당한 회사원부터 대학 졸업 이후 헤매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춘까지, 어떻게 보면 하나같이 실패와 좌절,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슬픈 이야기는 모두 담고 있달까.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비장한 슬픔을 슬프지 않게 그려낸다. 그래서 그런 걸까. 이 작품은 여느 소설보다 더 아프고 더 가슴이 시리다.



“나는 안다. 매운 건 마늘이 아니다. 눈물을 흘리는 것도 마늘 때문이 아니다. 사는 게 맵다. 매우니까 눈물이 난다. 한때는 나도 마늘을 까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그래서 안다. 마늘보다 사는 게 백배쯤 맵다는 걸. 그리고 마늘을 깐다는 게 사람을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게 만드는 지도.” (p.159)



이기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는 법


뭐가 이리 힘들까. 왜 이리 사는 게 힘든 걸까. 드라마 속에는 흔한 해피엔딩이 현실에서는 존재하기나 한 걸까. 정녕 남을 짓밟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일까. 작가는 치열한 경쟁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소설은 픽션이라지만 이렇게 리얼할 수가 없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 기꺼이 남을 짓밟는 조풍년 과장, 기본 100대 1의 경쟁률을 상회하는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앤 대리는 비단 소설 속 인물이 아니다. 커다란 경쟁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마음 아파하는 우리네 친구요, 동료요, 가족이다. 참, 소망이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소설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넌지시 알려준다. 치열한 경쟁사회를 떠나 콩고로 떠난 대장 고릴라는 그 곳에서도 비록 고릴라로 살아가지만 그래서 더욱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살아간다. 이기지 않아도 되고, 질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된다. 나무에서 열매가 열리고 강에서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대자연이 거대한 마트요, 밀림 어디든 눕는 그 곳이 집이 된다. 대장 고릴라는 비록 고릴라의 탈을 쓰고 있지만 처음으로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기쁨으로 행복하다. 그렇다.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치 않다. 무엇을 하는 지도 그리 중요치 않다. 누구에게나 먹고 사는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있는 법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


책장을 덮어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소설 속 인물들의 절규가 귀에 생생하다. 동물원에서 고릴라로, 갈라파고스거북이로, 시베리아불곰으로 살아가지만 동물원 밖에서보다 동물원에 있을 때 더 사람답게 사는 것 같다는 그들의 읊조림도.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했던 대학 시절이 기억난다. 그에 대한 해답은 먼저 나라는 사람에 대한 존재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에서부터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지금 이 모양 이 꼴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준 이들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사실이 내 마음에 큰 위로가 됐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비록 주위 환경은 더욱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지만, 이기지 않고도 혹은 지더라도 사람답게 살 수 있다. 세상은 술보다 더 독하다지만 마늘보다 사는 게 백배는 맵다지만, 내게 중요한 일, 다른 사람이 아닌 내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살아간다면 굳이 이기지 않고도 사람답게 살 수 있다. 세상은 우리에게 경쟁을 해서 이겨야만 행복할 수 있다 말하지만, 그렇지 않고도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은 분명 저마다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건 각자의 몫이다.


+덧.


소설은 우리가 발을 내딛고 살아가는 현장을 날카롭게 묘사한다. 이러한 부분은 헤아릴 수 없지만 가장 기억나는 문장을 옮겨본다. 문학을 사랑하자는 의미로…



“대한민국은 소설만 써서 먹고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한국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았다. 주식과 연예계 소식, 하다못해 내일의 날씨처럼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았다. 한국 사람들은 안방에서도 TV를 보고 전철에서도 TV를 보고 화장실에서도 TV를 봤다. TV를 보지 않을 때는 게임을 했다. 책은 팔리지 않았다. 인세로 들어오는 수입은 기대할 수 없었다. 게다가 정책적으로도 문학을 등한시하는 분위기였다. 정치가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원했다. 해외무역이 흑자로 돌아서고, 연간 경제 성장률이 몇 퍼센트에 이르고, 세계적인 국제대회를 집권 기간 내에 유치하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런 사업이 필요했다. 문학은 그런 사업이 아니었다.”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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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동물원 강태식 저 | 한겨레출판

《굿바이 동물원》은 처절한 경쟁 사회에서 밀려난 주인공이 동물원의 동물로 취직하면서, 고릴라의 탈을 쓰고 가슴을 탕탕 두드리고 12미터에 달하는 철제 구조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오르내리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 화장실에 빈 칸이 없어서 울지 못하고 눈만 벌게졌던 주인공 김영수. 그는 회사에서 해고되고 집에서 부업으로 마늘을 까면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삶을 떠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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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도훈(문학 MD)

고성방가를 즐기는 딴따라 인생. 모든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며, 누구나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굿바이 동물원

<강태식> 저10,800원(10% + 5%)

2012년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굿바이 동물원》은 심사 위원들에게 ‘슬프고 우습고 재밌다. 감수성 있는 문체는 문학적 재능의 번뜩임을 증명하고, 슬프지만 우습게 말하는 소설문법은 삶을 보는 통찰력의 내공을 입증한다’, ‘이 작가는 능숙하게 사람을 울리고, 능숙하게 사람을 웃긴다. 그러나 마침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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