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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지 않아 더욱 유별난 매력 : <테이큰 2>의 리암 니슨

‘아버지’의 이름에서 ‘남편’의 이름으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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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큰 2>에서 브라이언은 여전히 딸 걱정으로 지나친 간섭을 하는 아빠로 등장한다. 전처 레노어(팜케 얀센)는 여전히 브라이언과 칼날 같은 위기 상황이다. 지난 1편에서 브라이언에게 가차 없이 처단 당한 악당의 가족들이 복수를 계획하면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최근 유튜브를 뜨겁게 달군 동영상의 주인공으로 싸이도 있지만, 중견배우로는 리암 니슨이 있다. 미국 NBC 인기토크쇼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 출연, 수많은 여성 방청객 앞에서 핑크색 속옷 한 장만 걸친 채 알몸을 공개한 동영상이 그것이다.

그는 유방암 캠페인을 상징하는 분홍색 속옷을 입고 유리 부스 안에 들어가 물세례를 받은 대가로 받은 약 2만 달러(약 2230만원)를 유방암 치료연구를 위한 성금으로 전달했다. 영화 속에서 보여준 남성다운 이미지를 버리고 친숙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입담과 몸짓으로 박수를 받은 그의 선행은 반전매력이 되어 분위기를 훈훈하게 달궜다. 실제로 사생활에서도 리암 니슨은 가정적이고 다정한 중년남성의 매력을 선보이고 있으며, 지난 9월 17일 영화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동안에도 젠틀한 매너로 영화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지난 2009년 리암 니슨의 아내 나타샤 리처드슨이 45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는 사고가 있었다. 그녀는 캐나다 몬트리얼 인근 스키장에서 초급 스키 레슨을 받던 중 추락해 머리를 다쳐 결국 회복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았다. 1995년 영화 <넬>에 함께 출연하면서 연인 관계로 발전하여 결혼에 이르렀던 리암 니슨은 여전히 부인을 잊지 못하는 순애보의 주인공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배우로서가 아니라 사생활적인 면에서도 리암 니슨은 가정적이며, 사회봉사를 위해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 리암 니슨이기 때문에 <테이큰>에서 보여준 ‘아버지’의 얼굴은 더욱 큰 반향이 될 수 있었다.


아버지는 거칠지만 나의 영웅 : <테이큰> 시리즈




딸아이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사까지 하는 남자 브라이언은 전직 특수요원이다. 방학 중 파리로 여행을 떠난 딸 킴(매기 그레이스)이 괴한들에게 납치당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딸을 지키기 위한 그의 마음은 불같이 뜨겁지만, 납치범을 찾아 응징하는 브라이언의 태도는 특수요원답게 냉정하고 계획적이다. 리암 니슨이라는 배우가 가진 냉철하면서도 남성적인 이미지에 딸바보 아버지의 부성이 더해지면서 <테이큰>은 더욱 날렵하면서도 감정적인 이야기가 된다. 무고한 아이들이 이유 없이 죽어가는 혼돈의 시대에 브라이언의 복수는 망설임이 없다. 그저 악인은 가차 없이 죽어도 된다는 그의 태도는 때론 지나치게 냉정해 보이지만, 딸을 지키기 위한 아비로서는 마땅해 보인다.

데뷔작 <13구역>에서 거침없는 아날로그 감성의 액션장면을 보여주었던 피에르 모렐 감독은 <트랜스포터>, <더 독> 등의 촬영감독이었던 그의 전력을 살려 파리의 풍광을 리듬감 있게 전시해내는 세련된 솜씨까지 보여준다.




<테이큰 2>에서 브라이언은 여전히 딸 걱정으로 지나친 간섭을 하는 아빠로 등장한다. 전처 레노어(팜케 얀센)는 여전히 브라이언과 칼날 같은 위기 상황이다. 지난 1편에서 브라이언에게 가차 없이 처단 당한 악당의 가족들이 복수를 계획하면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번엔 딸이 아니라 레노어와 브라이언이 직접 납치당한다. 이미 전지전능한 능력을 갖춘 브라이언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될 인간 병기임을 악당들은 간과하고 있었다. 브라이언은 예상대로 큰 난관 없이 악당 소굴에서 빠져나가고, 악당은 모조리 소탕된다.

제작자 뤽 베송은 딸과 아버지 사이의 이야기였던 1편에 이어, 이번에는 전처 레노어와 브라이언 사이의 관계 회복, 즉 찢어진 가족의 봉합을 위해 2편의 이야기를 할애한다. 따뜻한 위로와 관심을 받고 싶어 하던 전처 레노어는 위기 상황에서 남편의 위치를 발견하고, 가장으로서 브라이언의 위치는 회복된다. 애초에 좋은 남편, 자상한 아빠가 아니었던 브라이언이 위기가 극복된 이후 좋은 가장이 될까 의문은 들지만, <테이큰>은 한 번도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제 역할을 해 본 적이 없는 중년 남성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냉정하게 맞서 싸우는 가족 관계의 회복을 이어간다.


튀지 않아 더욱 유별나 보이는 배우


<다크맨>


1981년 존 부어맨의 <엑스칼리버>의 조연으로 데뷔한 이후, 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기회는 샘 레이미 감독의 <다크맨>의 주인공을 맡으면서 부터였다. 변호사 줄리와 사랑에 빠진 과학자가 온몸에 화상을 입은 후, 자신이 개발한 인공피부를 활용해 철저한 복수를 계획하는 잔혹한 복수극 <다크맨>을 통해 리암 니슨은 냉철하고 이지적이면서도 액션이 가능한 남성배우로서의 매력을 선보였다.


<쉰들러 리스트>


<마이클 콜린스>


<우디 알랜의 부부일기>, <사랑의 용기>를 거쳐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였다. 기회주의자에 호색한인 쉰들러가 유대인 회계사 아이작 스턴(벤 킹슬리)을 만나 숨어있던 양심을 찾으면서, 자신이 모은 전 재산을 사용해 아우슈비츠로 보내질 운명에 처한 유대인 1,098명의 목숨을 구한다는 이 감동적인 대하드라마에서 냉정하고 잔인한 이기주의자에서, 마음속의 온정을 되찾아가는 쉰들러 역할을 통해 섬세한 내면연기를 선보였고 이를 통해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의 아내 나타샤 리처드슨을 만나는 행운을 안겨준 영화 <넬>에서는 야생녀 넬을 만나 그녀에게 동정심을 느끼는 의사역할로 조디 포스터와 호흡을 맞추었고, 아일랜드의 혁명 지도자로 열연했던 닐 조단 감독의 <마이클 콜린스>로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러브 액츄얼리>


<베트맨 비긴즈>


<타이탄의 분노>


이후 2002년 <갱스 오브 뉴욕>, 2003년 <러브 액츄얼리>, 2005년 <베트맨 비긴즈>, <킹덤 오브 헤븐>, <나디아 연대기> 등 세계적인 감독이 연출하는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벌였고, 예상보다 훨씬 더 성공한 2008년 <테이큰>을 통해 새로운 액션영웅이 되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2009년 아톰 에고이앙의 <클로이>에서는 줄리앤 무어와 상류층 중년 부부의 위험한 권태를 보여주면서 중년의 중후한 매력을 선보였다. 줄리앤 무어와 아만다 사이프리드에게 집중된 영화의 이야기 속에서도 리암 니슨은 중심을 지키고 제 역할을 해내는데 망설임이 없다. 어느 영화에서든 든든한 중견배우로서의 역할이 그저 반갑다.

<테이큰>을 통해 쌓은 액션 배우로서의 리암 니슨의 이미지에 크게 기댄 2011년 영화 <언노운>은 반전을 숨긴 강렬한 액션 스릴러를 표방하는 영화였다. 리암 니슨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액션과 곳곳에 숨은 반전을 위한 장치가 매력적인 영화였지만, <테이큰>의 성공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2012년 한해만 해도 리암 니슨은 <테이큰 2>를 비롯하여 신화를 재해석한 블록버스터 <타이탄의 분노>에서 제우스 신의 역할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는 인상적인 조연으로, 존 카나한 감독이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 남자의 의지를 그려내는 <더 그레이>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주인공 역할을 맡아 단순한 재난 영화보다 훨씬 더 내밀한 인생의 결을 그려낸다.


<킨제이 보고서>


개인적으로는 리암 니슨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영화로 2005년 <킨제이 보고서>를 꼽는다. 리암 니슨은 킨제이의 삶과 작업에 대한 자료를 모두 섭렵하고 킨제이의 동료들까지 직접 인터뷰해 그의 습관과 자세까지 완벽하게 모방하면서 킨제이의 외모는 물론 내면적 고뇌까지 완벽하게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배우였다면 조금은 더 호들갑스러운 주목을 받았을지 모를 완벽한 연기보다는 영화 전체의 맥락을 곱씹어 보게 만드는 건 영화와 다른 배우들 사이에서 잔잔하게 스며들어 있는 ‘리암 니슨’의 연기 스타일 때문이었다.




1981년 데뷔하여 2012년까지 31년간 61편의 영화에 출연한 리암 니슨은 한국나이로 올해 환갑을 맞이하였다. <테이큰> 시리즈 덕분에 액션 배우로서의 명성을 얻었지만, 61편의 영화 속에서 그는 늘 주연의 모습은 아니었다. 제목만 들어도 알만한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도 잔잔하게 튀지 않아 더욱 유별난 배우처럼 보인다. 리암 니슨의 진면목은 그렇게 앙상블 속에서 피어난다. 정말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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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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