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브랜드 자라(ZARA) 회장 “평범한 사람처럼 살고 싶다” - 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
옷 가게 점원 출신으로 패션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압도적인 유통 업체의 대부호 외부의 노출을 꺼리는 이유는…
속도전략은 “유행을 만들지 않고 유행을 따라간다”는 자라(ZARA)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즉 다른 브랜드들은 계절에 앞서 미리 옷을 만들지만, 자라는 그때그때 사람들이 추구하는 유행에 맞춰 다품종의 제품을 소량씩 생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신상품이 나오고, 제품 중 70%는 2주 안에 바뀐다.
이제 패션 브랜드 ‘자라(ZARA)’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동복부터 성인 남녀의류, 가방, 신발, 액세서리까지 패션의 모든 것을 취급하는 자라는 굳이 분류한다면 중저가 의류 브랜드다. 하지만 매장 위치나 분위기, 디자인에서 ‘싸구려’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늘 새로운 제품이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고, 소비자가 매장을 방문할 때 마다 유행이 ‘업데이트’되어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자라에 열광하는 이유다.
자라 브랜드는 2008년 서울 명동에 매장을 내며 한국에 처음 상륙했다. 하지만 미국 뉴욕, 이탈리아 밀라노, 영국 런던 등 전 세계 패션 중심지의 목 좋은 곳은 이미 1990년대에 접수했다. 2012년 현재 자라는 전 세계 85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매장 수만 해도 1,659개에 이른다. 진출한 지 4년밖에 안 된 한국에도 매장이 35개나 된다.
‘패션 왕국’이라 불리는 이 거대한 패션기업의 역사는 1975년 스페인 북서부의 가난한 지역 갈리시아에서 셔츠 가게 점원으로 일하던 30대 남자가 약혼녀와 함께 옷 가게를 열면서 시작되었다. 그가 바로 2012년 「포브스」 집계 세계 다섯 번째 갑부(375억 달러)이자 스페인 최대의 부호인 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 1936년~ )다. 패션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명품 업체인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410억 달러) 회장 다음으로 부자다. 그는 막대한 재산으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LVMH의 패션 디렉터 대니얼 피에트(Daniel Piette)가 “자라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압도적인 유통 업체다”라고 평했을 정도로 패션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이기도 하다.
패스트패션이 가져다 준 빠른 성공
오르테가는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스페인 레온에서 태어난 그는 철도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여러 지역을 옮겨 다녔고, 열세 살 때는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해야 했다. 무급 견습직원으로 시작해 15년간 옷 가게에서 종업원으로 일한 오르테가는, 1963년 의류 제조 업체를 차리고 직접 원단을 구입해 옷을 만들어 팔았다. 중개상을 뺀 직접 거래가 옷 가격을 내리고 제작 시간도 단축시킨다는 것을 터득한 것이다. 이 시기에 체득한 것들을 그는 훗날 자신의 패션 사업에 핵심 전략으로 응용한다.
‘속도 제일주의’는 1975년 설립된 자라의 성공 열쇠가 된다. 디자인부터 제조, 유통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설립해 모든 과정을 직접 맡아 제작비용과 생산기간을 줄였다. 자라가 신상품을 디자인해서 매장까지 배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2주다. 다른 의류 업체들은 최장 6개월까지 걸리는 과정이다.
자라는 인건비를 줄이려고 아시아로 공장을 옮기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빠른 배송을 위해 여전히 전제품의 65% 가량을 유럽의 공장에서 생산한다. 물류의 완전 자동화를 위해 스페인에 축구장 90개 규모의 대형 물류기지를 만들었다. 또 모든 제품을 비행기로 배송해 세계 어디든 48시간 내에 도착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속도전략은 “유행을 만들지 않고 유행을 따라간다”는 자라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즉 다른 브랜드들은 계절에 앞서 미리 옷을 만들지만, 자라는 그때그때 사람들이 추구하는 유행에 맞춰 다품종의 제품을 소량씩 생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신상품이 나오고, 제품 중 70%는 2주 안에 바뀐다. 새로 나온 옷이 일주일 동안 잘 팔리지 않으면, 매장에서 모두 뺀다. 그리고 추가 주문을 취소한 뒤 신상품을 디자인한다. 모든 상품은 아무리 길어도 4주 이상 매장에 진열되지 않는다. 인기 없는 옷은 가차 없이 선반에서 사라지고, 인기가 있어도 몇 주 후면 매장에서 다시는 똑같은 옷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자라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마음에 드는 옷을 바로 구매한다. 또 매장의 옷이 자주 바뀌다 보니 고객들이 매장을 찾는 횟수도 잦다. 실제로 스페인의 번화가에 있는 보통 가게들은 고객들이 연 평균 세 번씩 찾지만 자라 매장은 1년에 열일곱 번이나 찾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처럼 유행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자라가 만드는 신상품은 연간 1만 1,000여 점에 이른다. 다른 브랜드들이 연간 2,000~4,000점의 신상품을 만드는 데 비해 다섯 배나 많다. 자라는 이렇게 옷이 패스트푸드처럼 순식간에 완성되고, 순식간에 판매되는 것을 일컫는 ‘패스트패션’의 효시가 된다.
하지만 자라는 디자인 모방에 대한 비판에 시달리기도 한다. 패션쇼 등을 통해 미리 유행을 예측하고 연구해 상품을 만들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다른 브랜드가 고심해서 내놓은 새 디자인을 베껴 짧은 시간에 많은 옷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오히려 회사 매출이 증가하고 매장 수를 계속 늘려가는 것을 보면, 자라가 고객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음은 분명하다. 경쟁사들이 뭐라든 고객들은 자라에서 최신 유행하는 옷을 싸고 빠르게 살 수 있으니 말이다.
자신을 낮추기 위해 ‘은둔’을 택한 경영자
오르테가가 1985년 세운 패션 유통 업체 인디텍스(Inditex) 그룹은 자라를 비롯해 캐주얼복 풀앤베어(Pull&Bear), 속옷 브랜드 오이쇼(Oysho) 등 여덟 개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2012년 현재 인디텍스 그룹은 전 세계 매장만 5,600여 개, 직원이 11만 명, 디자이너만 600명에 달한다. 오르테가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인디텍스 그룹에서 만드는 모든 제품의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꼼꼼히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오르테가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스페인 최고 부자인 그가 길을 걸어가도 스페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다. 오르테가는 자라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1990년대 후반까지도 자신의 사진을 단 한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물론 언론의 인터뷰 요청 역시 한번도 응한 적이 없다. 주주총회는 물론 사교 모임에도 절대 참석하지 않는다. 그가 공식적인 자리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1년 인디텍스 그룹이 상장했을 때뿐이다.
그나마 비공식적으로 오르테가의 모습이 포착되는 경우는, 경마장에서 승마선수인 셋째 딸의 경기를 보거나 그가 열렬한 팬이면서 구단주로 있는 스페인 프로축구리그 프리메라리가의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의 경기를 볼 때다. 세계 최대 규모의 패션 업체 회장임에도 넥타이를 맨 것은 결혼식 때뿐이었을 만큼 수수한 차림을 좋아해, 그를 알아보기는 더 쉽지 않다고 한다.
물론 한국에도 그에 대한 정보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세계 10위권 갑부 중에서 독일 할인마트 알디의 창업주 카를 알브레히트(Karl Albrecht)와 더불어 베일에 싸인 이가 바로 오르테가다. 하지만 앞으로 그에 대해 알기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오르테가는 2011년 11월 인디텍스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인디텍스 그룹의 부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였던 파블로 이슬라(Pablo Isla)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것이다. 평생을 바쳐 일궈온 거대한 패션 왕국을 떠날 때도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왜 이처럼 자신을 꽁꽁 숨기는 걸까? 평소 오르테가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며 계속 중간계층 사고방식대로 살고 싶다”고 말한다고 한다. 또 자신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익명으로 살아가는 것이라 믿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고 한다. 주변 인물들에 따르면 오르테가는 자라와 인디텍스 그룹의 성공이 자기만의 특별한 노력으로 비춰지는 것을 매우 경계한다. “모두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고, 나도 그 중 한 명일 뿐이다.” 그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이렇게 그는 세계적인 패션 제국의 왕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 살기를 원한다. 그 평범함이야말로 자라의 패션이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을 흡족하게 만드는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이끌어내는 원천일 것이다.
[ 부자 DNA ] ☞ 공감의 DNA 질 좋은 제품을 싸게 구입하면서도, 자신의 소비에 ‘싸구려’ 이미지가 붙는 것을 경계하는 소비자들의 욕망을 정확히 파고든 오르테가. 그가 소비자의 욕망을 정확히 캐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스페인 최고의 부자가 되어서도 자신의 고객과 같은 중간계층이길 원하는, 제대로 ‘공감(共感)’할 줄 아는 경영자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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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한국일보에 입사했다. 경제부를 거쳐 지금은 사회부에서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를 담당하고 있다. 수개월 동안 많은 슈퍼 리치를 ‘뒷조사(?)’한 끝에 ‘가장 아름다운 부자’는 정직하게 부를 쌓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까지 준 인도의 아짐 프렘지(Azim Premji)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최진주>,<문향란>,<남보라> 공저14,4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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