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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오래된 집을 넓고 세련되게 만든 신혼부부

마음껏 욕심부린 집 - 김세희ㆍ박형빈 부부의 56.1㎡ 아파트 효율적인 공간 구획으로 좁은 집의 기능성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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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집처럼 보이는 아파트. 천장은 낮고 평수는 좁은 옛날 아파트였지만 개조 후에는 좁아도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공간 구성 아이디어와 사는 사람의 입맛에 맞춘 가구, 개성 넘치는 마감재들로 똘똘 뭉친 아파트는 신혼집이란 타이틀과 썩 잘 어울린다.





김세희ㆍ박형빈 부부의 56.1㎡ 아파트

주거 형태-아파트
크기-56.1㎡(계단식 17평)
구조-거실, 주방, 침실, 욕실, 베란다, 다용도실, 현관
디자인&시공&가구 제작-투앤원 디자인 스페이스(www.2n1space.com)
총 비용-3천2백만 원(바닥 공사+벽&천장 도장 공사+주방 가구 공사+욕실 공사+붙박이장 공사+조명 공사+블라인드 공사)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집처럼 보이는 아파트. 천장은 낮고 평수는 좁은 옛날 아파트였지만 개조 후에는 좁아도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공간 구성 아이디어와 사는 사람의 입맛에 맞춘 가구, 개성 넘치는 마감재들로 똘똘 뭉친 아파트는 신혼집이란 타이틀과 썩 잘 어울린다.




마음껏 욕심부린 집. 김세희 씨의 집을 한두 개의 단어로 표현해야 한다면 이렇다. 오래되고 좁은 아파트라는 핸디캡에 매여 지레 포기하지 않고, 그렇다고 그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과한 도전을 하지도 않았다. 욕심이란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의미다. 그녀가 신혼 생활을 시작한 분당은 새 아파트가 적어 신혼집을 고를 선택의 폭이 좁았다.

오피스텔을 구해 볼까 하다가 결국 구입한 곳은 지은 지 15년쯤 된 주공 아파트로, 내력벽이 많아서 개조 공사에 한계가 있었다. 안방이나 거실로 써야 하는 큰방, 가로세로 2미터 남짓한 작은방, 현관에서 큰방으로 이어지는 복도 옆쪽으로 자리한 주방까지 어느 공간 하나도 딱 부러지게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결혼 준비를 하면서 인테리어 시공 업체가 아닌, 수납 문제를 풀어 줄 디자이너를 먼저 찾은 건 참신한 아이디어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그녀는 사는 동안의 편리함은 물론이고 나중에 집을 재테크 용도로 활용할 경우까지 고려했다. 주거 용도가 아니라 오피스로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 임대할 계획이 있어서 효율적인 공간 구성을 위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하려고 천장을 높일까 생각해 봐도 옹돌이 많아 여의치 않고, 방을 모두 터서 원룸처럼 꾸밀까 하는 고민까지 무엇 하나 쉬운 건 없었다.

고민을 거듭한 결과는 아주 놀랍다. 작은 평수의 집이라고 해도 여러 가지 기능을 모두 갖췄다. 작은 집에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중문이 있고 공간을 세로로 길게 나누는 테이블 하나가 각 공간들을 나눠 독립성을 갖게 한다. 거울과 간접조명은 시각적으로 집을 넓어 보이게 하고 편안함을 주는 아이템으로 활용했다.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해 정성을 쏟은 시간이 길었던 만큼 집에서 누리는 보상의 시간들은 달콤하기만 하다.


기능을 고루 갖춘 복합 거실





제대로 된 거실을 찾아볼 수 없던 아파트에 서재이자 드레스 룸을 겸한 거실이 생겼다. 복합적인 기능을 거뜬히 해결하는 거실은 비효율적인 구조였던 옛날의 모습을 말끔히 잊게 만들 만큼 훌륭하다. 보통 거실로 쓰는 가장 큰 방의 문을 떼어 내어 주방과 복도까지 하나의 공간처럼 연결했다. 좁은 집을 무작정 쪼개기보다는 벽이나 문을 과감히 제거해 공간을 확장하거나, 때론 새로운 공간을 찾아내는 작업이 효과적이었다. 거실에서는 가구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거실 안쪽에서부터 주방까지 길게 이어지는 테이블은 TV 거치대이자 컴퓨터 책상, 식탁을 모두 겸한다. 이 특별한 테이블 하나가 각각의 기능을 하는 구획을 보이지 않게 나눈다.

거실은 좁은 집의 수납을 책임진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소파 뒤는 슬라이딩 도어 붙박이장을 설치해 부부의 옷이나 계절 용품 등을 정리해 두었다. 테이블 아래나 벽에도 수납장을 길게 짜 넣었다. 생활에 필요한 가구들을 모두 사서 배치하기가 쉽지 않은 이 집에서 붙박이장은 서랍장, 사이드 테이블, 장식장 등 이 모든 필요를 충족시켜 준다. 사실 수납은 평수에 관계없이 어느 집이나 안고 있는 숙제나 다름없다. 가구를 제작해 설치하는 건 집의 구조적인 특성에 맞게 조율이 가능한 일이라 효율적인 면에서 그녀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거실은 벽을 세우면 예전처럼 방으로도 얼마든지 변신이 가능하다.

문마다 칠한 블루 컬러가 집의 포인트가 되듯 거실 벽면의 타일이 주는 이미지도 집 전체의 조화를 꾀하는 데 효과적이다. 주방과 같은 타일을 써서 공간을 확장시키고 미색 위주의 거실에 생기를 주기 때문이다. 상부장 하단의 스포트라이트를 켜면 타일 벽은 아트 월이 된다. 화이트 컬러라서 눈치채기 쉽지 않지만 거실 벽도 특별하다. 주로 상업 공간에서 쓰는 기법의 페인트 마감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경제적인 면을 따지자면 벽지를 바르는 것이 옳죠. 그런데 벽지는 쉽게 더러워질 것 같아서 도장 마감했어요. 명품 페인트라는 ‘션 윌리엄스’의 제품을 칠했는데, 일주일 넘게 벽을 사포질 해야 하는 사전 과정이 필요했어요. 실무자들이 큰 고생을 했죠. 벽지에 비해 4~5백만 원 정도의 견적 차이가 날 정도로 비싸긴 해도 만족스러운 결과예요.”


침실을 채우는 그레이, 블루, 퍼플 컬러 이야기





현관 옆 방은 작아도 너무 작은 방이었다. 침실로 꾸밀 계획을 세웠지만 시중에서 판매하는 침대는 들어갈 수 없었다. 가로세로 2미터 정도인 공간에서 시도 가능한 방법은 맞춤 가구를 이용하는 것뿐이었다. 창가 쪽 벽면에 꽉 차도록 최대한 길게 침대를 제작했다. 물푸레나무 소재로 헤드를 높인 독특한 디자인의 침대는 프레임에 패브릭을 둘러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소파와 같은 원단이라 통일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

침대 하나로 꽉 찬 방은 붙박이장을 벽에 설치했다. 공간이 넉넉해 침실에 필요한 물건들을 거뜬히 수납하고 벽 위쪽에 바짝 붙였기 때문에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아 좋다. 장식보다는 살림을 말끔히 정리해 두는 용도의 장이었기 때문에 오픈장은 적당하지 않았다고. 침실에서 느껴지는 신비로운 감성은 침구가 주는 효과다. 채도가 선명한 블루와 퍼플의 대담한 컬러 매치는 그레이 침대 프레임과 세련된 조화로움을 보여 준다. 거실이나 주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침실은 편하게 잠들 수 있도록 제 기능에 충실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필요에 부응한다.


독자적인 공간을 이룬 현관





강렬한 블루 톤의 현관 중문은 그녀의 신혼집을 머릿속에 각인시킬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중문은 넓은 집에서나 설치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현관을 열자마자 사적인 공간이 한눈에 드러나는 부담을 줄여 주고, 무언가 격을 갖춘 집이라는 이미지를 현관에서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폭을 다르게 설치한 중문은 프레임 디자인을 단조롭게 하고 유리의 면적을 넓게 해 답답함을 줄였다. 중문과 함께 위쪽 벽까지 페인트칠을 해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한 아이디어도 엿보인다.

“혹시 답답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설계 시안을 보니 괜찮겠다 싶어 시도했지요. 별도로 독립적인 느낌을 주는 공간이 있다는 게 좋아요. 컬러의 경우는 블루와 그린 컬러 중에서 고른 거예요. 블루가 시원하고 예쁜 데다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보다 톤 다운 된 블루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밝게 나왔어요. 작은 샘플을 보고 정하다 보니 칠하고 나면 조금 밝아진다는 걸 미처 계산하지 못했네요.”

신발장 문은 거울로 마감해 현관을 한층 넓어 보이게 했다. 외출 시 옷매무새를 확인할 전신 거울로도 쓰이니 일석이조다. 신발장 맞은편의 선반은 세심한 배려가 담긴 장치다. 기존 설비 배관실 자리에 단 선반은 가방을 올려 둔다거나, 벤치 삼아 앉을 수 있어 편리하다. 조명도 현관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디자인이 예쁜 벽 조명이 흔한 센서등을 대신하고, 신발장과 선반 아래엔 간접조명을 달았다. 짧은 시간 스쳐 지나가는 현관이지만 부부에게는 집을 나설 때나 지친 몸으로 돌아올 때 기분을 좋게 만드는, 에너지를 주는 공간이 되어 준다.

소개팅으로 만난 김세희와 박형빈 부부는 첫 만남에 8시간이나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그러고서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바라며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그들은 부부가 되도록 정해진 사람들이었는지 이내 다시 연락이 닿았다. 사귄 지 한두 달 만에 10년 된 사이처럼 편안해졌다는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부부가 되었다.

짐이 엄청 많았던 아내와 짐이라고는 달랑 청바지 2벌과 몸만 왔다는 남편, 집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아내와 바깥 활동을 더 즐기는 남편, 둘은 극명하게 다르지만 그로 인한 갈등은 엿보이지 않는다. 집에 대한 취향만큼은 비슷했던 그들은 집을 고치는 어려운 과정 중에도 수월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남편은 많은 부분을 아내에게 맞췄다. 두 사람의 집이긴 해도 김세희 씨가 많은 시간과 많은 공간을 활용할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결혼 준비 못지않게 개조 공사는 긴 기다림이 필요한 일이었다. 결혼하면서 처음 맞닥뜨린 큰 산을 무사히 넘어온 부부는 또 다른 인생의 과정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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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집 인테리어 임상범 저 | 나무수
신혼부부를 위한 신혼집 꾸미기에 관한 모든 것. 10평부터 30평대의 아파트, 빌라, 복층, 한옥, 단독주택 등 각양각색의 집에 북유럽, 빈티지, 모던, 내추럴 등 부부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콘셉트로 꾸민 신혼집들을 소개한다. 내 취향을 알아보는 인테리어 질문지, 좁은 집을 넓게 쓰는 법, 인테리어 플랜 짜기 등은 집 꾸밈의 준비 과정을 도와준다. 또 과감하게 셀프 인테리어를 시도하거나 시공 업체와 손잡고 신혼집을 꾸민 스무 커플의 조언은 인터넷보다 신뢰할 수 있는 확실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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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상범

육아 전문 잡지 [베스트베이비]와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리빙센스]에서 12년 동안 일하며, 요리, 인테리어, 리빙 등 생활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섭렵했다. 거의 매달 ‘누군가의 집’을 방문했고, 남의 집 구경하는 재미에 폭 빠져 10여 년의 시간을 보냈다.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은 집부터 위풍당당한 전원주택, 삼엄한 경계를 받으며 들어간 대한민국 상위 1%의 집까지, 무수히 많은 집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그 과정을 통해 그녀는 집에 방이 몇 개인지, 돈을 얼마나 들였는지가 아니라 공간이 풍기는 냄새와 온도를 통해 집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집이란 사는 사람의 생활과 역사를 담아야 비로소 아름답고 넉넉해진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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