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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학 가려면 아버지가 무관심 해라?

아이를 위한 참교육 네 가지를 공개합니다 앎이 곧 삶, 삶이 곧 앎이다 공부에 대한 짧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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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을 교육제도, 사교육의 병폐, 학벌 중심의 사회를 운운하고 한탄하면서, 내 자신과 아이를 거기에 밀어 넣고 가슴 졸이며 그에 발맞추어 살기에는 내 인생이, 우리 아이들 인생이 너무 짧다. 굳이 그렇게 살아야 할 이유도 없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 나와 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을 바로 지금 해나가는 것이다.

“어린이는 천천히 자라면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해.
단지 어른이 되는 법만을 배워서는 안 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거야.”


-위기철의 《생명이 들려준 이야기》(사계절, 2006) 中-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각종 언론 매체는 마지막 수능 대처 요령에 대해 열심히 설명한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유의하고, 안정된 수면과 생활리듬을 잘 유지하라 등등…. 학창시절 온갖 고생을 다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막바지에 와서 컨디션 조절을 잘못하여 시험을 망치면 인생까지 망치는 일인 양 엄살을 떤다. 그에 발맞춰, 모든 수험생 엄마들은 수능 그날까지 하루하루 노심초사하며 아이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고 또 바라고 공을 들여 관리한다.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반 아이가 물었다. 공부는 왜 하냐고. 옆에 있던 아이가 대신 대답한다.

“그것도 모르냐? 대학 갈라고 하지!”

아홉 살 아이들도 공부는 좋은 대학에 가려고 하는 거란다.

우리말에서 앎과 삶은 그 어원이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인즉슨, 옛 성현들의 말씀처럼 앎은 곧 삶으로 실천하기 위한 것이며,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 앎을 닦는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지금 우리 시대에도 표면적으로는 그대로 맞아떨어진다. ‘앎’에 해당하는 학과 공부를 죽어라 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그 대학 간판으로 직장에 취직하고 그에 걸맞은 결혼을 하고…. 앎이 그렇게 ‘삶’으로 이어진다. 옛 성현들이 말한 앎과 삶에 대한 깊은 뜻은 그게 아님이 너무도 명확한데! 그걸 누가 모르나? 그래도 세상이 이러니 어쩌누!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을 교육제도, 사교육의 병폐, 학벌 중심의 사회를 운운하고 한탄하면서, 내 자신과 아이를 거기에 밀어 넣고 가슴 졸이며 그에 발맞추어 살기에는 내 인생이, 우리 아이들 인생이 너무 짧다. 굳이 그렇게 살아야 할 이유도 없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 나와 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을 바로 지금 해나가는 것이다.

아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3대 비법이 ‘아버지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을 갖추는 거란다. 애를 너무 잡는다며 비현실적인 말만 하는 아빠는 차라리 아예 무관심한 게 도와주는 것이다. 또 경제적으로 불황인 요즘, 아빠의 벌이로는 빠듯하니 집안의 재력이 있어야 풍부한 사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학원, 과외 선생, 시험 경향과 스펙,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정보들을 엄마가 발 빠르게 캐고 다녀야 소위 명문대학에 들어간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중 아무것도 해당사항이 없는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오히려 거꾸로 가볼 요량이다. 현실과 멀어져 마구마구 이상적으로 가도 그것이 정말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도록 말이다.

“우선 참된 공부는 삶이 나아지는 공부다. 나에게 재미있는 공부다. 그것이 현재든 미래든 내 삶에 도움이 되는 공부, 내게 필요하고 더 나아가 다른 이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공부, 그런 공부를 한다면 내 삶도, 아이들의 인생도 더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 입장에서 공부를 보면 정말 평생해야 하는 게 참공부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고귀한 학창시절에 새우등이 되어 척추병을 얻고 의자 위에서 엉덩이와 다리에 살만 찌우는 게 아니라, 평생에 거쳐 새록새록 알아가며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이 공부다. 그렇다면 나와 내 아이가 어떻게 해야 참공부를 할 수 있을까? 참공부를 실천하는 우리 집만의 노하우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아이와 함께 많이 돌아다닌다. 도시에서건 시골에서건 다양한 방법으로 돌아다니며 많은 것들과 만나고 접하면서 궁금한 것들을 많이 만들어간다. 궁금한 게 있어야 알고 싶은 것도 있는 법이니까. 많이 돌아다니면서 놀아야 그만큼 비워지고 비워져 채워질 것도 생길 테니까.

둘째, 많이 읽는다. 책, 신문, 잡지, 만화 등 가리지 않고 읽는다. 주변에 늘어가는 도서관들이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단, 억지로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책에 빠져 읽고 있으면, 아이가 저절로 온다. 아이가 책을 읽도록 하는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방법은 엄마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어른, 아이, 좋은 사람, 평범한 사람, 배울 것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친구들, 선후배, 선생님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여러 사람의 생각도 읽게 된다. 그에 따라 생각하는 품도 넓어지고, 자기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어른이 돼야 할지 방향을 잡게 된다.

넷째, 종교생활이나 영성생활을 한다. 이것은 복잡다단한 세상일을 조용히 되새기며 묵상하는 일을 말한다. 내면의 세계를 바라보면서 눈에 보이는 것들에만 목숨 걸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신이 인간에게 준 책임이 무엇인지, 어떻게 세상을 사는 것이 바른 건지, 겸손이란 무엇인지 알도록 하는 것이다. 이건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공부라 생각한다.

이러한 생활들이 부모인 나의 삶에 자리 잡을 때, 비로소 그것이 나의 아이들에게 전해진다. 어른들이 먼저 삶에서 앎을 실천하고 평생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 공부를 해나간다면, 즉 지금 이 자리에서 공부하는 모범을 몸소 보여준다면, 철벽같이 단단해서 도저히 깨질 수 없을 것만 같은 우리의 교육제도에 티끌만 한 흠집이라도 낼 수 있지 않을까? 세상 탓, 사회 탓만 하며 안절부절 초조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나에게 걸맞은 나만의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중학생이 된 큰아이가 얼마 전 처음으로 수학 학습지를 시켜달라고 했다. 학습지란 걸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녀석이 복잡한 수학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빨리 푸는 연습을 하고 싶단다. 작은아이는 큰아이가 하는 학습지가 부러웠던지 저도 무엇이든 시켜달란다. 무엇이든이라 하지 말고 제게 꼭 필요하고 정말 하고 싶은 걸 찾아서 말하라고 했더니, 열심히 찾는 중이다.

큰딸 친구들 몇 명이 학원을 다니다 그만두고 나서, 학원을 다녀 본 적 없는 딸에게 묻는단다. 너는 학원도 안 다니고 공부를 어떻게 하냐고.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옆집 아줌마의 입김에 갈등하며 버틴 십여 년의 시간이 가끔씩 새삼 대견하게 느껴진다. 어릴 때부터 온갖 학원을 전전하며 살게 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주변에서 하니까’이다. 우리 아이만 뒤처질 것 같은 ‘엄마의 조바심’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기가 선택하기도 전에 부모에 의해 학원이 결정되고, 공부방법이나 특기 혹은 적성까지 학원에 의해 정립된다. 그러니 학원을 안 다니면 자기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무엇을 잘하는지 알아갈 수 없다.

그러나 자기의 삶과 앎에 대한 고집이 있어서 자기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다 보면, 자신만의 길이 반드시 열리리라 믿는다. 많이 돌아돌아 오긴 했지만, 나도 그렇게 살아왔으니 나의 아이들도 제 길을 찾아가리라 믿는다. 만약 대학을 들어가야만 갈 수 있는 길이라면 학창시절을 담보 삼아 열심히 학과 공부를 할 터이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필요한 공부를 알아서 찾고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에도 잘 들어갈 것이라 믿는다. 만약 그 길이 대학을 통하지 않아도 된다면 굳이 대학에 들어가지 않아도 제 길을 가리라 믿는다. 그렇게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살아간다면 지금에나 나중에나 적어도 불행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아이와 함께 행복해지는 길, 앎이 곧 삶이 되는 길, 현재도 미래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살아가는 길에는 용기있는 선택과 더불어 조금은 무모할지도 모르는 나 자신과 아이에 대한 믿음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누군가는 수능까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볼 여유가 있어 이렇게 배부른 소릴 한다고 비웃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런 오기라도 부리지 않으면 그때 가서 그 소용돌이에 휩쓸려 정신을 잃을지도 모르기에 배짱을 부려본다. 한 번의 발걸음으로 길을 낼 수 없듯이 한 번의 생각으로는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없음을 알기에 자꾸 되뇌고 다짐해본다. 수능을 앞두고 있는 전국의 수험생들과 학부모님들에게 평안이 깃들길 기원한다. 그리하여 수능 이후에도 너무 크게 상심하시는 일이 없길.




편집자의 말

학창시절에 이 고민과 떨어져 살았던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도대체 공부는 왜 하는 걸까?”- 요즘엔 아홉 살짜리 아이도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한단다. 그런데 ‘왜 공부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전에 ‘공부란 무엇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들이 말하는 공부는 대부분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을 충실히 소화하고 시험 성적으로 검증받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공부의 아주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참된 공부란 ‘삶이 나아지는 공부’이며 ‘나에게 재미있는 공부’다. ‘평생에 걸쳐 새록새록 알아가며 즐거워할 수 있는 공부’다. 따라서 공부는 왜 하는지 고민하는 것, 누구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두루 접해보는 것, 자연 속을 돌아다니며 살아 있는 생명체에 감탄하는 것, 이 모든 것이 공부다.

우리도 한때는 대학 진학만을 위한 공부가 아닌 더 나은 삶,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기 위한 참공부를 맘껏 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삶이 곧 앎이고, 앎이 곧 삶이 되는 기쁨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선택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할 줄 아는 어른들의 용기와 아이에 대한 믿음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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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맘, 때론 쌤, 그리고 나 김영란 저 | 한언
저자는 공립 초등학교, 대안학교, 기간제 교사, 소년원 상담교사 등을 거치면서 결국 맘과 쌤은 하나임을 깨닫는다. 가끔은 엄마란 이름에서, 교사란 이름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와 함께 엄마 자신도 끊임없이 키워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자신만의 꿈을 꾸는 엄마가 진정 행복한 엄마가 되는 길임을 피력한다. 이 책은 좋은 엄마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행복한 엄마가 되기 위해선 ‘진정한 나를 찾아 아이와 함께 꿈을 꾸고 부대끼며 성장하라’는 메시지와 더불어…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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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영란

때론 맘, 때론 쌤, 그리고 나

<김영란> 저11,700원(10% + 1%)

좋은 엄마란 무엇인가? 누구나 엄마가 될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의 딸로 살다가 아내란 이름을 얻고 얼떨결에 엄마가 된다. 또 엄마는 가족들과 지지고 볶으며 살면서 완성되는 미완의 존재이기도 하다. 즉, 엄마는 그렇게 아이들과 ‘살아내려고’ 부단히 애써야 한다. 따라서 좋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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