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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과 교신하는 아이, 선생님의 해결책은…
기적을 만드는 한국식 마주보기 교육 아이와 ‘공감’에 이를 수 있는 세 가지 방법 사랑하고, 다시 또 사랑하라
아이가 당신의 마음과 사랑을 알아주기를 바라는가? 그렇게 간절하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아이의 마음을 너무 쉽게 얻으려고 하지 말라.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이의 마음이라면, 한국의 모든 부모와 아이들은 이미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다. 결국 ‘마주보기 교육은 사랑의 결정체’라고 생각하면 맞다. 성공을 위해 당신이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는 것처럼 아이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끊임없이 아이에게 깊은 사랑을 전하라.
나는(이지성) 한때 아이들에게 무한히 영향 받는 교사였다. 교탁 위에 올라가 누워 있는 아이, 책상 위에 올라가 춤을 추는 아이, 책상 밑에 숨어 있어 나를 깜짝 놀라게 한 아이, 자극적인 유행어로 수업 분위기를 망치는 아이. 교실에 들어가면 나는 늘 이런 아이들을 만나고, 이런 아이들과 수업을 해야 했다. 나는 늘 흥분 상태였다. 굉장히 예민한 상태라서 누가 옷깃을 스치고 지나가도 화가 났었다.
그때 내 삶을 ‘스위치 같은 삶’이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아이들이 누르는 대로 ‘켜졌다 꺼졌다’ 반복하는 바보 스위치처럼 살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내 말을 잘 들으면 기뻐하고 힘을 냈지만,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어김없이 기분 나빠하고 화를 냈다. 어떤 아이가 다른 아이를 때리는 것을 보면 나도 그 아이를 때렸고, 소리 지르는 아이를 보면 나는 더 크게 소리 질렀다. 아이들은 이런 나를 따라하며 무한히 영향 받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나름 허리를 숙이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춘 교육을 하려고 애를 썼지만, 아이들이 나를 힘들게 하면 또다시 스위치가 꺼지고 말았다. 나는 아이들과, 아이들은 나와 전혀 교감을 하지 못했다. 나는 교실을 지옥으로 만든 것이다. 그때 문득 ‘의사는 한 번에 한 명을 해치지만, 교사는 한 번에 수십 명의 삶을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교실을 지옥으로 남겨둘 수는 없었다. 아이들과 마주보기 위해 교사 입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많은 행동을 했다. 학교 근처 문방구점에 들러 아이들이 가장 많이 먹는 불량식품을 사먹었고, 놀이터에 오랜 시간 앉아 있으면서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마음을 느끼려고 노력했다. 또한 선배들이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받는 아이들의 마음을 느끼기 위해, 텅 빈 화장실이나 학교 구석진 소각장 같은 곳에 한참을 서 있기도 했다. 이런 행동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백 퍼센트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창문을 가질 수 있었다.
아이들은 나에게 마음을 문을 열었고 그런 일련의 노력이 쌓인 결과 ‘피노키오 상담실’을 열 수 있었다. 난 이 상담실에서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상담했다. 하지만 난 상담실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해법을 제시한 적이 없다. 사실 상담 같은 것을 하지 않았다. 다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컵떡볶이나 파인애플 맛 음료 같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사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들은 내게 고민이 해결됐다고 말했다. 내가 그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던 건, 내게 있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작은 창’이 덕분이었다. 작은 창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눈 것이 전부였지만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자신의 고민을 해결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억울하게 깨지고 집에 돌아오면 기분이 어떤가? 아마 배우자가 자신의 그런 기분을 이해하고, 따뜻한 말 한 마디 해주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데 어이없게 배우자가 “상사가 깰 만하니까 깼겠지. 네가 좀 잘해라!” 하고 말하면 기분이 어떤가? 아이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가 잔뜩 풀이 죽은 얼굴로 “오늘 선생님한테 혼났어”라고 했을 때, 만약 부모가 “넌 좀 혼나야 해. 선생님이 혼낼 만하니까 혼내셨겠지”라고 대답하면 아이의 기분이 어떨까? 상사에게 깨지고 돌아와 배우자의 이해를 받지 못해 느꼈던 배신감을 아이도 똑같이 느낄 것이다. 하지만 부모가 이렇게 말해준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아이들 앞에서 창피했었겠구나.”
“선생님이 많이 미웠겠네.”
“혼날 때, 엄마 보고 싶었지?”
아이들도 나와 같다는 생각으로,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럴 때 부모와 아이는 비로소 마주할 수 있다. 아이의 태도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방법을 쓰면 안 된다. 이런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와 마주하지 못했을 때, 아이는 자신이 설 자리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교사 시절에 상담했던 정윤이(가명)라는 아이 역시 그랬다. 정윤이는 부모와도 친구들과도 마주하지 못했다. 한눈에 봐도 자신이 설 자리를 잃은 것처럼 보였다. 당시 정윤이는 4학년이었는데 내게 상담치료를 받기 전까지는 자신이 나쁜 외계인들의 감시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윤이는 자신을 아쿠라시아별에서 도망쳐온 왕자 외계인으로 믿었는데, 내게 나쁜 외계인들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어쨌든 정윤이는 아쿠라시아 별과 수시로 교신을 했고 교신을 마칠 때마다 나쁜 외계인들에게 쫓겨 다녔다. 물론 나는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고, 나중에 정윤이와 친해진 뒤 이렇게 물어보았다.
“정윤이는 자신의 비밀을 친구들에게 왜 털어놓지 않니? 왜 나쁜 외계인들을 쫓아달라고 부모님께 도움을 청하지 않니?”
그러자 정윤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구인들은 이런 이야기에 익숙하지 않아요. 지구인들은 자기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하면서 쉽게 무시해버리죠. 우주는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닌데 말이에요.”
겉으로는 괜찮은 표정을 지었지만, 사실 나는 정윤이의 말에 깜짝 놀랐다. 초등학생이 할 수 있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아이와 마주보지 않으면 절대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보통의 교사나 부모 같았으면 정윤이와 이런 대화조차 나누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어른의 시선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정윤이는 상담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외계인 친구들을 멀리 떠나보냈다. 방법은 간단했다. 내가 정윤이를 괴롭히는 나쁜 외계인들을 음악실 복도에서 멋진 포즈로 체포했고, 우주경찰관에게 인계하며 “김정윤, 당신은 이제 완벽한 지구인입니다. 아쿠라시아별의 모든 기억은 이제 잊어도 좋습니다”라고 선언했다. 나는 정윤이의 세계를 인정해주었고, 그 세계에 동참해주었다. 그러자 정윤이가 스스로 상상 속의 친구들을 떠나보낸 것이다.
눈높이만 맞추는 척하지 말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정말 간절하게 아이의 세계를 이해하고 인정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나는 정윤이가 나쁜 외계인에게 쫓기고 있다며 상담실로 피신해올 때마다 빗자루 광선총을 들고 나가서 외계인들을 퇴치해주었다. 그리고 정윤이가 아쿠라시아별에서 메시지가 왔다며 호들갑을 떨 때마다 정윤이를 상담실 안의 비밀기지, 프로젝션 텔레비전과 교실 벽 사이의 작은 공간으로 데려가서 메시지를 해독해주었다.
분명 “그건 교사로서 도를 넘은 좀 이상한 행동 아닌가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신하건데 이상한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다. 교사는 아이들 위에서 군림하는 아이들 나라의 왕이 아니라 함께 놀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 질문에 한번 대답해보라. ‘정윤이의 눈에도 내 행동이 이상해 보였을까?’
아니다. 정윤이는 자신의 세계에 열심히 동참하는 나를 보면서 좋은 지구인 친구를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정윤이는 나를 진정한 소울메이트라고 생각하고 날마다 나를 찾아왔다. 그러다 보이지도 않는 외계인을 친구로 생각하는 이상한 애가 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지 말라. 그것도 한때일 뿐 정윤이는 외계인과 나에게 흥미를 잃고 진짜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했다. 같은 반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덤으로 외계인에 빠져 떨어졌던 성적도 다시 올랐다. 아이들은 모두 그렇다. 그렇게 순수하다. 마주보고 끊임없이 사랑을 전하면 기특하게도 알아서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지성
1993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시, 소설, 교육, 자기계발, 인문, 기독교, 어린이 등의 분야에서 스물다섯 권이 넘는 책을 출간했다. 대표작으로 『꿈꾸는 다락방』 시리즈,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리딩으로 리드하라』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공저) 등이 있다. 주요 저서들은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등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자기계발과 인문고전 독서의 바탕은 ‘사랑’이라는 깨달음을 실천하기 위해 팬카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서울역, 왕십리, 대전, 대구, 부산 등지의 빈민촌에서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자료를 팬카페에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그 밖에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와 함께 세계 최빈국 어린이들을 일대일로 후원하고, 마을에 우물을 파고 학교와 병원을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종원
‘자기계발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믿는다. 모든 문제를 환경 탓으로 돌리며 불평으로 일관하는 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롤 모델을 찾아내 치열하게 연구한다. 현재 경제경영, 자기계발 관련 콘텐츠 디렉터 및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부진 스타일』 『삼성가 여자들』 『전략기획자로 승부하라』 『킹피셔』(공저) 『블루마켓을 찾아라』(공저) 등이 있으며, 이중 일부가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
사진/ 유별남
한 장의 그림을 그리듯 심혈을 기울여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다른 문화 속에서 같은 삶의 무늬를 찾아내는 그의 사진은 무척 정적이면서도 밝고 따뜻하다. 지은 책으로 『중동의 붉은 꽃, 요르단』, 사진 작업을 함께한 책으로 『신의 뜻대로』 『아이 러브 드림』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등이 있다. 'EBS 세계테마기행'의 요르단, 가이아나, 인도 편에 출연했으며, 'In PAKISTAN'(파키스탄 국립현대미술관) 외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