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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새끼 닥치는대로 낚아채는 새떼에 경악

“어쩔 수 없어. 이게 자연이니까…” 멕시코 해변을 지키는 거북이 아버지 - 디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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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가 바다에 뛰어들 때, 나는 왜 바다에 들어갈 생각조차 못한 걸까. 정말 거북이를 위해서 이곳에 온 게 맞을까. 어쩌면 다른 나라에서 착한 일 한다는 걸 훈장으로 삼으려고, 스펙이나 하나 건지려는 마음을 은근슬쩍 먹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게 바로 자연이니까….”

갑자기 귀를 찢는 외마디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첨벙!
디에고가 손에 돌을 쥔 채 헤엄을 치고 있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주위를 살피는데, 갑자기 새 한 마리가 바다로 낙하하더니 금세 거북이 새끼 한 마리를 물고 날아가는 게 아닌가?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바보처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랬더니 다른 새들도 차례대로 날아와 새끼들을 하나씩 물어가고 있었다. 급한 대로 아직 해변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던 거북이들을 손으로 안았다. 하지만, 이미 바다로 떠나버린 거북이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부디 살아남길 기도하는 수밖에.

바다 위로 맴돌면서 번갈아 거북이를 낚아채는 새떼들 아래에 디에고가 있었다. 발도 닿지 않는 깊은 바다에서 디에고는 새를 향해 돌을 던지고 있었다. 하지만 새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날며 계속 우리 새끼들을 잡아갔다. 누가 봐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지만, 디에고는 물러서지 않았다. 멀어지는 거북이들을 따라 점점 작아지던 그의 모습은 한눈에도 지쳐 보였다. 하지만 디에고는 풀려버린 팔로 끝까지 물을 튀기며 새들의 공격에 맞섰다.

산란을 위해 엄마 거북이들은 태평양 반대편에서 죽을힘을 다해 자기가 태어난 해변을 찾아온다. 그러고 출산의 고통 끝에 수많은 알을 낳고 다시 바다로 떠나면, 밤잠을 잊은 거북이 지킴이들이 45일 동안 그 알을 소중히 보호한다. 그런 노력 끝에 태어난 귀중한 아가들이었다. 그 귀한 새끼들을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야 하다니. 그게 억울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새들의 부리는 계속 바다를 향했고, 결국 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차마 볼 수 없어 감은 두 눈에 눈물이 흘러내리던 그 마지막 순간에도 디에고는 악을 쓰며 새들에 맞서고 있었다.

지인들에게 거창한 일을 하는 양 큰소리 뻥뻥치며 멕시코까지 간 나였다. 그래 놓고 캠프 생활이 힘들다고 투정부리며 사촌 형만 원망하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고생하는 디에고에게 화풀이하려고 맘먹고 있었으니, 바보 같은 내 모습이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디에고가 바다에 뛰어들 때, 나는 왜 바다에 들어갈 생각조차 못한 걸까. 정말 거북이를 위해서 이곳에 온 게 맞을까. 어쩌면 다른 나라에서 착한 일 한다는 걸 훈장으로 삼으려고, 스펙이나 하나 건지려는 마음을 은근슬쩍 먹고 있었던 건 아닐까.

지친 몸을 이끌고 바다에서 나오는 디에고에게 한마디라도 건네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던 그 순간.

“어쩔 수 없어. 이게 자연이니까….”

‘순리’라고 말하는 그 녀석이 갑자기 거대하게 보였다. 동시에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땅속으로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사실 그때 디에고도 우리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웠다고 했다. 리더로서 나름 안전한 시간이라 판단하고 거북이를 바다에 보낸 건데, 새떼가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잡혀가는 거북이에게도, 지켜보는 우리에게도 너무 미안했다고. 그래서 아무 소용도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 바다에 뛰어들었다고.





멋진 거북이 아빠가 되기 위해서…

그 사건을 겪으며 진정으로 거북이들의 멋진 아빠가 되기 위해선 어떤마음가짐이 필요한지 고민하게 되었다. 더 이상 어항 속 거북이의 예쁜 모습만 보고 싶었던 어린 감정은 날 구속하지 않았다. 형이 왜 내게 거북이 캠프를 추천했었는지 그 이유도 그제야 알 것만 같았다. 거북이를 통해 자연을 배우고,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해준 거북이 캠프. 그때서야 비로소 난 진정으로 캠프에 동화될 수 있었고 진짜 거북이 아빠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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