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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전 과목 80점 이상 받는 학교 - 서툰 눈높이 사랑이 아이를 망친다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노는 사람이지, 아이들을 감독하는 사람이 아니다.” 교육이란,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 5
허리를 굽히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어 교육을 하자는 건 굉장히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교사와 부모는 눈높이를 맞추고자 하는데도 아이가 이를 외면한다면? 결국 답은 눈높이가 아니라, 마주보기다. 마주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서로 괴롭기만 할 뿐이다. 명심하라. 서툰 눈높이 사랑은 학교라는 ‘배움터’에 사라지지 않는 ‘흉터’를 만들 수도 있다.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에 대한 공부와 이해다. 하지만 교사들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만의 방법을 거꾸로 반 아이들에게 강요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자신이 고안한 방법을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벌을 주기도 한다. 물론 이런 항변도 있을 수 있다. “나도 나름 눈높이 교육을……” 허리를 굽히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어 교육을 하자는 건 굉장히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교사와 부모는 눈높이를 맞추고자 하는데도 아이가 이를 외면한다면? 결국 답은 눈높이가 아니라, 마주보기다. 마주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서로 괴롭기만 할 뿐이다. 명심하라. 서툰 눈높이 사랑은 학교라는 ‘배움터’에 사라지지 않는 ‘흉터’를 만들 수도 있다.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전기세가 가장 비싼 나라다. 보통 월 700kWh 정도의 전기를 사용하면 30만 원이 넘는 전기세가 청구될 정도다. 소득이 얼마 되지 않는 보통의 필리핀 가정에서 전기를 마음대로 쓰다보면 한 달 소득을 전기세로 다 지출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그래서 톤도 교육센터의 교무실에는 에어컨이 없다. 그리고 심지어는 형광등도 켜지 않는다. 하지만 놀랍게도 교실에는 에어컨이 있다. 교실에 있는 에어컨은 무더운 날이면 어김없이 돌아간다. 전기세가 비싼 톤도에서 교장실이 아닌 교실에서 에어컨이 돌아간다. 이것이 톤도의 마주보기 교육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사례다. 보통은 교사가 편해야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톤도의 교사들은 아이들이 편해야 교육이 잘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허리만 굽히는 게 아니라, 교사가 아닌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 결과는 이렇게 나타난다.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선생님이 미워요”라고 말하지만, 톤도에서는 “선생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마주보기 교육을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른 엄청나게 상반된 결과다. 톤도의 아이들은 교사를 만나 깨지고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성숙해지고 ‘행복’을 느낀다. 아이들이 교사의 마음을 잘 느끼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이렇게 다르다.
톤도 교육센터는 뭐가 다를까? 톤도 교육센터 교사들이 마주보기 교육을 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걸 찾기 위해 우리는 교사가 사는 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초등학교 4~6학년 수학, 과학 그리고 중등학교 과학과 가치관을 가르치는 조나 이베사테와 초등학교 1~2학년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넬슨 알비올 그리고 초등학교 5~6학년 수학과 영어 그리고 중등학교 영어와 가치관을 가르치는 셀리아 울수아의 집을 방문했다.
그들의 집을 방문하기 전에는, 그래도 좋은 대학을 나온 교사들의 집이니, 우리가 지금까지 봐왔던 빈민가보다는 상황이 좋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우리는 센터를 나와 그들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병아리처럼 뒤를 졸졸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되게 좁고 긴 통로를 지나야 했기 때문이다. 햇살을 찾아볼 수 없는 그 길고 좁은 골목에서 우리는 마치 긴 터널을 지나는 지하철이라도 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10분 정도 이동해서 도착한 곳은 셀리아의 집이었다. 비좁고 허름한 계단(사실 계단이 무너질까 심히 걱정되어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을 올라가니 두세 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짐과 사람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 답답했다. 우리 일행이 모두 함께 집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집이 워낙 좁아서 많은 인원이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 명씩 짝을 지어 계단을 오르내리며 집을 방문했다.
이지성
1993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시, 소설, 교육, 자기계발, 인문, 기독교, 어린이 등의 분야에서 스물다섯 권이 넘는 책을 출간했다. 대표작으로 『꿈꾸는 다락방』 시리즈,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리딩으로 리드하라』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공저) 등이 있다. 주요 저서들은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등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자기계발과 인문고전 독서의 바탕은 ‘사랑’이라는 깨달음을 실천하기 위해 팬카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서울역, 왕십리, 대전, 대구, 부산 등지의 빈민촌에서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자료를 팬카페에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그 밖에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와 함께 세계 최빈국 어린이들을 일대일로 후원하고, 마을에 우물을 파고 학교와 병원을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종원
‘자기계발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믿는다. 모든 문제를 환경 탓으로 돌리며 불평으로 일관하는 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롤 모델을 찾아내 치열하게 연구한다. 현재 경제경영, 자기계발 관련 콘텐츠 디렉터 및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부진 스타일』 『삼성가 여자들』 『전략기획자로 승부하라』 『킹피셔』(공저) 『블루마켓을 찾아라』(공저) 등이 있으며, 이중 일부가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
사진/ 유별남
한 장의 그림을 그리듯 심혈을 기울여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다른 문화 속에서 같은 삶의 무늬를 찾아내는 그의 사진은 무척 정적이면서도 밝고 따뜻하다. 지은 책으로 『중동의 붉은 꽃, 요르단』, 사진 작업을 함께한 책으로 『신의 뜻대로』 『아이 러브 드림』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등이 있다. 'EBS 세계테마기행'의 요르단, 가이아나, 인도 편에 출연했으며, 'In PAKISTAN'(파키스탄 국립현대미술관) 외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