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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포한, 그래서 더 순수한 - 옐로우 몬스터즈, 가비지, 파 이스트 무브먼트

국내 인디 신 1세대가 모인 옐로우 몬스터즈 그런지 사운드로 유명한 가비지 한국계 혈통으로 최초 빌보드 차트 1위를 점령했던 파 이스트 무브먼트의 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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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포한 목소리는 때로 그 어느 소리보다도 순수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유 있는 반항의 목소리라면 단순한 후련함을 넘어 더욱 가슴을 두드리곤 하는데요. 국내 인디 신 1세대가 모여 활발한 활동을 계속 중인 옐로우 몬스터즈도 그런 음악을 하는 그룹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들이 계속해서 폭동을 외치는 이유, 이번 앨범에서 찾아보았습니다.

광포한 목소리는 때로 그 어느 소리보다도 순수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유 있는 반항의 목소리라면 단순한 후련함을 넘어 더욱 가슴을 두드리곤 하는데요. 국내 인디 신 1세대가 모여 활발한 활동을 계속 중인 옐로우 몬스터즈도 그런 음악을 하는 그룹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들이 계속해서 폭동을 외치는 이유, 이번 앨범에서 찾아보았습니다. 1990년대 그런지 사운드로 유명한 가비지의 새로운 앨범과 2010년 한 해 동안 한국계 혈통으로 최초 빌보드 차트 1위를 점령한 바 있는 파 이스트 무브먼트의 신보도 함께 소개합니다.


옐로우 몬스터즈(Yellow Monsters) < We Eat Your Dog >

어릴 적, 자칭 ‘인생 선배들’이 그랬다. 자기도 젊을 땐 한 몸 던져 세상과 부딪쳤노라고 말이다. 한데 그 후 이어지는 말은 항상 ‘그런데’라는 접속 부사로 시작하곤 했다. 세상 살다보니까 그런 거 다 소용없더라는, 그저 좋은 대학 가고 번듯한 직장에나 취직해서 남들 살듯 살면 그게 제일 좋은 거라는 이야기였다.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쉽게 듣는다. “다 필요 없어, 나만 잘 살면 돼.”

똑같이 나이 먹을 만큼 먹었지만, 이 어른들은 다르다. 숨죽여 살아야 하는, 순응해서만 살아야 하는 이곳 자체를 ‘미친 세상’으로 규정하고, 쩐의 노예가 된 허세꾼들을 향해 ‘호로새끼들’이라 일갈한다. 소년에게 충고를 놓던 그때의 그 어르신들이 이들의 노랠 듣는다면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쓸 데 없는 짓 하는 녀석들이라 손가락질할까. 혹은 부끄러움에 고개 들기를 민망해할까.

폭동은 계속되고 있다. 결성 이래로 꾸준히 프로젝트성 공연과 단독 공연, 국내 전국 투어와 일본과 북미 공연까지 바쁜 일정을 소화해냈지만, 그 와중에도 앨범 작업은 쉬지 않았던 모양이다. 바쁘게 쏟아내는 결과물 중 단 한 장의 음반도 실망을 안겨주지 않았다는 점은 진정 이들을 괴물(monster)로 우러러보게 하는 요소다.

어느 때보다 더 강해졌다. 앨범의 테두리에서 봤을 때, 이전까지는 헤비메탈과 펑크, 코어류 음악 사이의 어딘가에서 중심을 잡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코어 쪽으로 좀 더 몸을 틀은 모습이다. 강한 인트로인 「We eat your dog」과, 미디어를 통해 한 번 떠보려는 음악인들을 비판하는 「Caution」, 1집의 「Destruction」과 2집의 「Riot!」을 잇는 「Anger」, 모습을 감추고 비난만 하는 이들에게 시원하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는 「K.O」가 모두 그런 트랙들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달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Ice cream love」는 올해 상반기 최고의 이모코어 넘버로 남을 가능성이 크며, 앨범 끝에 자리한 「눈사람」은 감성 발라드였던 「비야」와 「Benjamin」, 「끝인사」의 연장에 있다. ‘널 좋아해’라는 직설 화법은 자칫 멋없는 고백으로 들릴 수 있었지만, 앨범 앞에서 계속 깔아둔 ‘상남자’의 이미지와 만나며 오히려 로맨스를 획득했다.

강성(强聲)이지만, 그 안에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인간적인 소리들이 웅크리고 있다. 이들의 소란에 환희로 답할 수 있는 이유다. 변하지 않는, 그래서 아름다운 어른들의 메시지가 옐로우 몬스터즈의 음악에는 항상 있다. 말과 행동을 함께 지키며 산다는 것 - 진정 우리 모두가 귀감삼아야 할 태도 아닐까.

글 / 여인협(lunarianih@naver.com)


가비지(Garbage) < Not Your Kind Of People >

비슷한 시기에 컴백한 부시(Bush)의 게빈 로스데일(Gavin Rossdale)은 이례적으로 가비지의 신보를 ‘훌륭하다’는 평으로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대리 홍보를 자처했다. 그의 말대로다. 그들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이번 작품은 7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전혀 느낄 수 없게 한다. ‘가비지 리바이벌’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름과 함께 데뷔작 < Garbage >의 기분 좋은 데자뷰를 경험하게 한다.

세 가지 부류의 반응으로 표현할 수 있다. 가비지를 좋아하는 팬들과 그 반대급부. 그리고 이들을 전혀 몰랐던 록팬들로 말이다. 우선 팬들에게는 더 말할 나위 없는 ‘우상의 귀환’이다. 어느 부류에도 카테고리화 되지 않는 ‘아날로그 디지털 사운드’의 조합은 반가움 그 이상의 의미다. ‘얼터너티브의 위대한 그림자’라는 검증된 마에스트로 부치 빅의 ‘소리 운용’과 쉐릴 맨슨의 퇴폐적이면서 강성했던 ‘목소리의 힘’은 여전하다.

팬이 아닌 이들이 꺼려했던 이유는 어딘지 모를 ‘청취의 불편함’에서 기인했었다. 침식되고 있었지만 ‘시애틀 사운드’가 여전히 익숙했던 당시였다. 400만장 이상의 판매고라는 처녀작의 상업적 성공을 차치하더라도 가비지의 ‘변종 그런지’는 그저 흘러가는 기류로 여겨졌을지 모른다. (자신들도 그런지나 얼터너티브가 아닌 ‘팝 밴드’라 칭한다.) ‘오로지 분노’라는 식의 너바나와 펄 잼에게서 느껴왔던 ‘틴에이저의 폭발’은 부재했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1994년 커트 코베인의 사망은 이런 시각에 힘을 실어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작품 < Not Your Kind Of People >은 이런 ‘불신세력’들과 ‘낯선 객’들을 모두 포섭할 수 있도록 ‘완전 무장’한 모습이다.

우선 ‘가비지=부치 빅’이라는 악곡 주조의 키가 멤버 전원에게 주어진 것이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으로 평가 할 수 있다. 휴식이 긴만큼, 그리고 자체 레이블 하에서의 앨범 작업은 자유로운 아이디어의 공유를 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연주자, 프로듀서, 작곡자, 엔지니어의 역할 구분 없이 멤버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완성형 가비지’였기에 그 의미가 크다. 한명의 영감에서 시작된 ‘창조적 실마리’는 작업을 거듭함에 따라 모두가 자부할 수 있는 ‘유기적 융합물’을 얻어낸 것이다.

첫 싱글 「Blood for poppies」의 헤비한 리듬과 굵직한 리프는 완벽한 가비지의 전형이며, 아웃사이더의 마인드를 천명하는 「Not your kind of people」는 자신들의 세계에 맞지 않았던 이들을 초대한다. 「I hate love」의 나른함, 「Battle in me」의 유혹적 카리스마는 셀리 맨슨의 농염한 보컬 파워를 확인 할 수 있다. 오로지 자신들만이 표현 가능한 ‘소리의 아이덴티티’는 수록곡 곡곡에서 숨 쉬고 있다.

‘변화와 기교’의 기로에 서있을 뿐이다. 노이즈 팝, 드림 팝, 테크노 등 다양한 외골격을 번갈아가며 씬의 어느 곳에도 스스로를 종속시키지 않는다. “우리는 어느 씬에도 맞지 않는다. 단 한 번도 맞지 않았다.”라며 스스로를 풍토에 반하는 괴짜로 명명한다. 자아도취적 태도 역시 매력으로 다가온다. 어느 누구와도 같지 않음은 그대로 밴드의 정체성과 음악적 자부심으로 연결된다. 이들은 ‘자기 정통’이라는 노선에서 과거의 ‘영광된 기억’들을 재생산 해내는데 두려워하지 않았다.

글 /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 < Dirty Bass >

단순히 댄스 플로어에서뿐만이 아니다. 귀를 휘감는 비트와 중독성 있는 후렴구로 장식된 일렉트로 합은 최근의 음악 판도에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작년 한 해 셔플 댄스 바람을 몰고 왔던 LMFAO는 올해도 여전히 「Party rock」을 외치며 강세를 보이고 있고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핏불(Pitbull)도 일렉트로 합의 상승 기류를 뚜렷이 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 또 다른 대표 주자인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 역시 < Dirty Bass >로 대세에 힘을 더한다.



새 음반에는 독자적으로 구성한 일렉트로 합 사운드가 확고히 자리한다. 전작 < Free Wired >와 여기 수록된 공전의 히트 싱글 「Like a G6」와 「Rocketeer」를 통해 일레트로닉 사운드에 힙합의 문법을 더하며 초석을 구성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자신들만의 체계를 확실히 다지고 있다. 파 이스트 무브먼트라는 필터를 통해 사운드를 정제한 셈.

지원 사격에 나선 동료들의 명단이 흥미롭다. 이미 앞서 발표된 싱글 「Live my life」의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나 소속 레이블 체리트리 레코드(Cherrytree Records)의 동료인 LMFAO의 레드푸(Redfoo)는 물론, 최근 많은 주목을 받는 기대주 타이가(Tyga)와 핏불 역시 든든한 지원군의 역할을 수행한다.

더욱 눈길을 끄는 건 프로듀서 라인업이다. 레이디 가가(Lady Gaga)와 니키 미나즈(Nicki Minaj)와 협업한 경력이 있는 레드원(RedOne), 오랜 디제이 활동으로 잔뼈가 굵은 시드시 샘슨(Sidney Samson)과 방글라데시(Bangladesh)등이 크레디트의 일부를 장식함과 동시에 각 트랙을 조율하며 그룹의 사운드를 뒷받침한다. 여기에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마돈나(Madonna), TLC와 같은 슈퍼스타들의 의뢰를 맡았던 명 프로듀서 달라스 오스틴(Dallas Austin)이 「Fly with you」를 담당하며 팝적인 터치까지 이루어내고 있다.

프로듀싱 팀 스테레오타입스(Stereotypes)는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존재. < Free Wired >에서부터 메인 조타수 직책을 자처하며 막대한 임무를 맡았던 이들은 이번 앨범에서도 대부분의 곡을 직접 작업하는 등 비중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서 그룹의 사운드를 완성시킨다고 할까.

그러나 무엇보다도 앨범의 출발선 「Dirty bass」나 긴장감 있는 전개가 특징인 「Where the wild things are」, 「Candy」등의 매력적인 트랙을 만들어낸 전범은 역시 파 이스트 무브먼트, 자신들이다. 일레트로닉 사운드와 힙합의 혼합이라는 접근법은 대중을 훑어내는 감각으로부터 시작한 화학적 실험을 통해 발랄한 재능을 투영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여전히 이들을 나타내는 수식어는 아시아계 힙합 그룹이라는 표현이나 구사하는 언어는 그 누구보다도 트렌드에 친화된 사운드다. 흐름을 읽어내는 탁월한 안목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글 /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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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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