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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보다 더한 형제, 3년 만에 만났더니… -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이 형제가 용감한 이유 뮤지컬계 명불허전 도현 vs 전천후 아이돌 산들
안동 이씨 근본 있는 가문의 근본 없는 문제아 이석봉, 이주봉. 아버지와 연을 끊은 지 3년, 갑작스런 아버지의 부고를 받고 안동에 내려온다. 오랜만에 만난 형제, 역시나 티격태격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인데…
두 사람, 뮤지컬에서 석봉과 주봉 형제로 만났다. 하지만 실제 형제라고 하기엔 나이차가 꽤 많다. 그래도 원래 군기 잡는 스타일이 아닌 김도현과 인터뷰하기 전까지 띠동갑 이상의 차이를 잊고 있었다는 산들은 호흡도 잘 맞는 편.
도현: 산들이 원래 적극적으로 다가와서 호흡은 잘 맞아요. 산들이 많이 물어보고 맞추려고 하죠. 서글서글해서 여자 배우들도 산들이 하는 말에 꺄르르 넘어가죠.
산들: 같이 연습할 때 형들이 참 편해요. 도현 형은 특히 젊은 에너지가 느껴져서 나이차를 실감 못했어요. 세대차를 느끼는 순간을 굳이 찾자면, 회식할 때 아, 이 형들이 어른이구나 싶죠. 전 콜라 마시니까요.
기자가 두 사람을 만나고 싶었던 건 베테랑으로 인정받고 있는 김도현과 뮤지컬 새내기 산들의 뮤지컬에 임하는 각기 다른 자세가 궁금했기 때문인데...
먼저 형님 도현은 이제 무대에 익숙할까?
“작품이 매번 바뀌니까 익숙할 순 없어요. ‘이젠 익숙해요’라고 말할 수 있는 배우는 없을 것 같아요. 저는 특히 첫 공연 올리기 전까지 스탭들이 좋다고 해도 관객 반응에 대한 두려움은 계속 남죠. 마지막 공연은 마지막이라 떨리고요. 100회면 100번 다 다른 공연이니까요. 하지만 그 떨림이 재미있는 거죠.”
이번엔 산들, 뮤지컬 첫 무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 가수로 나선 데뷔무대와는 느낌이 다를까?
“무대에 임하는 느낌은 비슷하죠. 가수로 무대에 오르는 건 이제 좀 익숙한데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오르는 건 처음이니까 좀 더 떨리긴 해요. 하지만 어려서부터 뮤지컬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B1A4로 가수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금은 뮤지컬 배우로 관객 앞에 서고 싶습니다.”
두 사람 아직까진 훈훈하다. 그렇다면 조금 더 파고들어볼까?
평균 연령 30대 중후반인 ‘형제는 용감했다’에서 막내 산들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부담스러움이 없다고는 말하지 못할 터.
“처음엔 많이 부담스러웠죠. 대본 리딩할 때도 몰입이 다들 강해서요. 차츰 그냥 그 분위기를 따라가면서 배우다 보니 편해졌어요. 연습하러 갈 때마다 많이 배워요. 저는 연기를 한 번도 안 해봤잖아요. 뮤지컬 선배로 도움이 되는 말이 아니라 가수로서 도움이 되는 말도 많이 해주세요.”
음, 공격 실패다. 그렇다면 산들을 바라보는 도현,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단 되새김 작업도 있었을까?
“아니요. 그저 부러웠죠. 전 초심으로 돌아가면 안 돼요. 저 그 땐 건방졌어요. 세상을 평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이 좋습니다. 산들은 저와의 초심이 다르더라고요. 아이돌로 대단한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낯선 환경에 와서 인사도 잘 하고 가식적인 게 없어서 좋아요.”
그렇다면 세게 가보자. 연예인들의 뮤지컬 진출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뮤지컬계 배우들도 더러 있다. 도현의 솔직한 생각은 어떨까?
“연예계에서 활동하던 배우들이 뮤지컬로 갑자기 오던 시기가 있었어요. 연예인들이 오면서 더블, 트리플로 캐스팅이 되고 뮤지컬 주연 배우들이 조연으로 밀리고 이런 변화에 당황스러웠죠. 하지만 관객이 들어야 하고 그래야 제작사가 살고 작품이 올라가니까요. 그래야 배우가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시대 요구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아이돌이라는 존재는 뛰어난 재능이 있죠. 연기나 춤 실력도 수준급이고 한류 분위기 속에서 저희보다 더 큰 무대에 서왔기도 하고요. 다만 뮤지컬은 3분간의 퍼포먼스가 아니라 드라마가 있는 무대라는 게 다르다는 거죠. 쇼가 아니라 캐릭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만 터득하면 충분히 뮤지컬 배우로서 큰 자질을 갖고 있는 게 아이돌들이 아닌가 생각해요.”
또 한 번의 디스 실패. 큰 무대에서 노래만 하던 산들 역시 뮤지컬 무대는 순수한 꿈의 무대였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라는 뮤지컬을 처음 봤어요.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본 뮤지컬이었는데요. 그 땐 서울에 처음 올라온 느낌이 강해서 얼떨떨했지만 신기했죠. 그 작품을 보고나서 뮤지컬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뮤지컬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제가 막상 연습해보니까 무대 위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냥 그 역할 자체가 되더라고요. 정확하게 주봉이 되는 거죠. 다른 아이돌들도 뮤지컬 무대 위의 여러 가지 삶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일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쏘다닌 지 벌써 15년.
취미는 일탈, 특기는 일탈을 일로 승화하기.
어떻게하면 인디밴드들과 친해질까 궁리하던 중 만난 < 이예진의 Stage Story >
그래서 오늘도 수다 떨러 간다. 꽃무늬 원피스 입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