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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떠나 제주도에 차린 화덕 피자집 ‘대박’ 난 비결?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에서 행복은 시작된다’ 성공을 꿈꾸는 야심찬 30대의 제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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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워낙 요리를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사업 구상을 음식점으로 시작해서 그렇지, 정작 하고 싶은 건 도시에서 지친 사람들이 내려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소박한 힐링센터를 만드는 것이에요. 처음부터 하지 그랬냐고요? 물론 그러고 싶었지만, 할 만한 충분한 자본금이 없었어요. 길고 긴 인생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노력 한번 해보자 싶었죠.”

Name : 김병수
Age : 38세
Job : ‘달그락 화덕 피자’ 오너
Since : 2010년
In Seoul :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 졸업 후 영화판을 떠돌다가 디자인 회사를 전전하던 편집 디자이너
In Jeju : 제주도로 공수해 온 화덕 피자로 ‘달그락 화덕 피자집’을 운영하며 힐링센터 설립을 꿈꾸는 긍정의 기운이 가득한 음식점 오너




30대의 김병수가 회사를 때려치우고 제주도로 내려갈 채비를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냉담했다. 마치 사회의 낙오자를 대하는 듯한 뉘앙스를 그는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이들에게 ‘서울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백도, 절도 없는 우리는 항상 제자리라고. 그걸 모르겠어? 난 기회를 찾아 떠나는 거야.’ 이렇게 대놓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는 묵묵히 다음을 준비했다. 사업 아이템을 찾고 노하우를 전수받아서 장소를 물색했다. 자본을 확보한 후엔 모든 일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가 차린 화덕 피자집은 맛도 분위기도 괜찮은 이색 음식점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점차 단골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저녁시간이나 주말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제야 김병수의 지인들은 그의 역발상에 혀를 내두르며 그에게 조언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다. 제주도에서 승산이 있을 만한 사업 아이템을 묻는 지인들에게 “제주도에 내려오는 게 일순위가 아니야. 단지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화덕 피자를 선택하게 되었고, 아직 손이 덜 탄 제주도라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어.”라는 감상적인 시선을 쏙 뺀, 경험담을 솔직히 들려준다. 뭔가 그럴듯한 이유를 기대했던 상대방에겐 김빠지는 소리일 수 있지만 사실이 그러니까. 떠날 때는 뒤도 안 돌아봤지만, 돌아와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김병수의 인생역전, 그 첫 장이 제주도에서 시작된 것이다.

“제주도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내려온 거지, 유유자적 신선놀음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에요.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만한 나이기도 하고요. 요즘 하루에 12시간이 넘도록 일을 하고 있는데, 목표를 위해 차곡차곡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힘을 내고 있어요.”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제주도에 정착했다 하면 으레 바쁜 도시를 떠나 여유로운 생활을 만끽하는 줄 알고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곤 하다. 그런데 정작 그가 제주를 택한 건 그런 감상적인 이유가 아니었다. 제주도가 가진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언제쯤 이런 확신이 들었을까. 20대 중반쯤 일본 오키나와로 떠난 여행에서 제주도의 가치를 막연하게나마 깨닫고 돌아왔다고 한다.

“어느 거리였는데, 라이브 바가 길게 늘어선 골목에서 로컬밴드들이 고유의 색을 유지하며 독특한 음악을 선보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풍경을 보는 순간, 내가 태어난 제주도에서도 충분히 멋진 문화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평평한 대지에 바다밖에 보이지 않는 오키나와보다 산과 바다, 도시가 어우러진 제주도가 오히려 더 가능성이 많아 보였어요. 오키나와에서 팥빙수 팔면서 곳곳을 둘러봤는데, 언젠가 내가 제주도 특유의 로컬 문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죠. 촉이 선 사람들은 알 거예요. 제주도에서 꿈틀거리는 기운을요.”

마음속 깊은 곳에 제주도를 품고 있던 그에게 소설 『남쪽으로 튀어』는 큰 자극이 되었다. 도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엄마와 오키나와 출신의 무정부주의자 아빠를 둔 초등학생 지로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에는 무능력하고 사회 부적응자처럼 보였던 아빠가 자신의 신념으로 ‘남쪽으로 가자!’며 오키나와로 가족들을 이끌고 가는 모습이 나온다. 그 부분이 마치 자신이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온 상황과 맞물려 감정이입이 되었단다. 이해할 수 없다는 남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제주로 내려왔지만 그에게는 지로의 아빠와 같은 확신이 있다. 이 섬에서 나만의 비전을 펼쳐 보이겠다는, 열정 넘치는 목표가 말이다.




“삼십 대면 아직 하고 싶은 일들이 넘쳐나는 혈기왕성한 나이잖아요. 한 발짝 떨어져 보니 포화상태가 된 서울이 아닌, 내가 태어나고 자란 제주도에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서울 어디선가에서 피자집을 했다면 누가 알아주기나 하겠어요. 이게 다 제주도여서 가능한 일인 거 같아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는 감상적인 이유로 제주에 내려온 게 아니다. 그에게는 성공을 위한 여러 가지 옵션 중 하나였을 뿐이다.

지금 그가 운영하는 노형동에 위치한 피자집 자리는 원래 정수기 대리점이었다. 이곳을 선택한 건 서울로 치면, 분당이나 일산같이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주민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라는 판단에서다.

“어릴 때 즐겨 본 『허클베리핀의 모험』에서 영감을 받아 아는 지인 두 명과 함께 세 달 동안 직접 망치와 톱을 들고 만들었어요. 인테리어가 지연되면서 그냥 내야하는 가게 월세는 아까웠지만 마음에 드는 공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싶었죠. 나무로 만든 가구며, 소품이며 모두 직접 작업한 것들이에요. 가게는 모아둔 돈으로는 모자라서 대출을 약간 받았고요. 액수는 비밀인데, 아주 많지는 않아요. 하하. 다행히 점차적으로 수익이 증가하고 있어서 곧 갚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비록 규모가 작은 가게지만 함께 일하는 직원 관리만큼은 철저하려고 노력한다. 앞으로 그가 펼쳐갈 일을 함께할 일원들을 살뜰히 챙겨야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장이 집에 가지 않으면 퇴근을 못했던 예전 기억을 떠올려 가능하면 그런 환경을 만들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회사를 그만둔 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가 원하던 대로 바뀌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고, 안 되는 일에 힘을 빼기보다 새로 판을 짜는 것이 빠르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창업을 계획하는 일이 여느 이들처럼 두렵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거다. 하지만, 김병수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부속품처럼 느껴지는 수동적인 삶이 아닌, 스스로가 주도하는 삶에 가치를 두었다. 간혹 힘들고 지쳐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타인이 아닌, 자신이 선택한 길이기에 묵묵히 견뎌내고 있다.

“제가 워낙 요리를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사업 구상을 음식점으로 시작해서 그렇지, 정작 하고싶은 건 도시에서 지친 사람들이 내려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소박한 힐링센터를 만드는 것이에요. 처음부터 하지 그랬냐고요? 물론 그러고 싶었지만, 할 만한 충분한 자본금이 없었어요. 길고 긴 인생 하고싶은 일을 위해 노력 한번 해보자 싶었죠.”




자신처럼, 혹은 당신처럼 치유가 필요한 이들이 편히 쉴 수 있는 힐링센터를 만든다는 일이 자본금 하나 없는 그에겐 어림도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병수는 취미와 연결이 된 음식점 경영을 바탕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 그것도 막연히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아닌, 적극적으로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요리에 대한 애정과 끊임없는 레시피 연구는 기본, 한 번 오면 꼭 다시 오고 싶은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한 번에 갈 수 없다면, 한 단계 한 단계 극복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의 정복』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에서 행복은 시작된다’고 했다. 어차피 길지 않는 인생, 무엇을 망설이는가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남들과 다르게 사는 건 쉽지 않는 선택이다. 그래도 갈팡질팡하다가 시간을 보내는 건 좀 억울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인생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하자. 우물쭈물하다간 본전도 못 찾는 게 인생이다.




달그락 화덕 피자집 김병수의 제주 정착 Tip
“제주 창업, 대세만 따를 것인가”


창업을 할 때는 어디라도 너무 일반적인 것을 피하고 장소 물색에 신중해야 하는 법. 제주도에서 창업을 한다고 하면, 과거엔 횟집 아니면 고깃집,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카페가 대세다. 특히 3040세대들이 제주도에 내려와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바로 카페라고 보면 된다. 다른 업종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라, 자본만 충당되면 언제라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내가 쉬우면 남들도 쉽다. 이미 제주도에 카페는 포화상태. 만약 카페를 차리려 한다 해도 특출한 무언가가 없다면 시작 전 고민해 봐야 한다. 물론, 수익을 생각하지 않는 자기만족은 제외겠지만 말이다.
무작정 고민 없이 지르기보다는 번거롭더라도 시장조사와 현지 탐방을 거쳐야 한다. 그 후 자신의 사업 아이템과 주변 상권 및 지역의 라이프 패턴을 분석하라. 그 역시 제주에서의 가능성은 감지했지만, 화덕 피자를 선보일 장소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야 했다. 그중에서 노형동을 선택한 건 거주 주민의 성향을 파악한 뒤에 결정한 것. 대학생이 많은 제주대 앞도 후보에 있었지만 피자의 가격대를 고려해 신혼부부와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노형동을 선택했다.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는 젊은 세대들이 화덕 피자를 소비할 대상이라는 판단에서 지역을 정하게 된 것이다. 사업 아이템과 장소의 궁합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김병수의 조언이다. 피자집을 바닷가 앞 관광지 같은 곳에 차렸다고 생각해 보라. 아마 지금처럼 분위기 있는 멋스러운 음식점의 모양새가 나올 수 있었을까. 적어도 난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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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보헤미안 김태경 저 | 시공사

제주에 사는 13인의 자유로운 영혼 혹은 용기 있는 영혼을 담은 책. 저자는 제주에서 만난 13인을 ‘제주 보헤미안’이라 명명했다. 그들의 자유로운 감성, 창조적인 생각, 결단력 있는 행동을 모두 담은 단어 ‘보헤미안’은 제주와 완전한 궁합을 이룬다. 불안함을 이겨내고 제주 행을 택한 보헤미안들은 이 섬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 묵묵한 위로와 치유를 경험한다 말하고, 제주는 보헤미안들 덕분에 숨겨져 있던 가능성-젊음, 자유, 예술, 대안문화 류의 과거에는 감지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가능성-을 뿜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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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태경

1977년 생. 전형적인 천칭자리와 O형 기질의 소유자. 대학에서 경영학을, 대학원에선 출판 잡지를 전공했다. 느리고 번거로운 공정으로 만들어진 인쇄물과 종이로 된 모든 것을 흠모하며, 서재가 생긴 후부터는 책장을 정리하거나 책을 구입할 때 희열을 느끼는 ‘컬렉터형 독서인’으로 성향이 바뀌었다.
패션매거진 <신디더퍼키> <세븐틴코리아> <스타일H> <나일론>에서 15년 동안 패션에디터로 동분서주하다, 2010년 가을 콘텐츠 전문기업 어반북스Urbanbooks를 설립해 분야를 막론한 콘텐츠 기획과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다. 저서로 <에디터T의 스타일 사전> <좀 더 가까이 : 북 숍+북 카페+서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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