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에 수천만 원 오른다고?” - 공사비와의 전쟁
“마음 독하게 먹지 않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수천만 원이 올라간다.”
건축가가 기본적인 조언과 추천을 하는 것들도 있지만 그야말로 건축주의 취향과 선택에 맡기는 정도가 가장 큰 부분이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공사비가 증액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초 공사비 예산으로 책정된 가격대의 제품들과 나란히 전시된 상급품들에 눈이 가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당초의 제품들이 성에 차지 않아 공사비 증액을 감수하고 상급 제품을 선택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팔리지 않는 아파트
현장이 발 빠른 진도를 나타내는 것과 비례해 마음은 더욱 다급해졌다. 공사비 마련을 위해 매물로 내놓은 두 집 아파트가 모두 팔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 한 명도 집 구경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매물을 전세로 돌리려니 한 달 안에 집을 비워 줘야 하고, 죽전주택은 이제 막 지하층 벽체가 올라가는 상황이어서 잘못하다가는 길에 나앉아야 할 형편이었기 때문에 조바심과 걱정이 거듭되었다. 다행히 같은 대학의 선배교수께서 팔려고 내놓은 비어 있는 아파트가 한 채 있으니 필요하면 집이 지어질 동안 들어가 살아도 된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하시면서 배려해 주셔서 그나마 타들어가는 속을 진정시킬 수는 있었다.
살던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서 노심초사하기는 윗집도 마찬가지였다. 이자 부담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으나 시세보다 한참 싼 값으로 내놓기 전에는 아파트 팔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일단 전세를 내놓고 이사하기로 했다. 한때 10억 원을 넘던 아파트를 그리 싸게 팔 수 없다는 욕심과, 갖고 있으면 혹시 조금 오르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전세 계약은 쉽게 이루어졌다. 전세금은 3억 2천만 원. 입주 시점에서 빚이 그 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전세를 놓은 상태에서도 아파트 팔기를 계속 시도하겠지만 당시 상황으로 보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당분간 빚을 계속 지고 있어야 하고 이자부담 역시 계속될 것을 각오해야 했다. 이자부담 기간을 일 년 더 늘려 잡고 당초 천만 원 정도로 예상했던 이자 비용도 3천만 원으로 늘려 잡았다. 1년 후에도 아파트가 팔리지 않으면? 그 때 일은 그 때 가서 걱정하기로 했다. 어쨌든 아파트는 있으니까.
욕심과 현실 사이:아랫집
대학에서 주거건축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문화센터를 비롯한 전문가 혹은 비전문가 대상의 크고 작은 강좌에서 아파트 관련 강의를 하는 박철수ㆍ박인석 교수. 두 사람은 소위 말하는 ‘아파트 전문가’다. 이들이 살던 아파트를 팔고 죽전에 단독주택을 짓고 이사했다. “나만의 작업실을 갖고 싶어서”, “두 딸에게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을 주고 싶어서”와 같은 특별할 것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 책은 박철수ㆍ박인석 두 교수의 단독주택 이주기와 이주 후 1년 동안 지내면서 겪은 생활을 기록한 도전기다.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한 ‘주택문제에 대한 인식’을 주택연구소에서의 연구와 명지대학교에서의 주거건축 전동 교수활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한국사회를 읽는 주요한 키워드로 ‘아파트공화국’은 ‘단지공화국’으로 교정해야함을 지적하는 일, 공공 공간 환경 개선 없이 사유 단지개발 장려 전략으로 일관하는 정부 도시ㆍ주택정책을 비판하고 바른 정책의 실천을 제안하는 일이 최근의 주된 관심사이다. 주택 수요가 아파트단지에 편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변화시키려면 경제성ㆍ편리성ㆍ쾌적성에서 아파트단지와 경쟁할만한 주거유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당 딸린 집에서 살고 싶다는 개인적인 동기로 시작한 집짓기에 단지공화국 극복이라는 실천적 의미를 부여하여 《아파트와 바꾼 집》이라는 이름을 책의 제목으로 붙였다.
<박인석>,<박철수> 공저14,400원(10% + 5%)
대학에서 주거건축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문화센터를 비롯한 전문가 혹은 비전문가 대상의 크고 작은 강좌에서 아파트 관련 강의를 하는 박철수ㆍ박인석 교수. 두 사람은 소위 말하는 ‘아파트 전문가’다. 이들이 살던 아파트를 팔고 죽전에 단독주택을 짓고 이사했다. “나만의 작업실을 갖고 싶어서”, “두 딸에게 언제든 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