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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한 채 값으로 단독주택 짓다

두 딸을 위해 아파트 포기하고 단독주택 짓다 좋은 집 그리기:살구나무 아랫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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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과 달리 우리에게는 두 딸아이가 있다. 둘의 나이 차이도 거의 없어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두 아이가 여러 가지를 공유하고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 내외는 나눔과 더불어 차이를 갖는 공간이 아이들에게 주어지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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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아랫집 ⓒ (주)솔토건축



결혼과 동시에 시작된 아파트 살이

나는 1987년 결혼과 동시에 아직도 황량했던 상계신시가지 구역과 붙은 민간건설업체의 아파트 사업 구역에 있는 한신아파트 22평에 전세로 들면서 아파트 생활을 시작한 서울토박이다.

광주에서 짧은 교수 생활, 다시 서울로 올라와 낡은 단독주택 생활, 상계동의 소형 아파트 생활을 거쳐 베이비붐 세대의 대부분이 그렇듯 나도 아파트값의 반에 해당하는 은행 융자를 어렵사리 얻어 상계동에 33평짜리 보람아파트를 마련했다. 물론 아내의 강력한 의지와 결정적인 판단이 나를 서울 소재 아파트 한 채의 소유자로 만들었지만 정작 우리 가족은 새로 사 놓은 아파트가 가까이 보이는 같은 단지의 28평형 아파트로 다시 전세를 가야 했다. 소위 ‘사 둔 아파트’에 불과했다. 알뜰살뜰 돈을 모으고 빚을 조금씩 갚아가며 살기를 4년, 사 두었던 아파트의 전세금을 돌려주고 33평 아파트에 보란 듯이 입성했다. 물론 여전히 상당한 융자를 안고 있었다.


얘들아! 아빠가 죽전에 집지어 이사 하신단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의 배려로 연구년이던 2009년 한 해를 평촌의 연구소에서 초빙연구원 자격으로 지내게 되었다. 나보다 한 학기 먼저 그곳에서 연구와 자문을 하며 연구년을 지내던 박인석 교수와 같은 방을 쓰면서 오래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친구 내외의 땅 주유기(周遊記)를 세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전에도 가끔씩은 작업실을 갖출 수 있는 단독주택 용지를 보러 다닌다는 정도의 얘기는 들었지만 그저 흘려들었을 뿐이었다. 광주시 목현동의 토지 구입이 일장춘몽이 된 이후 우리 부부가 동원할 수 있는 비용으로는 부동산 시장에 나서서 집지을 땅을 구입하기란 절대 불가능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을 지어 이사하는 일은 적어도 당분간은 내겐 현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내와 아이들도 모두 중계동의 아파트단지 생활과 은행사거리의 번화함에 익숙해 있었고, 나 역시 아파트 생활에 어렴풋한 피로감은 있었지만 집을 지어 이사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인석 교수로부터 “아파트 한 채면 다 된다”는 얘기를 들은 뒤 마음의 평온과 고요가 다시 출렁이기 시작했다. 친구의 논리적인 설명을 듣자니 별안간 단독주택에 곧 들어가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단독주택! 맞아! 딸 둘을 둔 내 입장에서 보자면 멀지 않은 미래에 아이들은 혼인 여부를 떠나 스스로의 길을 선택해 독립할 것이고 그들에게 부모가 할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그럴듯한 것은 아이들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집을 한 곳에 그대로 두는 것 아닐까.”

마음속 생각이 더욱 다져지는 느낌이었다.


빚내기의 이자 셈법

평당 478만 원으로 공고된 땅의 잔금을 6개월 안에 완납하면 선납 할인율 7%를 적용받아 토지비용 7천만 원을 줄일 수 있었지만 돈 마련이 여의치 않았다. 아니, 여의치 않다기보다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아파트 매가는 바닥이다. 이미 건축가 조남호 선생에게 설계를 맡긴 상황인지라 아내와 식탁을 두고 마주 앉을 때마다 돈 마련 걱정으로 집안 분위기까지 뒤숭숭했다. “당첨!”으로 부풀었던 열기도 어느덧 기억 속으로 아스라이 사라져갔고, ‘가물에 돌 친다’는 옛말이 하나도 그른 것이 없다는 생각이 가슴 한구석을 저릿하게 했다.

빚을 내기로 마음을 정했다고는 하나 이번에는 담보가 문제였다.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추가 융자를 얻을 수도 있었지만 이미 2억 8천만 원의 융자가 딸린 물건이어서 추가융자를 하더라도 땅값을 치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터. 게다가 공사비 마련을 위해 매물로 부동산 시장에 내놓은 것이기에 이를 담보로 추가 융자를 얻는다는 것은 자칫 길로 나앉을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었다. 베이비붐 세대의 한국 중년 대부분이 내 집 마련과 아파트 평수 늘리기로 인생을 보냈지만 정작 노후 준비는 하지도 못한 채 가진 것이라곤 융자 낀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 한 채가 전부라는 말을 실감했다.


아내의 고민과 아이의 욕심

또 다른 쟁점은 안방의 구성 방식이었다. 아내에게 익숙한 것은 당연하게 도 아파트 평면 구성 방식이었다. 안방에 부속하여 드레스룸과 욕실이 들어서는 것이다. 그러나 건축가의 제안은 달라 안방과 서재를 대지의 동쪽과 서쪽 끄트머리에 둔 뒤 그 사이를 잇는 내부 통로에 드레스룸과 화장대를 두고 욕실의 출입도 이곳을 이용토록 한다는 것이었다. 역시 아내의 오랜 고민이 거듭되었고, 결국은 건축가의 제안을 따르기로 했다. 이사 후 집을 찾는 사람들마다 모두 흥미로워 하는 공간인 동시에 아주 풍요로운 수납공간을 갖추게 된 아내의 현명한 판단이고 선택이었다.

주방과 다용도실의 직렬 배치
안방과 서재의 연결 부분
윗집과 달리 우리에게는 두 딸아이가 있다. 둘의 나이 차이도 거의 없어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두 아이가 여러 가지를 공유하고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 내외는 나눔과 더불어 차이를 갖는 공간이 아이들에게 주어지기를 희망했다. 2층에 오르면 둘 만의 공유공간이 있고 윗집과 면하는 두 방 사이의 북쪽 벽에 옆으로 긴 창을 둔 뒤 그 아래 둘의 공용화장대와 수납공간을 두는 것까지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건축가의 제안대로 아이들 방에는 다락방을 두기로 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니 공유는 달성되었으나 차이가 없었다. 건축가와 더불어 애써 생각한 것이 발코니가 달린 방과 다락이 있는 방으로 두 아이의 방을 차별화 하는 것이었다. 방마다 다락을 둘 경우 늘게 될 공사비도 감안한 것이었다. 건축가와 함께 발코니가 달린 방을 쓸 아이에게 다락방을 포기하도록 여러 차례 설득했지만 결국은 실패했다. 2층의 방 두 곳이 각각 발코니가 달린 방, 다락이 있는 방으로 불리지 못하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두 방 모두 단독주택에서 누릴 수 있는 다락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도 단독주택 짓기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표시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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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방이 있는 2층 발코니와 다락을 보여 주는 단면 ⓒ (주)솔토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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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 바꾼 집 박인석,박철수 공저 | 동녘

대학에서 주거건축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문화센터를 비롯한 전문가 혹은 비전문가 대상의 크고 작은 강좌에서 아파트 관련 강의를 하는 박철수ㆍ박인석 교수. 두 사람은 소위 말하는 ‘아파트 전문가’다. 이들이 살던 아파트를 팔고 죽전에 단독주택을 짓고 이사했다. “나만의 작업실을 갖고 싶어서”, “두 딸에게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을 주고 싶어서”와 같은 특별할 것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 책은 박철수ㆍ박인석 두 교수의 단독주택 이주기와 이주 후 1년 동안 지내면서 겪은 생활을 기록한 도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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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인석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한 ‘주택문제에 대한 인식’을 주택연구소에서의 연구와 명지대학교에서의 주거건축 전동 교수활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한국사회를 읽는 주요한 키워드로 ‘아파트공화국’은 ‘단지공화국’으로 교정해야함을 지적하는 일, 공공 공간 환경 개선 없이 사유 단지개발 장려 전략으로 일관하는 정부 도시ㆍ주택정책을 비판하고 바른 정책의 실천을 제안하는 일이 최근의 주된 관심사이다. 주택 수요가 아파트단지에 편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변화시키려면 경제성ㆍ편리성ㆍ쾌적성에서 아파트단지와 경쟁할만한 주거유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당 딸린 집에서 살고 싶다는 개인적인 동기로 시작한 집짓기에 단지공화국 극복이라는 실천적 의미를 부여하여 《아파트와 바꾼 집》이라는 이름을 책의 제목으로 붙였다.

아파트와 바꾼 집

<박인석>,<박철수> 공저14,400원(10% + 5%)

대학에서 주거건축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문화센터를 비롯한 전문가 혹은 비전문가 대상의 크고 작은 강좌에서 아파트 관련 강의를 하는 박철수ㆍ박인석 교수. 두 사람은 소위 말하는 ‘아파트 전문가’다. 이들이 살던 아파트를 팔고 죽전에 단독주택을 짓고 이사했다. “나만의 작업실을 갖고 싶어서”, “두 딸에게 언제든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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