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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원, 투, 쓰리! 우는 아이를 ‘뚝’ 그치게 하는 마법의 주문!

“하나, 둘, 셋 할 때까지 떼쓰면 저 방에 가서 있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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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행동에 대해 구체적인 결과를 주게 되면 아이는 그 결과가 좋은지 싫은지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칭찬이나 간식처럼 좋아하는 것을 주면 그것을 받으려고 TV를 끄고, 화를 내거나 매를 들면 그게 무서워서 TV를 끈다. 그렇지만 말만 반복하고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말을 듣지 않는다.

“하나, 둘, 셋”
“앙... 앙... 앙”
(네 살)
“하나, 둘, 셋”
(발을 동동 구르며) 한다고. 하면 되잖아!!”(여덟 살)
“하나, 둘, 셋”
“알았어. 할게. 근데 하나, 둘, 셋 좀 안하면 안 돼?”
(열다섯 살)
“하나, 둘, 셋”
(놀리듯이) 넷, 다섯, 여섯. 깔깔깔.”(열여덟 살)

딸아이가 네 살이었을 때 시작한 ‘매직 원투쓰리’는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도 나에게는 든든한 비밀 병기였다. 십 년이나 우려먹은 셈이다.

“아이들은 엄마의 말을 이해해서 따르는 게 아니고 그 결과에 따라 움직입니다. TV를 그만 보라고 말만 하고 내버려 두면 아이는 TV를 끄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TV를 끄지 않아도 아무 일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어떤 행동에 대해 구체적인 결과를 주게 되면 아이는 그 결과가 좋은지 싫은지에 따라 움직이게 됩니다. 칭찬이나 간식처럼 좋아하는 것을 주면 그것을 받으려고 TV를 끄고, 화를 내거나 매를 들면 그게 무서워서 TV를 끄지요. 그렇지만 말만 반복하고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말을 듣지 않습니다. 하나, 둘, 셋을 센 뒤 구체적인 행동을 취해 보세요.”

아이가 네 살이 되었을 때 매직 원투쓰리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 곧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사건이 벌어졌다. 물론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밥을 먹고 간식을 먹자고 했는데 간식을 먼저 먹겠다고 울고불고 떼쓰는 아이를 보며 심호흡을 하고 이렇게 말했다.

“하나, 둘, 셋 할 때까지 떼쓰면 저 방에 가서 있어야 돼!”

당연히 아이는 울음과 동동거림을 그치지 않았다. 나는 단호한 목소리로 “하나 둘 셋!”을 외친 뒤 아이를 제 방에 데리고 갔다.

“여기에서 다 울고 나와. 엄마는 문 열어놓고 저기 있을 거야.”

아이가 무서워하면 ‘하나, 둘, 셋!’ 끝에 오는 결과는 “그만 해!”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두려움과 불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아이가 무서워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당시 살던 집은 스무 평이 채 안 되는 아파트라 아이와의 거리는 꽤 가까웠고, 나는 방문을 열고 아이가 볼 수 있는 위치에 서서 지켜보았다.

앙앙거리는 울음소리가 몇 분이 지속됐을까. 울음소리는 느끼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잠깐 다른 곳을 보다 방안을 쳐다보니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 간 거야? 고개를 기울여 살펴보니 문에서 제일 먼 모서리에 서 있던 아이가 모서리를 따라 슬슬 문 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 모습이 꿈틀거리는 귀여운 애벌레 같아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울음소리를 점차 작아졌고 아이는 거의 문 옆까지 왔다. 기분이 풀리면서 엄마 곁에 오고 싶었던 것이리라. 드디어 문 앞에 도달한(?) 아이는 이미 울음을 그친 상태였다.

“엄마, 다 울었어. 눈물 닦아 줘.”

정말 매직이었다! 이름 앞에 매직이 붙어 있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효과적일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이후 우리 집에서는 “하나, 둘, 셋!” 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나, 둘, 셋을 자꾸 외치다보니 자연히 내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전에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달래도 보고 얼러도 보고 화도 내보았지만 결정적으로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매직 원투쓰리를 효과적으로 하려면 짧은 시간 안에 빨리 생각을 정리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되기 전에는 방에 들어가게 하는 정도로 효과를 보았지만 아이가 크면서 아이에게 주는 결과도 바꿔야 했다. 대여섯 살이 된 아이는 방에 들어가도록 하면 장난감을 갖고 놀 수도 있고, 좀 울다 잠이 들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자기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갖고 오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어떤 결과를 주어야 효과적일까를 판단하려면 정말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 에버랜드에 갔다 그냥 돌아올 뻔한 사건은 매직 원투쓰리의 정점을 찍게 했다.

딸아이가 어렸을 때 우리 부부는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에 홀려 놀이동산의 연간회원권을 끊은 적이 있었다. 딱, 한번이기는 했다. 막상 끊고 나니 놀이동산에 가는 건 부모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일이었다는 걸 바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일인지 아닌지를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걸 마음껏 해보게 하는 것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아침부터 설레어 뛰는 아이를 다독여 옷을 입히고 짐을 챙겨 가는 일, 사람들이 와글대는 곳에서 먼지를 마시며 돌아다니는 일, 놀이기구를 타려고 30분 이상 줄을 서는 일. 이 모든 일과 함께 우리를 지치게 한 것은 놀이동산 곳곳에서 알록달록한 색깔과 예쁜 모양으로 아이를 유혹하게 가게였다. 가는 곳마다 눈이 똥그래지게 예쁜 물건들이 있었고 아이는 어김없이 그것을 사달라고 졸랐다. 시달리던 끝에 나는 한 가지 규칙을 정했다. 매직 원투쓰리 정신에 입각해 구체적인 결과를 정한 것이다.

“희원아, 엄마가 만 원 안 넘는 걸로 딱 두 개 사줄 거야. 딱 두 개만 사고 더 안 조르면 집에 갈 때 아이스크림 사줄게. 대신 두 개 사줬는데 또 조르면 안 놀고 집에 갈 거야.”

아이는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엄마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은 금방 드러났다. 약속대로 두 개를 샀는데 또 조르기 시작한 것이다. 한두 번 이야기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엄마가 계속 사달라고 조르면 집에 간다고 말했지! 이제 집에 갈 거야.”

발버둥치고 울부짖는 아이를 번쩍 안아들고 입구로 향했다. 아이는 정신이 번쩍 드는지 사달라고 하지 않겠다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내 행동을 중단한다는 것은 규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 안 그런다고 말하고 다시 떼써도 된다고 큰 소리로 가르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발버둥치는 아이를 데리고 주차장에 도착했다.

‘연간 회원권인데 또 오면 되지 뭐! 지금 노는 것보다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걸 가르치는 게 훨씬 중요해!’ 아쉬움을 누르고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침에 학원 가느라 바쁜 딸을 붙잡고 옛날 그 사건이 기억나는지 물어봤다. 물론 기억나지 않는단다. 당연하지! 여섯 살 때의 일을 어떻게 기억하겠는가. 이번에는 남편에게 그 일을 기억하는지 물었다. 규칙을 정한 건 기억나는데 집에 왔는지는 모르겠단다.

그 날 집에 온 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그 일 이후로 아이는 뭐든 두 개 이상 사달라고 절대 조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를 포기하고 십 년을 번 것이다. 매직 원투쓰리, 정말 매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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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선미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임상심리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부터 한국 임상심리학회 전문가 수련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으며, 임상심리학과 관련된 저서와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1994년부터 아주대학교 병원에 재직하고 있으며, 아동을 대상으로 심리평가와 치료프로그램, 부모교육을 해왔다. 부모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아동 이상심리, 부모교육훈련, 행동수정을 주제로 다수의 강의를 하였다. 현재 EBS TV ‘생방송 60분 부모’에 고정출연하고 있다. 저서로, 『부모 마음 아프지 않게, 아이 마음 다치지 않게』『조선미 박사의 자녀교육특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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