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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돌, 현재의 아이돌 신에 출사표를 던지다 - 신화, 로다운30, 루머

아이돌계의 ‘신화’, 인디계의 괴물 ‘로다운30’, 제2의 카렌 카펜터라 불리우는 ‘루머’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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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야말로 아이돌 춘추전국시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과거의 아이돌인 신화까지 뭉치며 연예계를 또 한 번 떠들썩하게 했는데요. 경험을 녹여내 만든 그들의 신작, < The Return >을 소개합니다.

요즘은 그야말로 아이돌 춘추전국시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과거의 아이돌인 신화까지 뭉치며 연예계를 또 한 번 떠들썩하게 했는데요. 경험을 녹여내 만든 그들의 신작, < The Return >을 소개합니다. 1990년대에 향수를 느끼는 분들에게 반가운 자극이 될 거라 믿습니다. 아울러 블루스 록에 천착하는 인디계의 괴물 로다운30의 앨범과 제2의 카렌 카펜터라는 말을 듣고 있는 영국 싱어 루머의 앨범도 소개합니다.



신화 < The Return >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와의 재회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열광해 마지않았던 옛 우상의 귀환이라고 해야 할까. 「T.O.P」가 10대의 한복판을 관통했을 이들에게 신화의 컴백은 분명 남다른 구석이 있다. 5년이 멀다하고 사라지는 별들의 전쟁터에서 10년이 넘도록 이들은 서로간의 신뢰를 놓지 않았고, 그렇게 키워 간 존재감은 여전히 기대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8집의 「Once in a life time」과 9집의 「run」을 거치며 뚜렷해진 하향세,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병역의무로 공중분해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타 그룹과 달리 ‘언젠간 돌아올 것 같다’라는 인상을 가져다 준 것은 이 여섯 명이 유일하지 않았나 싶다.

많은 걸림돌을 제거하고 약속을 지켜 낸 모습은 분명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여중고생들에게 그치지 않고 20~30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남성’으로서의 캐릭터가 강했다는 것이 첫 번째, 모든 멤버들이 꾸준히 활동하며 실력상승과 함께 인지도를 놓지 않았다는 점이 두 번째, 여기에 본인들의 강한 의지가 세 번째 요인으로 작용하며 겨우내 긴 동면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기뻐할 새도 없이 서서히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은 과연 이들이 변화된 시장에 대한 리스크 극복의 판을 제대로 짜왔는가, 추억팔이에 그치지 않은 진정한 복귀를 천명할 수 있는가 하는 현실적인 안건들이다.

사실 유영진이 없는 신화는 항상 음악적인 불안에 시달려 왔다. 최초 히트작이었던 「T.O.P」에 이어 사실상 롱런의 초석을 다졌다고 할 수 있는 「Only one」, 의자 퍼포먼스가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Wild eyes」와 ‘멋진 남자들’의 완성판이었던 「Perfect Man」까지. 이 콤비는 에스엠 역사상 최고의 밸런스와 호흡을 보여주었고, 그 둥지를 나와서 언급할 만한 곡은 아무래도 「Brand New」 이외에는 전무했다. 그래서 결국 본인들의 스타일을 양보하고 트렌드와의 타협을 모토로 삼은 반면 퍼포먼스 적인 측면에서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적합한 무게중심을 잡으려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을 것이다.

「Venus」를 이어폰이나 스피커로만 접했을 때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트로부터 심상치 않게 울려 퍼지는 일렉트로니카 비트와 그 선로를 따라 음절 단위로 분리되는 후렴은 ‘신화다운 음악’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기색을 보인다. 그것이 「Brand New」가 연상되는 역동적인 커플안무와 결합되는 순간 묘한 화학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냉정하게 따지면 최선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유행에 매몰되지 않고 이를 적합한 형태로 흡수하는 공력을 효과적으로 내보인다. ‘아직 죽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다.

이에 반해 유사한 맥락의 「Red carpet」은 유약한 선율과 공간이 뜨는 사운드메이킹으로 인해 집중력을 놓치고 있고, 「Hurts」는 최근 유행하는 알앤비 발라드의 벽에 갇히며 초반부를 밋밋하게 몰아붙인다. 새로운 변화로서 함박웃음을 지어줄 수 트랙은 따로 있는데, 우선 솔리드의 정재윤과 아지아틱스(Aziatix)의 에디 신이 팔을 걷어붙인 「Let it go」에 한 표를 던진다. 감정이 함축되어 있는 건반 리프에 절제되어 있는 디스토션 기타가 애절함을 극대화시키며 또 다른 영역에의 진출을 도모한다. 여기에 1960~70년대의 필라델피아 소울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Be my love」 역시 반드시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가야 할 곡이다. 무리한 복고로의 회귀가 아닌 욕심 없이 가볍게 담아 낸 펑키함이 의외의 어울림을 동반해 낸다.

곡마다 완성도가 들쑥날쑥해 역작이라고 할만한 < Only One >(2000)이나 성공적인 홀로서기를 일구어 냈던 < Brand New >(2004)에 비견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관록의 한방을 갈고 닦아 보여 줌으로서 후배들에게는 모범을, 대중들에게는 여전한 믿음을 보여 줬다는 것이 이번 신작이 가지는 의의라고 할만하다. 모두가 1세대 아이돌은 모두 끝났다고 말할 때, 그 미미한 가능성을 저버리지 않고 돌아온 것은 말 그대로 이들 뿐이었다. 신화는 가요사에 남을 바람직한 견본그룹으로서의 위용을 갖추었다. 더 이상 반론의 여지는 없다.

글 /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로다운 30 < 1 >

21세기形 사이키델릭부두모조그루비블루스록밴드 로다운 30. 그들은 다소 거창하고 장황하게 스스로를 일컫는다. 저음으로 느린 템포의 혼을 흔드는 듯한 블루스. 이는 Lowdown의 사전적 의미다. 이 두 자칭은 가장 확실하고 선명한 자기소개다.

홍대 음악 씬의 팬이라면 단 두장의 앨범만 내고 사라진 노이즈가든(Noizegarden)이 선보인 ‘원론적 헤비메탈’을 기억할 것이다. 이들이 제시한 메탈론(論)은 한국 록음악의 지평을 확대했음은 물론, 굵직한 마스터피스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 굳건한 믿음은 로다운30으로 이어졌다. 메탈과 블루스라는 뿌리를 근간으로 고집과 자부심으로 일궈낸 데뷔작 < Jaira >는 윤병주를 한국 인디 음악계의 ‘핵심 키워드’라는 명예로운 낙관(落款)을 받아내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음악적 사조와 그간 작업의 결과물들을 지켜보면 사운드 주조의 중추인 윤병주의 성향이 극히 과거 지향적이며, 거장의 발자취들을 모태로 삼는 활동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과거와 현재에만 얽매어있지 않는 ‘21세기形’의 표방은 음악인으로서 모범적인 자세라 할만하다.

< 1 >의 명패는 ‘블루스’다. 하지만 자신들의 소리 안에서 한단어로는 표현 불가능한, 복잡다단한 주제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모조(Mojo)를 지녔다. 이미 노이즈가든이라는 이력은 사운드에 대한 확실한 보증서와도 같은 것이며, 트렌드나 시류에 개의치 않는 혼(魂)을 담아낸 선율들은 듣는 이의 귀를 압도하는 ‘환상적 경험’이다.

전작에 비해 헤비함은 확실하게 줄었지만 이는 분명 의도적인 변화다. 머리 곡 「말도안돼」는 사운드 변화의 꼭짓점이다. 단순 간결한 곡의 운용과 빈틈사이를 메꾸는 키보드 코드워크, 불필요한 터치는 철저히 배제한 드러밍 위에 질척한 기타 선율선을 더해내 오묘한 여백의 미와 정결한 그루브감을 구현해낸다.

이어지는 「아스팔트」의 펀치감은 압권이다. 윤병주식 ‘톤의 마법’의 매력과 ‘블루스-메탈’의 전형을 보여주는 곡으로 “PLAY LOUD” 패치를 붙여놓기에 충분한 강도 높은 에너지가 넘쳐난다. 앨범 버전에서는 2011년 팬들에게 먼저 선보인 주석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다. 제 9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록’ 부분 후보에 오를 정도로 완성도 높은 트랙이었지만, 그 곡 그대로를 실어냈다면 앨범 전체에 미묘한 어긋남이 있었을 것을 고려한 복안이다.

「플라스틱에로모듈」은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복합적 융합물이다. 사운드의 큰 그림은 강화된 일렉트로니카의 접목이다. 보컬과 기타, 베이스의 반복되는 사운드에 덧입혀진 이펙팅의 묘한 질감은 부두(Voodoo)교의 주술적 행위를 연상케 한다. 「처연」의 처연한 목소리와 이펙터 조율, 곡 전체를 아우르는 사이키델릭적 분위기는 지미 헨드릭스의「Little wing」과 동종의 것이다.

묵직한 중량감은 「서울의밤」과 「너의조각」, 「암전」에서 발산한다. 이 곡들은 크림의 「Born under a bad sign」과 「Tales of brave Ulysses」의 감정선을 그대로 이어온 듯, 오로지 소리의 질감만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육중한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리프를 중심으로 하는 전개가 아닌, 확실하고 극명한 프레이즈의 반복은 ‘기타 후크 송’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법하다.

음악을 듣고, 즐기고 연주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음악인에게는 오로지 수용(受容)만이 해답인줄 알았던 시기가 있었다. 노이즈가든의 등장은 이런 상황의 해결책이었다. 현재는 그들이 활동하던 시기보다 두터워진 팬층은 물론, 시장의 크기 역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확장되었다. 하지만 긍정적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인디밴드의 과부하로 비슷한 형태의 소모적 음악들이 넘쳐나고 있는 현실이다.

관록의 로다운 30은 다시금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냈다. 단순히 형식미에 치중하는 복각에 몰두하지 않고, 다양한 현대적 감각을 자신들만의 작법에 녹여내 ‘진보적 복고’를 몸소 구현해낸다. 또한 그들의 ‘소리’에 대한 병적인 집착은 음악을 즐기는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다. 단언하건데, 한국은 록음악의 강국이다. 그들의 존재는 이 논제를 확실하게 하는 근거다.

글 /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Rumer < Seasons Of My Soul >

7~8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서 카펜터즈를 걸러낼 순 없다. 손 내밀어 찾지 않아도 행여 모르고 살았다 할지라도 카렌 카펜터(Karen Carpenter)의 목소리에 귀를 노출시킨 채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음악은 공기 중의 수분처럼 항상 우리 곁을 맴돌고, 존재해왔다.

참으로 비슷하다. 루머의 음색, 창법, 분위기까지 어쩜 이리도 카렌 카펜터일까. 1979년생, 영국인이지만 파키스탄에서 나고 자랐다. 카렌 카펜터가 세상을 떠난 것이 루머가 태어난 지 3~4년 뒤의 일이고 스스로는 대중매체로부터 격리된 독특한 환경에서 자라 홀로 음악을 만들고 배워왔다 말한다. 그렇다한들 누가 그녀의 스타일을 100퍼센트 본인 창작으로 받아줄 것인가. 첫 음반인 < Seasons Of My Soul > 을 발표한 지금, 이미 서른을 넘겼다. 눈과 귀가 막힌 채로 보낸 어린 날은 ‘그랬었던’ 얼마간의 과거일 뿐, 이후의 시간까지 올림으로 처리해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사춘기부터 감각의 꽃이 만개하는 20대까지 어떤 음악을 만나고 살펴왔을지 생략되어 있어도 짐작 가능하다.

루머의 음악을 듣고 허나 처음 들었던 기분은 ‘고마움’이었다. 시대를 역행하고 있음에도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사운드. 소름이 돋을 정도로 잘 닮아주었고 또한 맛있게 살려냈다. 「On my way home」을 뺀 나머지 곡들은 3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넘나들며 꼬깃꼬깃하게 접힌 과거를 불러들인다. 「Am I forgiven」, 「Slow」, 「Saving grace」에서는 카렌 카펜터의 예쁜 얼굴을 하고 몽글거리는 이미지라인을 만들어내지만 「Aretha」, 「Healer」, 「Take me as I am」에서는 고집스러운 눈동자를 한 루머의 현실적인 얼굴로 노래한다.

세 곡의 리메이크는 선심 서비스의 종착이라 하겠다. 카펜터즈를 영원(永遠)의 밴드로 이끈 노래 「(They long to be) Close to You」를 작곡한 버트 배커랙(Burt Bacharach)의 'Alfie」, 그룹 브레드(Bread)의 멤버 데이비드 게이츠(David Gates)의 솔로곡 「Goodbye girl」, 스테판 비숍(Stephen Bishop)의 「It might be you」까지 영화를 통해 알려진 로맨틱송을 고풍스럽게, 원곡이 지닐 법한 자신감을 실어 표현했다. 세트장에서 현장으로 옮겨다놓은 듯 시대가 고르게 호흡한다.

옅은 흑백으로 처리한 앨범 사진이 시선에 닿는다. 기다란 흑발로 보이는 갈색머리와 내리깐 눈, 짙은 속눈썹.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다음의 루머는 어느 쪽에서 손을 흔들고 서있게 될까. 무방비의 호기심으로 기대를 걸어 본다.

글 / 조아름(curtzz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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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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