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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과 교수가 자기 집 설계도 안한다고?

우리가 바라는 ‘좋은 집’이란?! 직접 집을 설계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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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채우는 데에는 돈이 필요하다. 욕심과 지불 가능한 돈 사이의 갈등. 집짓기 과정에서는 이 갈등과 저울질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마당의 크기, 방의 개수와 종류, 집의 형태, 창문 크기, 마감재나 설비 수준… 모든 것이 갈등이고 저울질하게 된다.

우리가 바라는 집

 

욕심을 채우는 데에는 돈이 필요하다. 욕심과 지불 가능한 돈 사이의 갈등. 집짓기 과정에서는 이 갈등과 저울질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마당의 크기, 방의 개수와 종류, 집의 형태, 창문 크기, 마감재나 설비 수준… 모든 것이 갈등이고 저울질하게 된다.


우리가 정의한 좋은 집은 ‘보통 수준의 공사비로 지은 건실하고 품격 갖춘 집’이다. 이 정의는 좀 더 구체적인 조건들로 다듬어져서 건축가에게 ‘설계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문서로 제시되었다.


보통 수준의 공사비

보통 수준의 공사비란 우리 사회가 ‘고급 집’이라고 여기는 수준과 ‘싸구려 집’이라고 여기는 수준의 중간 정도의 돈으로 집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뒤에서 다시 얘기하겠지만 이는 평당 460~480만 원 수준의 공사비로 구체화된다. 건축가들의 작품주택에서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통용되는 공사비 650~750만 원의 60~70% 수준이고, 집장사 집 공사비 250~350만 원의 150% 수준이다. 집장사 집의 허술한 시공과 재료 품질은 내키지 않지만 작품주택의 공사비는 감당할 수 없는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와 비슷한 형편의 사람들에게 제시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실용적인 집

건실함은 실용적인 집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겨울에 춥지 않고 여름에 덥지 않아야 한다. 엄청난 난방비와 전기료를 잡아먹는 집은 매일의 삶에 고통을 줄 뿐이다. 이는 아파트에 비해 단독주택의 결정적인 단점으로 꼽히는 부분이지만 설계하기에 따라서 정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품격 갖춘 집

품격은 정의하기 가장 까다로운 조건이다. 하지만 공사비 조건과 연결하면 방향은 명확해진다. 실용적 형태와 재료가 멋으로 드러나는 집이다. 쓸데없이 돈만 드는 장식이나 형태적 작의는 절제하라는 필요조건도 뒤따른다. 이건 말이 쉽지 진짜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최고 경지의 작품을 내놓으라는 말일 수 있고, 오히려 공사비를 가장 많이 들여야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건축가가 사람들의 삶터를 책임지는 직능이라면 응당 보통 수준의 공사비로 이런 품격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과거 수공예 장인들이 그랬듯이 말이다.

이런 말을 에둘러 설계 고려사항으로 건축가 조남호에게 제시했더니 “둥근 사각형을 만들라는 것이군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서측 구릉에서 본 아랫집.JPG



건축학과 교수와 건축가

 


“아빠가 설계해?”
“건축학과 교순데 직접 설계해야 하는 거 아니야?”


땅을 구입한 뒤 본격적으로 집을 짓겠다고 공언한 후 두 집 아이들이 눈을 초롱대며 한 얘기고,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겼다는 말에 지인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건네는 얘기다.

우리는 애초부터 집을 직접 설계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건축가가 아니다. 설계 전문가가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가 바라는 집을 구현하는 데 적합한 재료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고 구법 또한 모른다고 해야 할 정도로 전문 지식이나 경험이 일천하다. 더욱이 이를 적절한 예산으로 지을 수 있도록 꾸려갈 능력도 없다. 우리는 전문 건축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갸우뚱한 고개는 바로 서지 않는다.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지만 하고 싶은 말이 역력하다.

“당신들도 설계 가르치잖아?”
“자기 집 설계도 못하면서 어떻게 가르치지?”


설계교육론까지 밝히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몰린다. 이래서 다들 자기 집 안 짓는구먼!
우리가 직접 설계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보다 현실적인 데 있다. 설사 우리가 있는 솜씨를 모두 동원해 직접 설계한다고 해도 우리는 건축사 자격증이 없으므로 건축 허가에 필요한 건축사 도장을 찍을 수 없다. 아는 건축사에게 이름만 빌리거나 도장 값만 주고 이름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이건 건축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더구나 예비 건축가를 육성하는 일을 본업으로 삼고 있는 건축학과 교수가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좋은 건축주가 되는 것이 상책이다. 책상이나 탁자 정도라면 아마추어 솜씨로 엉성하게 만들어 내가 직접 만든 것이라고 흡족해하며 평생 사용할 수 있다. 혹자는 집을 그렇게 지어 살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집에 관해서는 우린 그럴 자신이 없다. 그러고 싶지도 않다. 제 멋에 겨워 서툰 솜씨로 집짓고 제 멋에 겨워 사는 집도 좋지만, 좋은 건축가와 함께 보통 사람들이 납득할만한 비용으로 실용적이고 품격 있는 집을 짓는 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고 우리에게 더 어울리는 일이라 믿는다.




 

img_book_bot.jpg

아파트와 바꾼 집 박인석,박철수 공저 | 동녘

대학에서 주거건축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문화센터를 비롯한 전문가 혹은 비전문가 대상의 크고 작은 강좌에서 아파트 관련 강의를 하는 박철수ㆍ박인석 교수. 두 사람은 소위 말하는 ‘아파트 전문가’다. 이들이 살던 아파트를 팔고 죽전에 단독주택을 짓고 이사했다. “나만의 작업실을 갖고 싶어서”, “두 딸에게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을 주고 싶어서”와 같은 특별할 것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 책은 박철수ㆍ박인석 두 교수의 단독주택 이주기와 이주 후 1년 동안 지내면서 겪은 생활을 기록한 도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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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인석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한 ‘주택문제에 대한 인식’을 주택연구소에서의 연구와 명지대학교에서의 주거건축 전동 교수활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한국사회를 읽는 주요한 키워드로 ‘아파트공화국’은 ‘단지공화국’으로 교정해야함을 지적하는 일, 공공 공간 환경 개선 없이 사유 단지개발 장려 전략으로 일관하는 정부 도시ㆍ주택정책을 비판하고 바른 정책의 실천을 제안하는 일이 최근의 주된 관심사이다. 주택 수요가 아파트단지에 편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변화시키려면 경제성ㆍ편리성ㆍ쾌적성에서 아파트단지와 경쟁할만한 주거유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당 딸린 집에서 살고 싶다는 개인적인 동기로 시작한 집짓기에 단지공화국 극복이라는 실천적 의미를 부여하여 《아파트와 바꾼 집》이라는 이름을 책의 제목으로 붙였다.

아파트와 바꾼 집

<박인석>,<박철수> 공저14,400원(10% + 5%)

대학에서 주거건축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문화센터를 비롯한 전문가 혹은 비전문가 대상의 크고 작은 강좌에서 아파트 관련 강의를 하는 박철수ㆍ박인석 교수. 두 사람은 소위 말하는 ‘아파트 전문가’다. 이들이 살던 아파트를 팔고 죽전에 단독주택을 짓고 이사했다. “나만의 작업실을 갖고 싶어서”, “두 딸에게 언제든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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