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윤하정의 공연 세상
트로트 왕자 박현빈, "돈은 꾸준히 벌고 있어요."
박현빈, 뮤지컬 <달고나> 주인공이 되다!
“성악을 전공하면서도 대중음악에 관심이 있었어요. 연기나 가수에 대한 제안을 몇 번 받기도 했고요. 그런데 가수라면 나만의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싶더라고요. 그때 장윤정 씨가 대박이 났을 때인데, ‘남자 장윤정’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루에 4시간에서 6시간 정도 자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 체력은 괜찮아요.”
기자의 첫 질문이었다. 요즘 하루에 몇 시간 자는지, 버틸 만한지. 박현빈 씨는 요즘 가장 바쁜 사람 가운데 한 명인 것이다. 큰 줄기만 간략히 살펴본다.
“일단 신곡이 발표돼서 우리나라에서는 ‘모래시계’로 각종 음악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활동하고, 일본에서도 1년 동안 활동량이 정해져 있어서 매주 며칠씩 가고 있어요. 오늘 밤에 공연하고 내일 아침에는 일본에 가야죠. 또 뮤지컬 <달고나>가 5월까지 이어지고, 다음 주부터는 선거로고송 녹음도 들어가고요.”
본연의 음악활동이야 그렇다 치고, 뮤지컬과 선거로고송은 무엇인가. 공통점은 있어 보인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 카피가 불가능하다는 점.
뮤지컬 - “제작사에서 제의가 들어왔는데, 작품에 흘러간 대중가요가 많이 나오고 그래서 제 마음과도 맞아서 도전했죠. 연습할 때는 너무 힘들어서 괜히 했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연습시간도 부족하고, 대사도 너무 많고, 낯선 환경이라 힘들더라고요.”
선거 로고송 - “2~3백 명은 될 것 같아요. 이달 안에 녹음을 마쳐야 하는데, 후보들의 이름과 기호, 당, 공약이 가사로 들어가니까 카피 없이 하나하나 불러야 하는 거죠.”
그러면서 자연스레 드는 생각. 돈 정말 많이 벌겠다.
“돈은 데뷔한 이후 꾸준히 벌고 있습니다(웃음).”
뮤지컬로 무대에 선 소감은 어떨까? 데뷔 초 얼굴을 알리느라 단막극이나 재연극에서 짧게 연기를 했던 경험은 있다. 하지만 주인공은 처음. 그것도 낯선 뮤지컬이 아닌가. 가수로 숱하게 밟았던 무대지만 그 느낌이 다를 터.
“전혀 다르죠. 박현빈이 아니라 <달고나>의 김세우로 무대에 올라가는 거니까요. 최대한 박현빈의 이름과 이미지를 버리고, 저를 안 보이게 하려고 노력하죠. 그런데 박현빈이 무대에 서는 게 더 화려하고 재밌는 것 같아요. 관객들도 같이 노래 부르고 반응하고(웃음).”
첫 뮤지컬, 주위 반응은 ‘기대이상’이다.
“가장 많이 듣는 얘기입니다, 기대를 워낙 안 하셨나 봐요(웃음). 제가 무대 위에서 즐기니까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사실 연습 때는 주인공이라서 대사도 많고 춤도 있고, 관객들도 없는데 연습하고 리허설 하는 게 너무 재미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고 관객들이 오시니까 지금은 신나게 하고 있죠. 공연 때마다 관객도 다르니까 느낌도 매번 달라지고요.”
관객이 있어야 무대에서 신이 난다는 박현빈. 그런 그가 TV에서 클래식 연주나 성악가가 나오면 멈칫한다. 그는 대학 때까지 다름 아닌 성악을 전공했다.
“어려서부터 형은 플루트, 저는 바이올린을 배웠어요. 10여 년 하면서 바이올린 신동이라는 소리도 들었는데, IMF 때 전공을 성악으로 바꿔서 대학 진학까지 했죠. 형은 지금도 독일에서 유학하고 있고요. 성악을 전공하면서도 대중음악에 관심이 있었어요. 연기나 가수에 대한 제안을 몇 번 받기도 했고요. 그런데 가수라면 나만의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싶더라고요. 그때 장윤정 씨가 대박이 났을 때인데, ‘남자 장윤정’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성악도가 발라드나 록을 부르는 것은 봤지만 트로트는 처음이다. 그러나 가요를 부르면 이른바 ‘뽕필’이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하니, 이것 역시 인연이 아니겠는가. 그는 직접 유명 트로트 작곡가를 찾아가고, 장윤정 씨가 속한 기획사에도 찾아갔다. 숱한 실패와 도전 끝에 그 역시 신세대 트로트 가수로 대박이 난 것이다. 하지만 기자는 궁금했다. 풋풋한 소녀 팬들이 넘쳐나는 또래 가수들이 부럽지는 않았을까.
“20대 중반에 데뷔했으니까 처음에는 부러웠죠. 아이돌과 나이 차가 많이 나지 않는데, 그 친구들은 교복 입고 풍선 들고 오는 팬들이 많으니까. 그런데 언젠가 한 가족이 ‘우리 가족이 박현빈 씨 팬입니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 생각이 바뀌었어요. 인원은 많지 않지만 저는 가족단위 팬이잖아요. 할머니에서 아이까지, 정해진 연령대가 없는 거죠. 또 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저희 식구들이 좋아하고 편안하기 때문에, 성악할 때보다 몸은 힘들지만 후회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트로트계의 젊은 주자로 한 획을 그은 만큼 박현빈을 보고 꿈을 키우는 후배들도 많다. 하지만 그는 현실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며 정말 트로트를 좋아하는 친구들만 도전할 것을 당부했다.
“대중들이 잘 모르는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많아요. 하지만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트로트로 성공하기는 그 어떤 장르보다 힘들어요. 일단 공중파의 트로트 프로그램이 다 사라진 상태라서 좋은 가수가 좋은 노래를 발표해도 보일 때가 없거든요. 저도 신곡을 발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거죠. 그래서 한 순간의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트로트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안 그러면 힘들어요, 트로트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트로트 가수가 되려고 노력해도 힘든 상황이니까.”
이름을 알린 만큼 그의 어깨는 무겁고, 후배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제시하기 위해 도전할 목록들은 끊임없이 더해지고 있다.
“트로트를 이어가기 위해서 항상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거죠. 느린 노래를 발표한 것도 트로트는 쉽고 가볍다는 이미지를 깨고 싶었어요. 쉽게 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거든요. 또 어린 트로트 가수가 최초로 일본에 진출한 것도, 처음으로 뮤지컬에 출연한 것도 다 도전입니다. 일본에 가면 저더러 ‘한국 트로트의 왕자’라면서 ‘트로트의 시초’ 같은 국내에서는 궁금해 하지도 않는 걸 물어봐요. 제가 트로트 국가대표가 된 거죠. 이제는 책임감이 있어요, 대충할 수가 없는 거죠. 요즘에는 공중파가 아니더라도 트로트를 소개하고 트로트 가수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도 생겼고요.”
지난 7년,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다. 마지막으로 10년 후 박현빈을 떠올려 본다면?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데뷔 후 올해가 제일 바쁘고 가장 많은 도전을 하는 것 같아요. 마흔에도 서른 같은 박현빈이면 좋겠네요(웃음).”
공연 전 행사시간이 임박해 일어서는 그에게 이후에도 뮤지컬에 참여할 뜻이 있는지 물었더니 그는 뮤지컬은 너무 힘들다며 ‘아니’를 연거푸 세 번이나 말했다. 하지만 또 다시 박현빈에게 딱 맞는 작품이 나타나면 저 열정과 의지에 쉽게 뿌리치지는 못할 것 같다. 뮤지컬 <달고나>는 5월 28일까지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중장년층도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추억의 무대. 트로트 왕자 박현빈의 새로운 변신도 감상 포인트다.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윤하정> 저11,700원(10% + 5%)
공연예술계의 인물을 인터뷰한 윤하정의 책. 책은 그동안 진행했던 인터뷰를 기초로, 추가 인터뷰를 하면서 인물들의 진솔함을 더욱 끌어내고자 했다. 이 책 속에서 인터뷰한 인물들은 ‘배우, 연출가, 피아니스트, 하모니카 연주자, 미술해설가’라는 직업을 가졌다. 무대에 서는, 또는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