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의 길은 험난해…
정글과도 같은 마을에 미용실이?!
봉사하러 들어간 곳은 마을 입구부터 아주 생경한 풍경을 눈앞에 펼쳐놓았다. ‘언덕’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높이로 쌓인 쓰레기들이 마을 입구부터 냄새를 진동하며 방문객들을 환영하는데, 잦은 비에 굳지 않고 질퍽한 땅은 발을 내디딜 때마다 푹푹 꺼졌고, 그때마다 악취 가득한 물기는 운동화 속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었다.
봉사하러 들어간 곳은 마을 입구부터 아주 생경한 풍경을 눈앞에 펼쳐놓았다. ‘언덕’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높이로 쌓인 쓰레기들이 마을 입구부터 냄새를 진동하며 방문객들을 환영하는데, 잦은 비에 굳지 않고 질퍽한 땅은 발을 내디딜 때마다 푹푹 꺼졌고, 그때마다 악취 가득한 물기는 운동화 속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었다. 그곳에서 유치원에나 다닐 법한 또래의 꼬마들은 겨우 발바닥이나 가릴 낡은 슬리퍼를 발가락에 끼고 다니는가 하면, 어떤 아이들은 맨발로 유리조각과 녹슨 쇠붙이가 곳곳에 널브러진 쓰레기더미를 헤집고 있기도 했다.
쓰레기 언덕을 지나며 날씨가 어떻고, 길이 어떻고 하던 불평들은 호강에 겨운 소리였음이 확인되었고, 봉사활동에 임하는 학생들의 자세는 한순간에 정리되었다. 봉사하기로 한 마을에는 초등학생 이하 아이들만 150명이 넘고, 전체적으로는 300명 정도 되는 주민이 산다고 마을 이장이 간단히 소개했다. 마을 이장의 환영인사가 끝난 후, 학생들 역시 어떠어떠한 봉사활동을 할 것인지 간단히 소개하였다.
제대로 하는 게 있을까 싶던 학생들은 현장에 도착하자, 뜻밖에도 미리 정해진 팀별로 착착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팀은 마을에서 운영하는 유치원 건물을 안팎으로 페인트칠하고, 마을 공부방에서는 다리가 부러져 쇠붙이가 불거져 나오고 제멋대로 기울기도 한 철제 의자를 치우고, 책상과 의자를 주문 제작하여 니스칠과 페인트칠을 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다른 팀은 낡아서 중간중간 금이 가 글자를 쓰기도 어렵고 지우기도 어려운 칠판을 떼어 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사포로 합판의 거친 표면을 연마하고 페인트칠을 하고, 풀을 먹이고, 다시 페인트칠을 하자, 칠판은 새것과 다를 바 없이 깔끔해졌다.
또 다른 팀은 마을 가운데 위치한 농구대에 새 그물망을 설치하고, 농구장과 그 주변 바닥에 널린 쓰레기를 주우며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구강모형을 갖고 치아건강과 관련한 위생교육을 준비하는 팀도 있었다. 그중에는 마을 아이들을 위해서 머리카락을 깎아주겠다는 아이디어를 낸 팀도 있었다.
공짜로 머리카락을 깎아준다는 소문이 나자, 금세 마을 꼬마들을 시작으로 많은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미용봉사팀 입장에서는 워낙 못사는 동네이고, 자동차가 다닐 만한 도로는커녕 마을에 한 대 있다는 오토바이가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도로도 나 있지 않은, 동네 어디를 돌아다녀도 정글에 길이 나 있는 것과 같은 마을이었기에 미용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마을 이장이 미용사라는 사람이 화를 낸다고 전해왔다. 확인해보니 미용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동네 사람들이 필요로 할 때마다, 의자를 놓고 머리카락을 잘라주어 용돈을 버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 처지에서 보면 많은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어찌 됐든 생계에 큰 보탬이 되던 고객들을 한국에서 온 봉사단원들에게 한꺼번에 빼앗겨버릴 위기에 봉착한 것이었다. ‘누구 밥줄 끊을 일 있느냐?’는 원성이 나올 법했다. 봉사하고자 하는 학생들과 공짜로 이발하기를 희망하며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은 그저 한 사람의 욕심이라고 무시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고 싶은 눈치였다. 하지만 마을 이장은 미용사를 달랠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어 보였다. 학생들은 떠나면 그만이지만, 머리카락을 깎아 벌이를 하는 이웃과는 어쩌면 한평생 한 마을에서 마주 보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을에 300명 정도의 사람들만 살기에 그중에는 머리카락을 자르며 돈을 버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생각조차 못했던 학생들 처지에서는 난감한 노릇이었다. ‘내가 봉사하는 거니까, 돈을 받지 않고 하는 거니까, 많은 사람이 원하고 있으니까 좋은 일이고 해야 할 일이야.’ 하고 밀어붙이기에는 그로 말미암아 상처를 받을 사람의 원망이 너무 클 거라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누가 중재해주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미용사를 찾아가서 마음을 달래보기로 했다. 봉사활동을 계획할 때 사전에 조사를 제대로 못한 불찰이니 양해해달라고 하고, 함께 미용봉사를 해주면 봉사활동 후에 학생들이 갖고 온 가위와 이발기 등을 전부 무상으로 기증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제야 머리카락을 깎아 벌이를 하던 사람은 섭섭했던 마음이 풀렸는지 입은 꼭 다물었지만 얼굴에는 웃음을 띠기 시작했다.
저자가 젊은 날 경험했던 해외봉사활동과 (사)한국해외봉사단원연합회(KOVA)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만났던 해외봉사단원들의 소중한 경험들을 재구성한 책으로, 인류애와 인도주의적 의미를 실천하며 여러 개발도상국에서 경험한 내용들을 솔직담백하게 담아낸 이 시대 청춘들의 싱그러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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