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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래퍼의 기근을 해결하다! - 미료, 흐른, 퓨어킴

브아걸의 미료, 인디 뮤지션 흐른, 개성 강한 퓨어킴의 앨범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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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아이드 걸스에서 뛰어난 랩 실력을 선보였던 미료가 솔로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전자음악이라는 큰 틀에서 다양한 상념을 담기위해 노력한 작품인데요. 여성 래퍼가 절대 부족한 우리 가요계에 미료의 등장은 단비와 같습니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에서 뛰어난 랩 실력을 선보였던 미료가 솔로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전자음악이라는 큰 틀에서 다양한 상념을 담기위해 노력한 작품인데요. 여성 래퍼가 절대 부족한 우리 가요계에 미료의 등장은 단비와 같습니다. 인디 뮤지션 흐른과 퓨어킴의 앨범들도 소개합니다.


미료 < Miryo a.k.a Johoney >

미료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Brown Eyed Girls, 이하 브아걸)에서 분명히 독특한 캐릭터였다. 허니 패밀리(Honey Family)에서부터 주특기로 삼아온 랩을 퇴행적이지 않도록 지금까지 유지해왔다. 비록 주요 무대에서 비춰지는 순간은 후반부에 잠깐일지도 모르지만 브아걸 곡의 날카롭고 세련된 매력을 완성하는 임무를 일정 부분 그가 맡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여성그룹 안에서 랩이라는 파트가 전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 동의한다면 제일 먼저 솔로로 치고나왔어야 하는 멤버는 미료였을 것이다. 하지만 너도나도 알다시피 무대 밖에서는 존재감이 부족했기에 이번 앨범이 다소 늦은 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바꿔 생각해보면 반응이 기대 이하일 경우 추후의 솔로 프로젝트 역시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상황이다. 즉, 안이하게 앨범을 제작하지는 않았을 테다.

뚜껑을 열어보니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트랙은 역시 「Dirty」다. “집에 가자마자 가장 먼저 check! 하지만 너에게선 문자 한통 없어 왜?”라는 대목에서 빠르면서도 굵은 목소리로 끌고 가는 래핑은 니키 미나즈(Nicki Minaj)에게 영향을 받았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 즉 랩이 가지고 있는 남성적인 색채를 여성적이고 말랑한 사운드로 희석시켰다는 사실도 니키 미나즈의 전략과 대동소이하다.

그렇다고 자신이 단순히 니키 미나즈 워너비가 아님은 나머지 트랙에서 증명한다. 오히려 「Dirty」보다 메인 싱글로 해도 좋았을 법한 「Party rock」은 칵스(The Koxx)의 일렉트로니카와 신나게 어울린다. 칵스는 전자오락을 떠오르게 하는 칩 튠 사운드를 흥겹게 쓸 줄 알고 있고, 여기에 하이 톤의 래핑이 덮치면서 시종일관 점핑 스테이지를 연출한다. 4번 타석에서 장타를 노린다기보다는 분위기를 띄우는 1번 타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맡고 있는 셈이다.

앨범은 전자 음악이라는 큰 틀에서 다양한 상념을 담으려고 노력한 듯하다. 「사랑해 사랑해」처럼 때로는 발라드 성향을 연출하기도 하고, 「Revenger」에서처럼 극도의 분노를 담기 위해서 좀 더 파괴적인 덥스텝을 활용하기도 한다. 랩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각 트랙 간에 감성의 변별을 꾀하기 위해서는 피쳐링 보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비록 다섯 곡으로 채워져 있지만 일반적인 앨범의 골격은 잘 짜여있는 형태다. 오히려 군더더기 없이 핵심적인 곡들로만 모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사실상 화려한 원워먼쇼를 성공적으로 치루고 있는 상황이다. 미료의 독주는 단순히 여성 그룹 멤버 한 명의 성공적인 솔로 데뷔일 뿐만 아니라, 여성 래퍼 기근을 해갈할 모범적인 사건이기도 하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흐른 < Leisure Love >

부클릿 이미지부터 물기를 머금고 있다. 다이내믹한 출렁임보다는 물 한복판에서 유영하듯, 아련하고, 아득하며, 아찔하다. 수중의 소리는 굴절되고 왜곡되어 전달된다.

2집에서 흥미로운 변화를 발견한다. 전작 「누가 내 빵을 뜯었나」, 「You feel confused as I do」에서 예고한 바 있지만, 기어이 일렉트로니카로 돌아섰다. 여기에 ‘전자양’의 프로듀싱이 더해져 사운드와 분위기가 밀도 높게 보강됐다.

다양한 사운드 소스를 운집시켜 겹겹이 쌓는다. 무채색의 단조로운 보컬은 코러스와 비트로 덧씌웠다. 「늦은 장마」에서는 클래식한 ‘합창법’으로 공명이 두드러지는 입체감과 환상성을 더한다. 탄성은 이때쯤에서 한 번 새어 나온다.

가사와 사상도 여전히 유니크하다. 전작 「Global citizen」은 환경에 대한 염려로 시작해 어찌할 수 없는 무능으로 끝난다. 「찬란한 존재」의 "날 돌봐주세요 날 사랑해줘요 날 지켜주세요 날 버리지 마요"는 마치 사랑을 속삭이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버려진 유기동물들의 전언이다. "밤새도록 술 마시고 춤을 춰 봐도 끝내주는 영화를 봐도 신이나지 않아"라고 건조하게 읊조리는 「더블플레이」와 “사랑마저 힘들 필욘 없다”는「Leisure love」는 채워지지 않고 계속 바닥을 드러내는, 비극적인 공허함을 뱉어낸다.

참신한 시도가 선명한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 「논쟁」부터는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10」은 초반 구성을 반복적으로 박음질 해버리고 「지루해도 돼」는 같은 패턴이 7분여 동안 나열된다. 메시지만으로 로우파이(lo-fi)의 결점을 돌파하기에는 아직 연약해 보인다.

글 / 김반야 (10_ban@naver.com)



퓨어킴 < 이응 >

주변에서 모두 4차원이라 이야기하는 사람을 마주하게 될 때,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되는가.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단 관심부터 생긴다는 것을 고백한다. (나를 포함한) 보통의 사람들에게서 접할 수 없는 무언가가 흥미를 유발한다고나 할까. 나도 모르게 저 사람의 정체는 무엇일까 파악하려는 마음이 커지는 것이다.

퓨어킴의 앨범을 만나면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개인의 의견만은 아닐 것이라 확신한다. 앨범 타이틀부터 우리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우고, 이윽고 마주하는 곡 리스트는 그 의문부호를 배로 커지게 만들지 않는가. (그렇다고 듣기도 전에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의미심장해 보이는 곡 제목들은 단지 첫 소절 가사의 글자들을 나열한 것일 뿐이니까.)

특이함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구성뿐이 아니다. 이 앨범의 수록곡들은 멜로디부터 이미 일반적인 노래의 범위를 벗어나있다. 첫 트랙인 「아」의 경우는 ‘라’와 ‘시’, 오직 두 음계만으로 이루어진 당황스런 곡이고 「우」는 후렴을 두 음절씩 끊어서 부르는 기묘한 곡이다.

「으」도 그냥 넘길 수는 없는 노래다. 규칙적으로 배열된 가사들 사이사이마다 ‘으악’이라는 감탄사를 섞었다. 의도한 것인지 자연스레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요소들이 남다른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 몫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노랫말들은 노래를 위해 쓰인 언어들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온전한 시(poem)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음악 없이 가사만 보아도 잘 만들어진 시집 한 편을 읽는 기분이다. ‘관계’에 대해 때로는 철없이, 때로는 깊이 성찰하는 시어들이 속을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실험적인 면모도 강해서 대중성에 있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자신을 떠올려줬으면 한다’는 그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싶은 마음이 자꾸 들어 플레이 버튼을 반복해서 누르게 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만큼이나 개성이 확고한 아티스트를 만난 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다. 들을수록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자꾸 찾게 된다. 기묘하다.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이거다. ‘정말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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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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