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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 박성덕 저 | 지식채널 |
무엇보다 갈등이 커지면 회피하려는 남편과 반대로 공격하고 따지는 아내의 진짜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부부의 잘못된 의사소통방식이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음을 지적한다. 성격 차이나 경제적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배우자와 관계를 맺는 잘못된 방식과 표현 방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꼬집는 것이다. EBS 화제의 프로그램 [생방송 60분 부모], [남편이 달라졌어요]의 책임 전문가로도 출연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결혼을 ‘성장’의 과정으로 인식할 때, 그리고 불화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혼수품과도 같은 것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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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싸움은 일단 벌어지면 멈추기 어렵다. 정서는 관계를 어려움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회복하는 데도 필요하다(회복 과정에 필요한 정서에 대해서는 후반부에 자세히 풀어볼 것이다). 어떤 이유 때문이든 싸움은 한번 벌어지면 한쪽이 이겨야 끝이 난다. 즉, 한 사람이 포기를 하든지 아니면 끝까지 싸워서 상대방을 때려눕혀야 된다.
부부 싸움도 마찬가지다. 싸우지 않는 부부는 없다. 결혼 초기에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져주거나 아니면 한 사람이 워낙 강해서 상대방이 물러나버릴 수 있다. 하지만 성인 애착에서 설명했듯이 지속적으로 한 사람이 물러나는 방식으로는 부부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다. 언제까지나 져주면서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내 눌려지내던 배우자가 폭발을 하는 날이 온다. 그러면 다시 치열한 싸움이 시작된다.
치열하게 싸우는 부부의 경우,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자신에게 필요한 수단을 총동원한다. 처음에는 가벼운 무기로 툭툭 친다. 반찬 투정을 하고 치약을 짜는 습관도 보기 싫어 물고 늘어진다. 남편이 양말을 빨래 통에 제대로 넣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고, 어디 외출이라도 하려고 하면 세월아 네월아 하며 굼뜨기만 한 아내의 모습에 화를 낸다. 정당한 자신의 반응에 상대방이 물러서기를 내심 기대하면서.
하지만 배우자는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무기를 들고 나온다. 상대방이 꼼짝 못할 만한 약점을 들추기 시작한다. 예전에 남들 앞에서 창피를 주었던 이야기, 친정 혹은 시댁 식구들에게 함부로 했던 배우자의 행동을 들먹인다. 특히 아이들에게 교육적이지 못했던 행동은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할 좋은 구실이라고 생각한다. 자신한테 잘못한 이야기는 이리저리 변명하기 쉬워도 아이에 대한 이야기에는 굴복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방도 점차 공격의 강도를 높인다. 인신공격을 시작한다. 본래 배운 게 없는 무식한 사람이라고 비난한다. 결혼을 후회한다며 협박하고, 이혼하자고 으르렁거린다. 한 사람이 참고 산다고 하면 상대방은 자신이 더 참고 있다며 윽박지른다. 결국 소총으로 시작된 싸움이 핵무기까지 들먹이게 된다. 도중에 멈추지 않는 이상, 모든 부부 싸움의 결말은 상대방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것으로 끝이 난다. 배우자의 부모를 언급하면서 상대를 비난하고 속을 긁는다. 착한 일을 하는 봉사자도, 부부 관계를 도와주던 상담가도, 죄를 처벌하는 법률가도 부부 싸움에 휘말리면 전쟁 같은 싸움을 펼친다. 남편과 아내가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라 싸움의 속성이 그런 것이다. 멈추지 않으면 모두 같은 결말에 이르고 만다.
영화 「장미의 전쟁」은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사소하게 시작된 싸움이 두 사람 모두를 죽음으로 내몰아간다. 누군가 멈추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다. 행복을 꿈꾸며 생활했던 거실의 아름다운 샹들리에에 매달려서도 싸움을 멈추지 않던 부부는 결국 함께 죽음을 맞는다. 이렇듯 부부 싸움은 한번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울 뿐 아니라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배우자가 자신을 비난하거나 거부하는 태도를 취하면 그것을 지켜본 상대 배우자의 몸은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과학자들은 상처를 입은 배우자가 신체적인 반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불과 0.02초라는 것을 밝혀냈다. 싸움을 하면서 부부가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면 즉시 얼굴이 붉어지거나 성난 표정을 짓게 된다. 남편의 공격적인 태도와 행동을 보면, 아내는 즉각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버리고, 그것을 본 배우자는 즉시 화를 내거나 입을 닫아버린다. 감정은 생각하기 전에 행동하게 만든다. 그래서 부부 관계를 빠른 속도로 악화시킨다.
정서 중심적 부부치료를 할 때 치료자의 초기 역할이 바로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감정을 붙들어서 부부가 이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부부가 각자의 감정을 깊이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때 느꼈던 격한 감정이 어쩔 수 없이 표현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준다. 남편이 도망가는 이유도, 아내가 화를 내는 것도,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라고 공감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부부는 서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배우자를 고치려 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남편도 옳고 아내도 옳다. 그럼에도 부부가 서로를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부부 싸움은 멈추지 않는다. 격앙된 감정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치료자가 부부 각자가 느낀 격한 감정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태도로 받아주어야 한다. 남편과 아내의 격한 감정이 약화되어야 비로소 부정적인 관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