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 박성덕 저 | 지식채널 |
무엇보다 갈등이 커지면 회피하려는 남편과 반대로 공격하고 따지는 아내의 진짜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부부의 잘못된 의사소통방식이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음을 지적한다. 성격 차이나 경제적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배우자와 관계를 맺는 잘못된 방식과 표현 방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꼬집는 것이다. EBS 화제의 프로그램 [생방송 60분 부모], [남편이 달라졌어요]의 책임 전문가로도 출연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결혼을 ‘성장’의 과정으로 인식할 때, 그리고 불화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혼수품과도 같은 것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 | |
|
지훈 씨와 소현 씨는 결혼 7년차 부부다. 두 사람은 대학 시절 봉사 동아리에서 만났다. 전공도 사회복지학과로 같아서 앞으로 봉사하면서 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금방 친해졌다. 병원 실습을 할 때도 서로 죽이 잘 맞아서 주변에서 잘 어울린다는 말도 자주 들었다. 가정 환경도 비슷하고 양가 부모님도 모두 가정적인 분들로 따뜻하고 자상했다. 우선 성격이 활발하고 밝은 편이라 두 사람이 가는 곳에는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그들의 결혼생활에 가장 어울리는 이미지는 잉꼬였다. 아니, 잉꼬조차 부러워할 결혼생활이 보장되었다고 생각하며 결혼식장에 들어갔다.
그런 두 사람이 결혼 7년 만에 부부 상담을 하러 왔다. 둘은 상대방을 답답해했다. 또 서로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남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린 아주 잘 맞았어요. 전공이 같아서 미래의 이상도 같았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아내가 봉사 동아리에서 보였던 모습이 전부 가식처럼 느껴져요. 매일 화만 내는 걸 보면 과거에 천사라고 생각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요.”듣고 있던 아내가 어이없다는 듯이 곧바로 받아쳤다.
“남편은 늘 바빠요. 아이가 태어난 뒤로 저는 육체적으로 힘든데 남편은 퇴근 후에도 봉사 모임에 자주 나가요. 주말에는 다른 힘든 가족을 돌봐야 한다며 또 봉사하러 나가고요. 남편처럼 퍼주다가는 집안 살림을 다 말아먹게 생겼어요. 남편의 무책임한 모습에 정말 화가 나요.”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던 부부가 지금은 서로 비난하며 성격이 맞지 않는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부부 간에 갈등이 생기면 성격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성격 차이는 본래 두 사람 안에 내재되어 있었다. 연애 시절에는 그 차이가 두드러져 보이지 않다가, 결혼 후 갈등이 생기자 현미경을 대고 보듯 배우자의 단점만 눈에 쏙쏙 들어오게 된 것이다. 결국 갈등을 만드는 것은 성격 차이가 아니다. 오히려 갈등의 발생으로 인해 성격 차이가 점점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성격 차이 말고도 부부 불화의 원인은 차고 넘친다. 자녀 양육관이 다르다고 싸우고, 경제관념이나 씀씀이가 다르다고 으르렁댄다. 술, 담배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배우자 때문에 불화가 생기기도 하고, 스킨십이나 성관계가 부족해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면 위에 열거한 내용이 과연 부부 불화의 핵심 원인일까? 그렇지 않다. 위에 언급된 내용은 부부 불화의 핵심이 아니다. 부부 사이에 불화가 생기면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쉽게 분노하며 화를 참을 수 있는 인내심이 사라진다. 자녀 양육관이 같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서로 다른 가정과 문화 속에서 자랐고, 아들과 딸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양육 태도도 다르기 때문에 남편과 아내의 양육관은 본래 같을 수가 없다.
경제관념도 마찬가지다. 미래를 위해 저축을 원하는 아내는 현재의 삶을 즐기길 원하는 남편과 부딪치기 십상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것도 옳다. 지금의 생활에 충실하자는 의견도 틀린 주장은 아니다. 서로 상대방의 생각을 비난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니코틴, 알코올에 지나치게 집착해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도 있다. 이 경우 부부 관계가 중독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도 있고, 중독에서 벗어나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부부의 성생활 문제는 부부 갈등으로 인한 하나의 증상이다. 성관계는 부부의 정서적?정신적 상태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러므로 친밀한 관계에서는 자연스럽게 성관계가 늘어나지만, 불화가 생기면 성관계 자체에 흥미를 잃기도 하고 심할 경우 성관계를 혐오스럽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
다시 말해, 위의 내용은 부부 갈등의 원인이라기보다는 불화의 결과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