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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 책 - 무료 공개 대담] 최종 이론은 꿈인가?!

최종 이론, 그 꿈을 향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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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이론을 꿈꾸는 사람들과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 물리학 역사에서 최종 이론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그리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첨예한 논쟁들을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최종 이론은 꿈인가?!
▣ 『최종 이론의 꿈』 대 『최종 이론은 없다』
‘모든 것이 단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이 된다.’ 최종 이론을 꿈꾸는 사람들과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 물리학 역사에서 최종 이론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그리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첨예한 논쟁들을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 기획 : APCTP(아태이론물리센터 / 웹진 「크로스로드」)
* 책 대 책이란?
한 권의 책을 내용 중심으로 소개하던 일반적인 서평 쓰기에서 벗어나 물리학의 역사에서 이정표 역할을 했거나 물리학을 대중화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책들을 중심으로 인물 대 인물, 이론 대 이론, 이론 대 현실(혹은 상상), 명강의 대 명강의 등 두 권의 책을 비교분석하는, '희망의 인문학 캠페인'의 새 코너다.

최종 이론의 꿈

스티븐 와인버그 저/이종필 역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12월

무서운 속도로 팽창하는 과학의 최전선에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과학자가 자연의 궁극적인 최종 법칙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학자들의 연구와 열정을 소개한 책. 20세기 초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으로 촉발된 물리학 혁명 이후 양자 전기 역학과 표준 모형을 거쳐 초끈 이론까지 전개된 물리학의 역사를 집대성하면서 과학 지식의 본질과 과학자들의 연구를 끌고 가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과학이 다른 분과 학문, 즉 철학이나 신학 혹은 종교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현역 과학자의 감각으로 생생하고 신선하게 보여 준다.



최종 이론, 그 꿈을 향한 비상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는 이렇게 노래한다.

신과 같은 모습을 지닌 나는, 이미
영원한 진리의 거울에 아주 가까이 왔다고 생각했고,
하늘의 광채와 청명함 속에서 자신을 향유하며,
지상의 아들이라는 옷을 훌훌 벗어버렸도다.


파우스트는 철학, 법학, 의학, 신학 등 인간의 학문에 모두 통달했고, 더 많은 비법을 얻기 위해 정령의 마술까지도 배웠다. 그는 “이 세상을 그 가장 깊은 내면에서 무엇이 다스리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그 모든 작용력과 근원을 관조”한다. 그래서 “천사보다도 더 위대”하고 “신들의 생활을 누리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이는 괴테가 대표하는 바이마르 고전주의의 이상을 구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와인버그가 말하는 최종이론이란 것이 신과 같이 되고 싶은 파우스트의 소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의 과학의 역사를 보면 우리가 과학이라고 부르는 지적 활동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그것이 대단히 환원적이라는 점이다. 뉴턴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와 지구 주위를 도는 달과 밀물과 썰물이 일어나는 수많은 현상을 운동의 일반 법칙과 중력의 법칙으로 환원했다. 돌턴(John Dalton)이 제안한 원자라는 개념은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화학의 여러 법칙을 원자의 결합으로 환원해서 이해할 수 있음을 보였다. 열역학의 여러 개념과 법칙들은 기체의 성질을 작은 입자들의 행동으로 환원해서 뉴턴 역학으로부터 유도될 수 있었다. 열역학의 방법론은 일반화되어 환원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인 통계역학이라는 분야로 발전해 나갔다. 환원적 사고방식이 구체적인 물리 현상으로 나타난 가장 극적인 예가 바로 원자라는 개념이다. 20세기 들어서 원자의 존재가 확인되고, 원자의 행동방식을 설명하는 양자역학의 체계가 정립되면서, 환원론은 더욱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이제 수많은 화학적 현상은 백여 종류의 원자들의 결합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원자라는 개념을 생각하고, 원자의 본질을 탐구하고, 원자들의 상호작용을 찾는 일은 곧 최종이론을 찾는 일이었다. 나아가서 원자 이하의 세계를 탐구하고 이해하게 되면서 우리는 이 우주의 대부분의 자연현상이 일어나는 원리는 궁극적으로 불과 열 두 종류의 물질과 네 종류의 힘으로 표현되는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the Standard Model of the particle physics)으로 환원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29년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윌슨 산 천문대의 젊은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Edwin Powell Hubble)은 46개의 은하를 조사해서 모든 은하들이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으며,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빨리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관측 결과는 우리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주가 지금 팽창하고 있다면 시간을 거슬러서 생각해보면 우주는 점점 축소될 것이고, 과거의 어떤 순간에는 마침내 크기가 0이 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는 바로 우주가 한 점에서 시작되었다는 빅뱅 이론을 암시한다. 그러니까 빅뱅의 존재는 팽창하는 우주로부터 유추되는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환원주의와 최종이론의 관계는 팽창하는 우주와 빅뱅의 관계와 비슷해 보인다. 팽창하는 우주로부터 빅뱅의 존재가 유추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박한 의미에서 최종이론의 존재뾽 환원론의 유추(extrapolation)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이 시간의 방향에 특정한 화살표가 존재함을 의미하듯, 과학적 설명에도 일정한 방향성이 있고, 설명들이 연결되는 방식은 환원되는 방향으로 수렴되는 양태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물리학 이론에 최종이론이 있으리라는 강퇇 느낌을 가진다.

현대 물리학에서 최종이론에 가장 가까운 것을 연구하는 분야는 입자물리학(particle physics), 혹은 고에너지 물리학(high energy physics)이라고 부르는 분야다. 입자물리학이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바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입자들과 그들의 상호작용을 연구한다는 뜻이다. 현대 입자물리학의 기본 이론은 게이지 장이론(gauge field theory)을 바탕으로 한 표준모형이다. 이 책의 저자인 스티븐 와인버그는 표준모형의 핵심적인 형태인 전자기 상호작용과 약한 상호작용이 통합된 방정식을 완성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그는 평생을 최종이론을 꿈꾸었고, 그 스스로 최종이론으로 가는 중요한 발자국을 내딛은 사람이다.

이 책의 가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이 책이 처음 발행된 1992년 당시 한창 건설 중이었으면서 또한 의회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초전도 대형 충돌장치(Superconducting SuperCollider, SSC)계획을 지원하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에서의 가치다. 그러기 위해서 와인버그는 양자론과 상대성 이론 등의 20세기에 이룩된 물리학의 성과들과, 표준모형으로 대표되는 현대 입자물리학의 모습을 그리고, 그 아름다움과 의미를 논하고, 나아가서 SSC 계획과 그 경과를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와인버그는 이 책에서 단순히 SSC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 지식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과학의 본질을 통찰하고, 인간의 문명 속에서 현대 과학의 의미와 가치를 제시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그가 제안하는 가치의 핵심이 바로 ‘최종이론’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종이론이라는 개념을 제안하고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두 번째 내용이자 중심이 되는 내용을 이룬다. 와인버그는 입자물리학자로서의 경험과 직관을 바탕으로 최종이론의 의미와, 존재와, 미래에 대해 다양한 고찰을 제시한다. SSC는 최종이론을 향한 직접적인 발걸음이며, 이 위대한 지적 모험을 이루어줄 수 있는 도구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SSC 계획은 1993년 10월, 무려 20억 달러가 집행된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취소되었다. 이는 현대 과학의 역사에 가장 큰 스캔들로 남을 것이다. 한국어판에는 SSC 계획이 취소된 이후 회한과 우려가 담긴 와인버그의 후기가 책 뒤에 실려 있어서 이 사건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을 돕는다.

비록 SSC 계획은 사라졌지만, 최종이론을 향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SSC의 경쟁자였던 유럽 입자물리학연구소 CERN의 거대한 하드론 충돌장치(Large Hadron Collider, LHC)는 2008년 완성되어 2010년부터 가동되면서 인간이 그동안 도달해보지 못한 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와인버그가 보여주는 전망은 여전히 중요하다. 아니, LHC의 실험 결과를 손에 받아들게 된 지금 최종이론을 꿈꾸는 것은 더 중요해졌는지도 모른다.

한편 이 책은 입자물리학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물리학의 진정한 대가가 과학의 본질과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가지는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이 점이 이 책의 세 번째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최종이론에 동의하지 않고, 심지어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세 번째 가치의 관점에서만으로도 이 책은 읽어볼 만하다. 그는 최종이론의 바탕으로서의 양자역학의 의미, 물리학 이론과 실험의 관계, 물리학자가 생각하는 신의 의미 등에 대해 설명하고, 현대물리학과 여러 철학적 입장에 대해서 논의한다. 특히 과학적 지식의 객관적 존재에 대한 논의는 이후 과학전쟁이라고 부르는, 대규모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많은 과학책들이 과학의 역사를 논리적으로 재구성해서 설명하기 때문에, 마치 과학은 정해진 길을 따라가듯, 합리적으로 순조롭게 발전해 왔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 와인버그는 과학의 발전에 장애가 되고 심지어 해를 끼쳤던 사고방식에도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한다. 브루노를 화형시키고 갈릴레이를 법정에 세웠던 중세의 신학만이 과학의 발전에 장애가 되었던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과학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중요한 요소인 실증주의조차도 도그마적인 모습이 되면 더 이상 ‘옳은 과학’에 기여하지 못하고, 심지어 해롭게 된다. 과학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열린 형태의 인간 활동이면서, 그 결과인 과학 지식은 절대적이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객관적이다. 와인버그는 책 전체에 걸쳐서 끊임없이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 와인버그가 설명하려고 애쓰는 주제 중 하나가 물리학자의 미적 감각이다. 다른 과학에 비해서도 물리학자는 두드러지게 이론이 ‘아름답다’는 말을 많이 하고, 연구 현장에서 일종의 ‘미적 감각’이 연구의 방향을 정하고 판단을 내리는 데 실제로 중요한 구실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 말하는 ‘아름다움’이란 일상적으로 말하는 예술에서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다. 와인버그는 이에 대해 말을 보살피는 조마사(調馬師, horse trainer)에 재치 있게 비유한다. 조마사가 경주마를 아름답다고 할 때, 그는 말의 생김새가 예쁘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잘 뛰어서 경주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개인적 판단이기는 하지만 미학적 판단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실제적인 판단이다. 물리학자가 이론에 대해서 가지는 아름답다는 느낌도 이와 비슷하게, 그 이론이 옳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런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예술적인 취향처럼 개인차도 상당히 크다. 그러나 이 미적 감각에 분명히 깊게 관련된 여러 가지 개념이 있는데, 그것은 단순성, 대칭성의 원리, 그리고 수학과의 관련성 등이다. 이런 개념들이 물리학자가 말하는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부분들이다. 단순성이, 그리고 대칭성이 물리학 이론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관한 와인버그의 논의를 읽다보면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과 같은 물리학의 기본 원리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짐을 느낄 수 있다.

괴테는 근대의 새로운 보편적 교양개념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그의 안에는 고전주의와 낭만주의가, 문학과 과학이, 예술과 기술이 함께 존재하고, 이성의 힘과 낭만적인 충동이 연결되어 나타난다. 괴테는 “색채론”을 통해 그 나름의 자연과학적 탐구를 제시하는 등 그 시대의 완전한 지식인이었다. 그래서 괴테가 빚어낸 파우스트도 완전한 지식을 추구한다. 완전한 지식이란 모든 것을 안다는 것이다. 최종이론은 종종 ‘모든 것의 이론’이라는 뜻으로 ‘TOE(Theory Of Everything)’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정확히 말해서 와인버그가 말하는 최종이론은 모든 것을 알려주는 실용적인 관점의 개념이 아니라, 더 이상의 환원은 없다고 이야기하는 논리적인 개념이다. 최종이론은 어떠한 질문에도 대답을 해주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가 아니라 과학적 설명의 출발점이다.

아무리 환원주의가 과학에서 자연스러운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환원의 끝을 말하는 최종이론이라는 개념은 대담한 발상이다. 빅뱅 이론이 아무리 팽창하는 우주로부터 연상될 수 있다 해도, 실제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우주의 배경복사와 같은 직접적인 증거를 필요로 했듯이, 최종이론에 대해 우리가 진정으로 알기 위해서는 최종이론을 실제로 찾거나, 적어도 그에 근접해야 할 것이다. 입자물리학자들은 진정한 기본입자를 찾고, 그들의 상호작용을 알게 되면 바로 그것이 최종이론일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로부터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나 중성자, 그리고 원자를 이루는 전자 등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고, 그러면 원자를 설명하는 이론의 근거가 갖추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리학의 발전에 따라 기본입자와 그들의 상호작용은 우리 우주가 탄생하고 진화해서 오늘의 모습이 된 것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점차 확실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최종이론은 모든 질문의 답을 주지는 못하지만, 왜 우주가 이런 모습으로 존재하는가에 관한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서평자 / 이강영(건국대학교 물리학부 연구교수)


최종 이론은 없다

마르셀로 글레이서 저/조현욱 역 | 까치(까치글방) | 원서 : A Tear at the Edge of Creation (2010)

최근 화제의 도서인 『위대한 설계』에서 스티븐 호킹은 '?이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다'는 말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종 이론은 없다: 거꾸로 보는 현대 물리학』의 저자 마르셀로 글레헭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주는 비대칭이며, 우주를 하나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는 최종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친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불확실하고 비대칭적이다!

이 책은 읽기에 쉬운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읽어 갈수록 흥미로운 논제에 빠지게 된다. 저자의 해박한 물리학적 지식의 스펙트럼이 과거에서 미래로, 좌에서 우로, 위에서 아래로 넓어지면서 이 책은 하나하나 매듭을 지어가며 결론을 유도해낸다. 특히 고전 물리학을 포함 입자 물리학에서 생명의 탄생에 이르는 우주론까지 광범위한 역사적 사실을 전개하면서 펼치는 논리는 이 책이 아니면 쉽게 만날 수 없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논리는 저자가 한때는 최종이론을 위해 물리학에 투신한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그가 물리학을 시작하면서 가졌던 최종이론을 꿈꾼 통일론자로서 자신의 꿈을 하나씩 하나씩 버릴 수밖에 없는 과정과 최종이론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회의와 변화에 대한 논리적 과정이 흥미롭다. 이런 과정이 이 책을 신뢰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에 하나이며 읽는 즐거움의 하나다.

그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우주론적 물질의 기원에서부터 생명의 기원에 관여한 물리 법칙이 비대칭성에 있다고 이야기 한다. 완벽한 하나의 통일 이론(unification theory)이나 대칭적 완벽성은 우리의 기대라는 이야기다. 세상의 변화는 비대칭이라는 존재에 의해 좌우되고, 그 속에 미학을 마릴린 먼로의 비대칭적 점의 존재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주론 입장에서 본 생명의 탄생
스탠리 밀러와 헤럴드 유리라는 두 학자는 생명이 탄생하기 전의 물질을 만든다. 헤럴드 유리는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지구에 존재하는 무기물을 한 곳에 모아 놓고 폭파실험을 한다. 그 다음 무엇이 만들어 지는 지 관찰했다. 초기 지구의 대기에 해당되는 물, 암모니아, 메탄, 소소의 혼합물에 화산 폭풍과 같은 전기 방전을 가해준 것이다. 결과는 생명이전의 주황색의 걸쭉한 유기화물인 “생명의 스프”가 만들어 진다. 생명이전의 무기물에서 생명체를 구성하는 유기물질을 만들어낸 것이다.

생명이 없는 물질에서 생명이 있는 물질로 가는 복잡한 과정을 이 책은 무리 없이 설명해 낸다. 지옥과 같은 초기 지구에서 산소가 만들어 지고, 물질이 진화해 생명잉태의 장소인 다윈의 “따스한 작은 연못”으로 이끈다. 이런 조건은 우주의 다른 곳에도 존재할지 모른다. 하지만 핵심은 이런 생명의 탄생과 진화가 분자 수준의 “비대칭성”이 근본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단일분자에서 복제에 이르기까지의 역동적 과정은 불완전성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생명의 근원은 “우주는 비대칭”에 있다.

빅뱅 이후 우주 진화의 역사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다. 우리와 같은 지능을 가진 인간이 다른 은하계에 존재 할 것인가? 아니면 가까운 화성에 존재할 것인가? 이 점에 대한 저자의 논조를 읽는 재미는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하다.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하기 위해서는 모성과 적절한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행성이 있어야 하고, 생명체의 생성이 쉽게 나타날 수 있는 적절한 화학물질이 있어야 한다. 이런 항성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수소구름이 필요한데, 다행이 수소는 빅뱅 후 약 40만년 후 우주 배경복사를 이루는 광자들이 온 우주를 돌아다니며 만들어 놓았다.

지구의 탄생
태양으로부터 세 번째 암석인 지구는 운 좋은 위치에 자리 잡은 이유 때문에 지금의 생명체가 진화했다. 만약 태양으로부터 이 보다 더 멀리 떨어졌다면 추웠을 것이고, 이보다 더 가까웠다면 너무 뜨거워 수분이 모드 증발했을 것이다. 생명의 화학 작용의 요람 역할을 하는 물이 액체 상태로 있기에 딱 맞는 조건은 지구 밖에 없다. 이런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는 지구 표면적의 약 70%를 차지하며 수분과 인체가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는 근거를 볼 때 타당한 결론이라 생각한다.

그 후 시간의 비대칭성과 물질의 비대칭성이라는 생명출현의 전제조건이 갖추어지고 우리 행성에 생명이 자리 잡게 된다. 이때가 약 40억 년 전의 일이다. 이런 자연이 생명체 진화의 무대를 제공했고, 사전에 계획된 종교적 입안자 없이 진화해 왔다. 오직 시간, 화학, 지질학과 자기 보존을 위한 투쟁에 의해 인류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

빅뱅 이후 지구의 환경이 단세포에서 다세포로, 혐기성에서 호기성으로 엄청난 다양성이 뒤따랐다. 그 후 유전자들이 다시 결합하고 맞물리면서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그 결과로 생명이 탄생했다.

인간의 진화 과정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인간의 존재는 유전적 복제가 불완전했기 때문이다. 불완전성이 창조와 다양성을 만든 것이다. 시간에 따라 진화하는 우리의 존재는 유전자 복제에 있다. 하지만 그 핵심적인 역할은 부정확성 때문이다. 자연의 선택에는 미리 정해진 최종 목표는 없었다. 6500만 년 전에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의 충돌이 없었다면 포유류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특정한 환경에 대한 효과적인 적응이 인간을 만들었다. 침팬지가 인간처럼 반도체를 만들 수 없었던 것은 외부요인도 있겠지만 진화의 과정에서 지능의 독특한 불완전한 돌연변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우주론을 통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존재는 우연의 산물이지만 우주 밖에서 절대 찾을 수 없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다. 인류의 복합한 생명체는 유일신이나 창조의 계획에 절대 포함된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확률의 존재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 점이다. 이런 논의는 이단적일 수 있지만 이 책에서는 설득력 있게 들리는 논리의 축으로 보인다.

진화의 요람인 지구의 탄생을 만든 물리학적 이론의 불완전성
탈레스, 케플러, 아인슈타인의 우주론에서 현재로 이어지고 있는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에 대해 저자는 회의적이다. 현대물리학은 모든 물리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발전해 왔다. 그 이론이 최종이론인 것이다. 최종이론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네 가지의 힘인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을 하나의 수학적 이론 틀로 묶는 것을 수 있다는 믿음 속에 발전해 왔다.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은 하나의 이론 틀로 통합된 전약력으로 설명된다. 전약력과 강한 핵력을 통일 하려는 시도가 대통일 이론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검증의 단계에 있다. 여기에 중력을 더해서 모든 힘을 통일하려는 이론이 초근이론이다. 초끈 이론은 부분적인 통일이론을 만들었지만 더 많은 문제를 더 생산해놓고 있다. 현재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 어떻게 아직 발전할지 모르지만 실패한 이론이라고 저자는 추정한다. 약한 상호작용에서 내적 대칭이 깨지고, 이런 비대칭적인 결과는 우리의 존재와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비대칭성이 없다면 원자도, 항성도 없고 궁극적으로 인류도 없다고 말한다.

오늘날 이론 물리학자들 중에서 물질의 구성과 우주 기원에 관련된 최종이론이나 통일 이론에 매달리고 있다. 과연 통일 이론이 가능한 이론인가? 통일 이론의 핵심은 높은 차원의 수학적 대칭성에 있다. 대칭성은 물리학의 유용한 핵심 도구의 하나다. 우주론을 포함한 소립자 물리학의 발견에서 보여준 높은 차원의 대칭성은 아직도 유효하다. 대칭적 현상인 에너지 보존법칙과 전하보존 법칙에 대해서는 대칭성이 지켜진다. 하지만 다른 비대칭성과 근사치로 지켜지는 우주엔 비대칭이 분명 존재한다. 대칭성의 속성엔 정체된 상황을 포함한다.

또 다른 최종이론의 회의론적 논리를 우주론을 들어 설명한다. 베라 루빈은 우주의 90퍼센트가 암흑물질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몰 수 있는 모든 별들은 우주의 10 프로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은하의 운동을 설명하는데 필요한 암흑물질의 특성을 찾으려는 MACHO 연구팀은 자신들이 찾아낸 물체로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의 절반가량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도 여전히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은 불완전한 의문을 남겨 놓고 있다. 암흑물질이 얼마나 되는지, 밀도가 어떻게 되는지, 중력의 효과가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첫걸음을 내디딘 상태에서 최종이론을 논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이야기다.

대통일 이론과 비대칭성
대통일 이론들은 지금까지 물리학자들에 의해 물질의 속성을 결정하는 3가지 힘으로 전자기력, 강력, 핵력에 대한 이론으로 발전해 왔다. 앞으로 완전한 통일이론은 자연의 4번째 힘이자 마지막 힘인 중력을 포함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달성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통일 이론의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 심한 경우 대통일 이론이라는 전체 그림이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는 경우도 있다. 초끈 이론 역시 회의적인 상황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실재를 반영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무리한 이론으? 보고 있다. 그렇게 말하는 논리의 핵심은 초끈 이론이 적어도 11차원이 존재한다는 근저에 있다. 이런 가정은 계산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심지어 수만 개로 만들어진 방정식의 미로에서 길을 찾으려는 초인적인 노력은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래서 어떤 물리학자들은 엄청난 숫자들의 늪에서 길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초기의 흥분은 가라앉고 이제는 회의 속에 있다는 의미다. 저자도 그 중 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물리학의 발전이 대칭적으로 발전되고 검증되어 왔지만 어느 한 순간 지구에서 공룡이 사리진 것처럼 예측될 수 없다. 자연의 선택에는 미리 정해진 목표가 없는 것처럼 대통일 이론도 앞으로 어떤 돌연 변이가 일어날지 모른다. 만물의 출현이 근본적 불완전성가 물질과 시간이 만든 비대칭성에 있듯이, 그 속에서 원동력을 찾아야 한다. 그 논리는 불완전한 인간이 우주 속에서 자신의 기원과 위치에 의문을 품을 줄 아는 똑똑한 종으로 진화해왔듯이 스스로의 성찰에 의해 앞으로 해결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에필로그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이 책을 읽어 간다면 빅뱅으로부터 역동적으로 진화해온 우주와 생명체의 근원에 대해 확고한 가치관을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중간에 포기한다면 더 혼란스러운 우주론적 사고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지막 페이지까지 어렵게 읽은 책을 덮는 순간에 150억 년 전 “시원의 입자”에서 출발해 빅뱅으로부터 시작인 인류의 출원의 지도가 그려질 것이다. 그리고 그 원동력이 불확실성과 비대칭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의 스펙트럼은 넓고 포스가 있다는 의미다.

서평자 / 이기진(서강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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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나를 살리는 딥마인드

『김미경의 마흔 수업』 김미경 저자의 신작.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지만 절망과 공허함에 빠진 이들에게 스스로를 치유하는 말인 '딥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정한 행복과 삶의 해답을 찾기 위해,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는 자신만의 딥마인드 스위치를 켜는 방법을 진솔하게 담았다.

화가들이 전하고 싶었던 사랑 이야기

이창용 도슨트와 함께 엿보는 명화 속 사랑의 이야기. 이중섭, 클림트, 에곤 실레, 뭉크, 프리다 칼로 등 강렬한 사랑의 기억을 남긴 화가 7인의 작품을 통해 이들이 남긴 감정을 살펴본다. 화가의 생애와 숨겨진 뒷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현대적 해석은 작품 감상에 깊이를 더한다.

필사 열풍은 계속된다

2024년은 필사하는 해였다. 전작 『더 나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에 이어 글쓰기 대가가 남긴 주옥같은 글을 실었다. 이번 편은 특히 표현력, 어휘력에 집중했다. 부록으로 문장에 품격을 더할 어휘 330을 실었으며, 사철제본으로 필사의 편리함을 더했다.

슈뻘맨과 함께 국어 완전 정복!

유쾌 발랄 슈뻘맨과 함께 국어 능력 레벨 업! 좌충우돌 웃음 가득한 일상 에피소드 속에 숨어 있는 어휘, 맞춤법, 사자성어, 속담 등을 찾으며 국어 지식을 배우는 학습 만화입니다. 숨은 국어 상식을 찾아 보는 정보 페이지와 국어 능력 시험을 통해 초등 국어를 재미있게 정복해보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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