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1집 성공은 절묘한 샘플링의 승리! - 서태지와 아이들
서태지와 아이들 <난 알아요>(1992) ‘랩’ 음악을 주류 코드로 끌어 올린 작품
최근 서태지가 국내에서 음반 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계속해서 돌고 있습니다. 진위 여부야 확인할 바는 없지만, 그만큼 서태지의 새 앨범에 많은 이들이 목말라 하고 있다는 반증일 겁니다.
최근 서태지가 국내에서 음반 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계속해서 돌고 있습니다. 진위 여부야 확인할 바는 없지만, 그만큼 서태지의 새 앨범에 많은 이들이 목말라 하고 있다는 반증일 겁니다. 데뷔 후 언제나 도전적인 음악의 길을 걸으며 대중음악계를 뒤흔들었던 서태지. 이번 주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기념비적인 데뷔 음반을 소개합니다.
서태지와 아이들 < 난 알아요 >(1992)
과거의 음악적인 유산들과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등의 음악을 샘플링 했던 그룹 마스(M/A/R/R/S)의 「Pump up the volume」이 히트하자 세상은 리얼 뮤직(real music)의 전통적인 창조의 기법에서 현존하는 음악을 누가 어떤 식으로 잘 꼴라쥬 하는 가의 문제로 변했다. 샘플링은 원작자의 거센 반발을 받았지만 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 완전히 정착되고 국내에서도 철이와 미애의 신철에 의해 본격적으로 대대적인 상륙이 시작되었다.
건국이래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리며 순식간에 새로운 트렌드를 유행시킨 서태지와 아이들의 1집은 단순하지만 미묘한 감각을 요하는 샘플링의 승리였다. 지상 최대의 히트곡이 되어버린 「난 알아요」는 미국의 립싱크 그룹 밀리바닐리(Milli Vanilli)의 「Girl you know it's true」의 리프를 모델로 한 것이며(「난 알아요」의 영어 버전인 「Blind love」의 중간에는 C&C 뮤직팩토리(C&C Music Factory)의 「Gonna make you sweat」의 중요 마디가 삽입되었다) 랩과 가사의 완벽한 조화로 아직까지 최고의 곡으로 추앙 받는 「환상 속의 그대」는 그룹 시나위 시절 불렀던 「Farewell to love」를 샘플링 했다. 심지어 그는 시나위 시절 무수히도 카피했을 AC/DC의 「Back in black」을 빌려와 에로스미스(Aerosmith)와 런 디엠씨(Run DMC)의 합작품인 「Walk this way」를 그대로 모사해 냈다. 이러한 시도는 최초로 카피가 오리지날리티를 획득하게 되는 미국의 그룹 마스의 경우와 전혀 다르지 않다.
서태지는 곡의 중간 중간을 장식하는 효과음(「환상 속의 그대」에서 목젖을 느끼게 하는 소리나 「난 알아요」의 기타 애드립, “디스코”하는 외치는 코러스와 기계가 우는소리, 「너와 함께 한 시간 속에서」의 빗소리, 「이 밤이 깊어가지만」의 “비포러”라고 들리는 장식음)을 적재적소에 배열하며 한 곡마다 확정적인 정체성을 부여했고 뛰어난 멜로디로 전체를 휘감았다. 그리고 이 ‘여린 태지’의 목소리에 담긴,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훅(hook)들은 기성의 뮤지션들에게 온갖 시기를 받으며 어느 누구도 예상 못한 시점에서 세상을 점령했다. 그리고 그대로 박제가 되어 전설이 되어버렸다. 이것은 이제까지 누구도 예상 못한 순간이며 어느 누구도 가지지 못한 권력이었다.
그룹 시나위에서 베이스를 쳤던 서태지는 메탈 팬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메탈의 자손들에게 해를 끼친 것은 없었다. 과거 시나위의 베이스주자라는 경력은 시나위의 음반을 더 많이 팔리게 했으며 와해된 그룹을 다시 살렸다. 그리고 이들은 단번에 반도라는 레이블을 굴지의 회사로 만들었으며 음반이 다 팔리면 계속 여의도에 머물며 쇼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새 음반 작업을 위해 쉬는 기간을 갖는 관행을 만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류의 춤꾼인 이주노와 양현석이 시초가 되어 춤의 세상을 열었다. 오직 춤만이 전부인양 받아들인 매체는 분명 역기능을 낳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의 출현은 외면 받던 댄서들을 햇빛 찬란한 곳으로 인도하며 시각효과의 우월성을 증명했다.
우리 대중 음악계에서 전무후무한 괴력을 발휘한 이 앨범에 이어 서태지는 「환상 속의 그대」 리믹스를 3가지나 선보인 편집 음반을 발표했고 이어 은퇴까지 줄기찬 성공을 거두었다. 이 성공은 은퇴 이후나 재기에도 꺼지지 않았고 오히려 자장을 더 확대시키며 끊임없이 역사에서 거론될 이정표를 세웠다. 우리는 드디어 대중적으로 인정받는 전사 한 명을 가지게 되었다.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