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바다 전망에 직접 집 짓기 - 재산과 시간, 교양과 인내를 모두 바친 소설가의 집짓기
평생 마당도 없는 아파트에서 살 순 없어!
이 책을 만나기 위한 첫 시작은 이제와 돌이켜보면 ‘집(하우스)’이다. 작년 말부터 들썩이기 시작한 이사가 확정되면서 즐겨찾는 모든 것이 변했다. 포탈에 넣는 검색어, 쇼핑몰의 카테고리, 길거리에서 주의 깊게 보는 대상, 구매하는 책까지 모든 관심사는 가구, 인테리어, 집으로 집중되었다.이사를 앞둔 모든 아줌마들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으면서 한참을 신나게 찾아다니고 결정하고 후회했다.
이 책을 만나기 위한 첫 시작은 이제와 돌이켜보면 ‘집(하우스)’이다. 작년 말부터 들썩이기 시작한 이사가 확정되면서 즐겨찾는 모든 것이 변했다. 포탈에 넣는 검색어, 쇼핑몰의 카테고리, 길거리에서 주의 깊게 보는 대상, 구매하는 책까지 모든 관심사는 가구, 인테리어, 집으로 집중되었다.이사를 앞둔 모든 아줌마들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으면서 한참을 신나게 찾아다니고 결정하고 후회했다.
하우스: 어느 소설가가 집 짓는 동안 생긴 일
박정석 저 | 웅진지식하우스
거리로 뛰쳐나간 예술가, 벽을 통해 세상에 말을 건네다 이 책은 작가인 그녀가 집을 지으면서 만난 수많은 인간 군상에 대한 이야기와 건축 일지를 담았다. 또한 자아를 찾고 타인을 이해하고자 한 저자의 자기반성의 이야기가 실려 있기도 하다. 아무도 강제로 시키지 않았던 본인을 위한 '집짓기' 과정을 통해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해 서술했다.
집에 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만나는 우회길은 꽤나 길었다. 이사 -> 집 -> 가구 -> 스칸다니비아 -> 핀란드 -> 박정석 -> 하우스. 거칠 것 없는 가구 검색은 이태리와 프랑스를 지나 멀고도 비싼 종착역 스웨덴과 핀란드에서 멈춘다. 다시 핀란드는 박정석을 찾아냈고 (저자는 올해 『화내지 말고 핀란드까지』(시공사) 라는 여행기를 냈다. 역시 재밌다) 박정석은 기다렸다는 듯이『하우스』를 내밀었다.
그건 서울 아파트 전세값인 3억으로 모두가 부러워하는 집을 지은 『두 남자의 집짓기』가 한참 열을 올리고 있을 무렵이었다. 기자와 건축가가 만나 한달만에 뚝딱 땅콩집을 완성 시킨 성공 스토리는 켜켜히 포개어져 머리 위에 발, 발 아래 머리를 둔 채 둥둥 떠서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을 모두 돌아보게 만든 뒤통수에 던진 큰 돌이었다.
예상보다 저렴한 돈도 돈이지만 한달만의 완공은 ‘내 아이를 위한 집 짓기’를 꿈꾸는 나를 비롯한 평범한 샐러리맨들에게 은근한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그러나 그 자신감은 『하우스』를 만나 12층에서 떨어진 벽돌 조각처럼 산산히 부서지고만다.
위치_강원도 동해안, 시공기간_ 꽃피는 4월부터 5개월 2주일.
저자 박정석은 2004년 「문학사상」 공모에 당선되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가이지만 남부럽지 않은 역마살로 구석구석 안가본데 없는 여행가이기도 하다. 세계 곳곳의 온갖 방에 묵어봤지만 그곳은 그저 방일 뿐…이제는 ‘진짜’ 집에서 살고 싶다는 결심으로 어릴적부터 온 가족과 함께 살고 싶었던 바다를 남편과 함께 찾았다. 결심은 곧 실행되어 (이 대목이 가장 놀라운 점이다!) 동해안에 땅을 사고 집 짓기를 시작한다.
평생 마당도 없는 아파트에서 살 순 없어!
바다가 전망인 마음에 쏙 드는 땅을 어렵게 찾았으나 안타깝게도 묘지 6개가 발견되어 포기할 수 밖에 없었고, 완공일이 계속 지연되어 월세집, 모텔, 여관을 전전하며 심신은 해변의 널부러진 해초와 같았으며, 돌 하나를 옮겨도 돈을 달라고 하는 ‘분야별 업자’들과의 치열한 전쟁으로 점점 드세고 까탈스런 건축주로 변신하면서 집은 지어졌다. 건축의 건 자도 모르는 비전문 건축주의 경우는 재산과 시간, 교양과 인내를 모두 바쳐야 간신히 집 한 채가 탄생한다. 기대와 후회, 눈물과 고통이 뒤섞인 후 마치 오랜 산고 끝에 아이와의 만남처럼 집도 그렇게 감동으로 선뜻 다가왔다. 태어난 후에도 신생아처럼 씻기고 입히고 끊임없이 돌봐주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
정원에는 멋진 나무 대신 전봇대가, 투명 유리는 초록 유리로, 냉장고 옆에는 옷장이, 설계도 보다 좁아진 진입로에, 한번 쓰고 막혀버린 화장실 변기, 전선 연결이 안된 콘센트까지 집안 곳곳에 사건 사고와 스트레스의 흔적들은 남아있지만 지금은 그저 행복하다. 열린 창문 너머 꽃 냄새가 묻은 바람, 끊임없는 새소리, 스트라이더 자전거로 금방이면 닿는 바닷가, 마당을 가로지르는 고라니 한 쌍, 그냥 따먹을 수 있는 탐스러운 산딸기가 있다. ‘내 식구가 산다’ 생각하고 만들겠다던 안부장의 거짓말은 저 멀리 아득해졌다.
집이 자리를 잡으려면 최소한 3년은 걸린다는 펜션 아저씨의 말대로라면 이제 이 집도 완전한 안정기에 들어섰겠다. (부지런한 소설가는 작년에 와일드한 해변 생활에 관한 책으로 벌써 소식을 전해왔다) 집 짓는 동안에 생긴 신경질적인 에피소드들은 이 책 한 권으로 위트와 추억으로 승화되어 집 지을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이들에게는 큰 교훈을, 남이 지은 집에 쏙 들어가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새삼스런 고마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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